【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피부과 허식 교수】
누구는 당당하게 살라고 쿨(Cool)함을 강요한다. 누구는 차라리 빡빡 밀어버리라고 조언을 가장한 상처를 준다. 분명 ‘남일’이니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거다. 외모를 결정하는 ‘갑 중의 갑’인 머리카락을 잃고 난 후의 참담한 기분은 겪어보지 않고서는 알 수 없다. 앞으로 얼마나 탈모가 진행될지 모르는 두려움은 상상 그 이상이다. 탈모로 남모를 고통을 받고 있다면 빨리 치료를 고려하자. 다시 머리를 풍성하게 만들어줄 탈모약이 있으니까. 탈모인이라면 누구나 궁금할 탈모약의 효능과 한계를 짚어본다.
탈모 원인에 따라 치료도 달라
탈모 치료 앞에 붙는 수식어는 항상 ‘빨리’다. 이유는 간단하다. 탈모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수리 쪽 머리카락은 어느 정도 줄어들어도 다시 회복할 수 있지만 누가 봐도 탈모인 것이 드러나는 앞머리 헤어라인은 약을 먹어도 원래로 돌아가는 것은 어렵다. 그러므로 거울로 봤을 때 휑해진 느낌이 들면 그때부터 치료하는 것이 좋다.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피부과 허식 교수는 “보기에는 비슷해 보이지만 탈모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고 설명한다. 가장 일반적인 유전성 탈모 외에도 탈모가 심해 보이지만 원인을 해결하면 치료 없이도 좋아지는 휴지기 탈모, 면역 계통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원형 탈모 등이 있다. 원인이 달라 치료 방법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탈모는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것에 맞게 치료해야 한다.
대표적인 탈모 치료법은 탈모약이다. 탈모약은 단순히 탈모 진행을 멈추는 데 그치지 않고 얇고 짧아진 머리카락을 점차 굵어지고 길어지게 한다. 모낭을 새로 만들 수는 없지만 잘 안 보이는 머리카락을 원래 머리카락처럼 만드니까 머리카락이 마치 새로 나는 듯하다. 특히 탈모약은 정수리 쪽 머리카락의 밀도가 줄어든 사람에게 더 효과가 좋다.
탈모약, 그것이 알고 싶다!
우리나라에는 유난히 탈모약을 둘러싼 속설이 많다. 탈모약을 둘러싼 단골 궁금증을 말끔히 해결해보자.
1 탈모약 평생 먹어야 할까?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나와 있는 탈모약 중에 영구적인 효과를 나타내는 약은 없다. 약을 먹을 때는 잘 유지되던 머리카락이 약을 끊으면 점차 줄어든다.
하지만 치료를 중단하는 즉시 바로 머리카락이 우수수 뭉텅이로 빠지진 않는다. 탈모약을 먹으면 바로 좋아지지 않고 천천히 좋아졌던 것처럼 서서히 머리카락이 줄어든다.
사실 탈모는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병 자체가 생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 있는 병은 아니다. 허식 교수는 “스스로가 어느 정도 목표를 세워놓고 약을 복용하는 기간을 정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며 “젊은 남자는 결혼 전까지, 나이 드신 분은 자녀를 결혼시킬 때까지 약을 복용하는 식”이라고 조언한다.
만약 자신은 약을 먹는 불편함보다 탈모가 더 싫다면 치료를 계속해도 된다. 탈모약은 장기간 먹어도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
2 먹는 탈모약, 바르는 탈모약 뭐가 좋을까?
간혹 먹는 탈모약을 호르몬 약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탈모약은 비활성 상태의 남성호르몬을 활성 상태로 전환시키는 효소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약이다. 활성형 남성호르몬이 줄어들면 모낭이 작아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반면 바르는 약(성분명 minoxidil)은 모낭 주변의 혈관을 확장하고 모낭의 성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또 다른 종류의 바르는 약(성분명 alfatradiol)은 여성의 성호르몬 수용체에 경쟁적으로 상호작용해 여성 성호르몬의 작용을 저하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먹는 약과 바르는 약은 작용하는 기전이 다르므로 함께 사용하면 더 효과가 좋다.
3 탈모약 끊으면 탈모가 더 심해질까?
간혹 인터넷에 탈모약을 먹다가 끊은 후에 탈모가 더 심해졌다는 글이 올라와 탈모 치료를 주저하게 한다. 허식 교수는 “탈모약을 먹고 나서 좋아진 모습이 익숙해서 더 심해진 것처럼 보이거나 약을 먹는 동안 시간이 흐르면서 탈모가 더 진행된 것이지 약 때문에 탈모가 심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4 탈모약 먹으면 안 되는 사람 누굴까?
먹는 탈모약은 다른 약과의 상호작용이 없어 당뇨약, 혈압약 등을 먹어도 같이 먹을 수 있다. 단, 가임기 여성은 안 된다. 남자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약은 피부로도 흡수할 수 있으므로 가임기 여성은 이 약을 만져서도 안 된다.
허식 교수는 “탈모약은 전립선암 선별검사에 사용되는 수치인 혈청 내 전립선 특이 항원(PSA)의 수치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밝히고 “탈모약을 복용할 때 PSA 검사를 했다면 수치 결과를 적절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5 탈모약 먹으면 성기능 떨어질까?
현재 공인된 먹는 탈모약은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 두 가지가 있다. 두 약은 발기부전, 성욕감퇴, 사정량 감소 등의 성기능과 관련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부작용을 걱정하기 전에 다음의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진짜 프로페시아를 먹은 집단과 가짜 프로페시아를 먹은 집단 각각의 성기능 부작용을 5년 동안 관찰한 장기 연구가 있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처음 1년은 진짜 약을 먹은 집단의 성기능 부작용이 가짜 약을 먹은 집단보다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하지만 2년 후부터는 이런 부작용이 거의 동등해졌고 처음 1년과 비교해 발생 빈도도 훨씬 감소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성기능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남자에게는 무척 중요하고 예민한 부분이다. 그러므로 어떤 약이 그런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을 알면 자기도 모르게 두려워한다.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약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라고 확대하여 해석하고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이런 상황이 다시 성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몇 개월 더 복용하면 처음보다는 걱정이 줄어들면서 발기부전, 성욕감퇴 등의 증상이 점점 사라지게 되어 위의 연구결과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탈모, 꾸준한 치료가 답
머리카락은 한 달에 1cm밖에 안 자란다. 그래서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탈모 치료법은 정해져 있다. 정해진 용량의 약을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다. 최소 3개월은 치료해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물론 이 3개월이 무척 길게 느껴지겠지만 치료를 포기하지 말고 견뎌보자. 힘들어도 꾸준히 치료하면 풍성한 머리카락과 자신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허식 교수는 일산백병원에서 탈모 등 모발질환, 백반증, 레이저 및 피부미용시술을 전문으로 진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