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도움말 |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 교수】
인생의 첫 번째 기회라고 할 수 있는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 중, 고 12년 동안 공부한 결과를 단 한 번의 시험에서 평가받는 것이다. 수능을 앞둔 고 3 학생들에게 지금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순간인지 모른다. 술술 공부가 잘 되면 얼마나 좋겠냐만 꼭 이쯤 되면 슬럼프에 빠진다는 것이 문제. 오랫동안 슬럼프에 허덕일 시간이 없는 지금의 수험생들은 주목하자. 왜 그런지 알아보고 해결을 모색해본다.
수능을 한 달 남짓 앞둔 지금, 남은 시간은 촉박한데 뭘 해야 할지 몰라 괴로운 수험생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 공부하는 게 수능에 나올까? 안 나올까?’, ‘원하는 점수가 안 나오면 어떡하지?’ ‘그 날 무슨 일이라도 생겨서 시험을 망치면?’하는 불안과 염려들이 화근이 되어 악영향을 불러온다.
의연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수험생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이쯤 되면 실제로 슬럼프에 빠진 상태에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는 수험생들이 많다. 입시제도가 수시로 바뀌고 수시모집, 정시모집 기준도 다르고 방향도 다르니 정신없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입시제도 탓만 해서는 곧잘 슬럼프에 빠지게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온통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정신과 한창환 교수는 “욕심이 너무 앞서도, 부모님의 기대가 커서 현실과의 격차가 너무 커도 슬럼프에 빠지기 쉬워집니다. 요즈음은 수험생들 스스로가 지나치게 압박하고 욕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면 그만큼 슬럼프가 깊다고 볼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SOS! 슬럼프 극복 어떻게 해야 하죠?
CASE 1. ‘공부를 해서 뭐하나’하는 생각만 듭니다. 대학에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모든 것이 귀찮기만 합니다.
☞공부를 해서 뭐하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대학에 가야 할 필요성을 만들지 않고 찾아보지 않았다면 너무 당연합니다.
사실, 공부는 수능시험의 준비만은 아닙니다. 공부하고 수능을 봐서 대학에 가겠다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더 큰 꿈을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막연히 대학이 목표가 아니라 구체적인 과와 가고 싶은 대학을 정해놓고 정진하세요. 10~20년 후를 내다보는 비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점수에 맞춰 아무 과든지 가보겠다는 선택이 결국에는 이런 슬럼프를 불러오는 것입니다.
CASE 2.? 계속 잠이 쏟아집니다. 온몸에 기운이 빠지고 꿈나라에만 가있습니다.
☞수면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수험생일지라도 충분히 제대로 잠을 자야 건강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6~7시간은 충분히 잘 것을 권합니다. 대신 깨어있는 동안에 집중하고 시간 낭비를 하지 말 것을 당부합니다. 또한 경직된 상태에서 과로가 축적되어 졸음이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운동이 꼭 필요합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세요. 그래야 시험 보는 당일 오전에 맑은 정신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습니다.
CASE 3. 책을 펴고 앉아 있지만 몇 분 집중을 못합니다. 괜한 잡생각 때문에 전혀 공부에 진도가 나가지 않습니다.
☞공부와 휴식의 균형이 적절하지 못해서 이런 슬럼프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휴식 시간에 한국식 절을 100번 해주면 도움이 됩니다. 전신 근육이 운동되며,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까지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니 피가 잘 돌아 머리가 맑아지고, 잡념이 사라집니다.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근육이완법, 복식호흡 및 명상도 도움이 됩니다.
공부는 스케줄을 잘 짜도록 하세요. 시간마다, 가능한 공부 양을 정하여(예 : 50분 공부하고 10분 휴식하는 것을 반복) 매시간 성취감을 느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CASE 4. 그냥 기분이 마냥 우울합니다. 부모님과 대화도 하기 싫고 어떤 얘기도 듣고 싶지 않습니다. 답답하고 툭하면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소위 수험생 병의 대부분이 우울증이나 우울병입니다. ‘마음의 독감’으로 생각하면 됩니다. 심한 정도는 개인 차이가 크며 다양합니다. 우울병 극복 역시 스스로 해야 하지만 가족들이나 주위의 도움도 받아야 합니다. 심할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의지력으로 이겨내겠다는 결심만으로는 희생이 클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조언하실 때는 듣기 싫더라도 잘 들어보도록 노력하세요. 야단치고 꾸중하고 지적하는 말투에 연연하지 말고, 나를 염려하시는 마음에 그러시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건강해집니다. 부모님도 입시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운전하는 자보다 옆 조수석에 동행하는 자가 더 힘든 법임을 명심하세요.
한 달이다. 수능까지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이미 잘 견뎌왔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 남들도 다 스트레스 받기는 마찬가지다. 나만 특별히 더 힘든 것도 아니고 나만의 슬럼프도 아니다. 자신감을 가지고 정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창환 교수는 “시간 관리와 휴식의 균형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과업에서 그러하듯이, 마지막 시기인 한 달이 가장 중요함을 잊지 마세요.”라고 마지막 당부를 잊지 않는다.
한창환 교수가 권하는 수능 D-30 이렇게 보내자!
⊙시간 관리
하루 일과를 시간별로 구분하여 관리한다. 남은 일정동안 무엇을 복습할 것인지 규칙적으로 계획을 세운다. ‘1시간 동안 국어, 영어, 수학 100문제씩 풀겠다.’가 아니라 국어 1시간, 수학 1시간, 영어 2시간 등 시간단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할 수 있는 만큼 적절하게 배분해야 시간과 양에 쫓기지 않고 만족감을 느끼며 공부 할 수 있다. 수능을 한 달 앞둔 지금은 수능 시간에 맞추어 그 시각에 시험 보는 과목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 단, 밤늦게까지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아침과 낮에 집중적으로 공부한다.
⊙휴식과 이완
머리를 맑게 하는 휴식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휴식을 취한다고 해서 정말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것은 아니다. 좋다고 해서 무조건 그 방법을 따라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맞지 않는 휴식법을 따라할 것 없이 내가 알고 있는, 내 몸에 맞는 휴식법을 선택해 실천하도록 한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거나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위에서 언급한 한국식 절 100번하기를 권할 만하다. 10분 정도 걸리는 데, 주의집중력을 길러준다는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