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일의 건강칼럼] 암은 피곤한 사람을 따라다닌다!

2017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열매호 68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큰 빌딩의 회장님인 Q 씨는 처음부터 부자였던 것은 아니었다. 어릴 때 삼촌 등에 업혀 월남하여, 지금까지 경기도 북부에서 거의 육십 년을 살아왔다. 처음에 고무신도 때우고 솥과 냄비도 때우고 소달구지도 끌고 행상도 하며 고생하다가 20여 년 전에 막걸리공장으로 성공하여 지방유지가 되었다. 어딜 가나 그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큰 아들 결혼식에는 수천 명이 모이기도 했다.

그런데 아들 결혼식 이후부터 복통과 두통이 잦아지고 항상 피곤하여 사람을 피하게 되었다. 그동안 억척스럽게 살아오면서 여기저기가 아프기도 했지만 절대 병원에 가는 일 없이 고집스럽게 살아왔던 그였다. 상처 나면 고약 붙이고, 감기 걸리면 쌍화탕 먹고 땀 빼고, 기운 없으면 영양제 먹고, 머리 아프면 두통약 먹었다.

그렇게 건강을 지켜왔는데 근래 들어 여기저기 다 아프고, 너무 피곤한 것이 아무래도 혈액순환장애 때문인 것 같았다. 그래서 TV에서 광고하는 혈액순환 개선제 두어 가지를 사서 열심히 먹기도 했다. 그러자 좀 덜한 것 같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심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가까운 친구가 암 선고를 받고 너무도 허망하게 사망했다. 그것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은 ‘혹시 나도 암이 아닐까?’ 하는 거였다. 부랴부랴 병원에 가서 CT와 MRI를 해보았다. 그러나 다행히 별다른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 후로도 Q 회장은 수많은 약물과 좋다는 대증요법을 총동원해 보았지만 피곤증은 좀체 없어지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손발까지 저리고 어깨도 쑤시고 기억력까지 떨어졌다. 한 번 빠진 체중은 다시 회복되지도 않았다.

온몸의 영양분이 다 부족한 듯하여 결국 혈액정밀검진(Hematologic survey) 까지 받게 되었다.

검사결과는 입을 못 다물게 했다. 그의 병명은 줄잡아 십여 가지도 넘었다. 그렇게까지 되어서도 어찌 살아왔는지 의심이 될 지경이었다. 그는 매우 오랫동안 심한 탈수상태에 빠져 있었다. 그 부작용으로 오장육부가 제기능을 할 수 없어 늘 피곤할 수밖에 없었고, 그 후유증으로 면역기능이 틀어져서 악성임파종(Malignant lymphoma)이 되어 있었다.

큰 병도 아닌 탈수증 같은 것이 초기에 일찍 진단되어 곧 치료에 들어갔더라면 그런 암까지는 걸리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사실 피곤증이나 성인병이라는 것은 인체 성분의 과부족 현상이다. 필요한 성분이 부족 되었거나, 불필요한 것들이 누적되어 발생되는 현상이어서 CT와 같은 거시적검사(Macroscopic exam)보다는 혈액정밀분석과 같은 미시적검진(Microscopic exam)을 통하여 그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교정할 수 있다. 그저 마구잡이로 피로회복제나 간장약, 보약, 혈액순환 개선제 같은 것을 쓴다고 해서 그 원인 질환이 없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별 볼일 없는 피곤증 정도로 과소평가하며 불필요한 약물을 남용하여 스스로 암에 걸리도록 방치하였던 것이다.

암(癌)과 병(病)은 피곤한 사람을 따라다닌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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