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국립암센터 정승용 대장암센터장】
느리게 사는 것의 참다운 의미를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빨리~빨리’라는 단어는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잦은 외식과 서구형 식생활습관 및 가중되는 스트레스와 업무환경의 변화는 대장암의 발병률을 크게 높여 그동안 대장암의 안전지대라고 안심하고 있던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월 8일 대한대장항문학회 주관으로 제1회 ‘대장앎의 날’ 행사가 열렸다. 대장암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거머쥔 이병호(49세) 씨. 그는 대장암에 걸린 아내의 투병기를 마치 일기 써 내려가듯 담담한 필치로 담아냈다.
‘지피지기 백전불퇴’의 정신으로 암을 이기기 위해 각종 정보력을 총동원하여 아내가 적극적으로 투병하는 데 기꺼이 선봉장이 됐던 남편. 결혼할 때 “내가 당신을 지켜줄게!”라고 약속했던 한 마디가 씨앗이 되어 그 약속만큼은 꼭 지킨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병을 이기기 위해서는 ▲병원과 의사를 신뢰하고 ▲식이요법, 적절한 운동, 낙천적인 생각이 중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보호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아내와 함께 암과 싸워온 이병호 씨가 내린 결론이다.
곱디 고왔던 아내의 대장에서 암이 자라고 있었다…
8년 전 곱디 고왔던 37세의 아내에게 3기 대장암이 발견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특별한 증상도 없었다. 약간 통통했던 아내는 가리는 것 없이 무엇이든 잘 먹었지만 특별히 육류를 즐긴 것도 아니었고, 가족력도 없었다. 대장암에 걸릴 특별한 이유가 없는 데 왜 아내에게 이런 병이 걸렸을까?
아내의 대장에서는 작은 용종이 자라고 있었다. 대장내시경을 하면 우리나라 국민 10명중 4명에게 크고 작은 양성 용종이 발견될 만큼 흔한 현상이라고. 하지만, 용종을 그대로 두면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랬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건대 아내의 병은 용종을 방치했기 때문이었다.
웰빙 식생활, 그리고 운동이 가져온 대장암 완치판정
수술 후 항암치료 등 병원치료와 함께 식이요법, 운동을 동반했다. 기존의 식생활 습관을 철저하게 바꾸었다. 매일 생즙을 갈아 마시는 것은 기본이었고 누릅나무껍질을 달여 물처럼 마셨다. 이외에도 항암효과가 높다는 된장과 마늘을 섭취하기 위한 식단을 게을리 하지 않았으며 섬유질이 많은 야채와 과일 섭취를 늘렸다. 병이 완치된 지금 아내와 이병호 씨는 삼겹살, 패스트푸드, 불에 탄 음식 등 대장이 싫어하는 음식은 입에도 대지 않는다.
암을 이겨내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했지만 수술과 항암치료로 쇠약해진 아내에게 일반적인 운동은 무리였다.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반신욕. 하루에 10분 정도씩 8년째 지속하고 있을 정도로 아내는 반신욕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이후 가까운 곳을 산책하거나 조깅, 등산, 헬스 등을 꾸준히 자주 했다. 또한, 아내는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고 몸을 추스르는 9개월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한 번도 교편을 놓은 적이 없다. 초등학교 교사인 아내에게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병으로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기에 충분했고 병을 이겨내는 에너지원이었던 것.
이병호 씨 아내의 경우 암 제거 수술, 장루 복원수술, 항암제 치료로 1년여 동안 집중적인 치료를 받은 후부터 병이 재발하지 않도록 피나는 노력을 기울였다. 병원의 정기검진은 기본. 이외에 암이 다른 곳에서 재발할지 모르는 불안감 때문에 한국건강관리협회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자주 받았다. 이병호 씨는 “투병 생활 하루 하루가 고난의 행군 길 같아도 꾸준히 하다보면 어느새 완치의 길에 이르게 된다.”며 “희망의 끈을 부여잡은 손을 끝까지 놓지 말라.”고 당부한다.
긴 이야기의 끝에서 이병호 씨와 그의 아내가 꼭 하고 싶은 말은 “암에 걸리기 전에 꼭 대장내시경 등 조기검진을 받으라는 것”이다. 행여 암의 전초가 될 수 있는 용종이 발견되면 ‘싹둑’ 잘라 그 근원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장암 잡는 덴 조기검진이 필수
특별한 증상 없이 찾아오는 대장암. 증상을 호소해 병원을 찾으면 암은 이미 상당부분 진행된 상태다.
국립암센터 정승용 대장암센터장은 “대장암은 뚜렷한 특징이 없지만 종양이 생긴 위치와 종류에 따라서 증상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우측 결장에 종양이 생기면 대개 만성적인 출혈을 유발하여 빈혈을 일으키지만, 좌측 결장에 생겼을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은 배변습관에 변화가 생겼다고 느끼거나 장폐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증상이 의심되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배변습관의 변화(갑자기 변을 보기 힘들어지거나 변 보는 횟수가 증가) ▲설사 ▲변비 또는 잔변감 ▲혈변 또는 점액변 ▲예전보다 가늘어진 변 ▲복통, 복부팽만 같은 복부 불편감 ▲복부종물(복부에 덩어리가 만져짐) ▲식욕부진 ▲소화불량 ▲오심과 구토 ▲체중이나 근력 감소 및 피로감
결론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검진을 통해 대장암을 잡아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50세 이상부터는 5~10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 정승용 박사는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궤양성대장염을 오래 앓은 경우 35~40세부터 검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부모나 형제 중에 대장암 환자가 한 명 있으면 일반인보다 2~2.5배, 두 명 이상이면 4~4.5배, 45세 이전에 대장암이 발생한 환자가 있으면 3.5배 가량 대장암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장내시경이 불가할 경우 이중조영바륨관장 검사와 에스결장경 검사를 시행하나 대장내시경만큼 대장암을 효과적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다.
검사 결과 1기 암일 경우 90%이상이 완치가 가능하고 2기인 경우 약 70%, 림프절 전이가 있는 3기에는 50~60%, 간 등 다른 장기에 전이가 있는 4기인 경우 전이된 장기 절제가 가능한 경우 30~40%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대장암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다. 기존에는 개복수술이 많았지만 최근 복강경수술로도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수술 이외에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상황에 맞게 사용하나 수술 후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보조적인 역할이 강하다.
어떤 암이든 조기에 발견하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대장암은 우리의 식생활 습관과 밀접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이를 예방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승용 국립암센터 대장암센터장이 제시하는 대장암 예방법
대장암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대장암은 우리의 식생활 습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특히, 식습관에 주의해야 한다.
♠섭취한 총 칼로리를 낮추려면 고단백, 고지방식을 피한다.
음식의 종류와 상관없이 섭취 총 칼로리가 높을수록 대장암의 위험도가 높아진다. 지방은 담즙산의 분비를 증가시켜 대장 점막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장내 세균에 의해 발암물질로 변해 대장 상피를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게 한다. 특히 트랜스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팝콘, 감자튀김, 라면, 도넛 등 각종 튀긴 음식들은 대장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도 있다.
♠돼지고기 소고기 등 붉은색 육류보다는 생선, 닭고기 등 흰색 육류를 섭취한다.
♠신선한 과일과 야채의 섭취를 늘린다.
신선한 과일과 날로 먹는 녹색, 녹황색 채소에는 항암효과를 높이는 성분이 많다.
♠칼슘은 대장암의 위험도를 낮춘다.
칼슘은 담즙산, 지방산과 결합해 담즙산이나 지방산이 대장 상피세포에 유해 작용 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효과적인 칼슘 섭취량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실정이다.
♠나쁜 생활습관을 고쳐야 한다.
하루 종일 앉아서 생활하는 경우, 육체적인 활동이 적을 경우 대장암의 위험도가 올라간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역시 대장암의 위험을 높이므로 금연·금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