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경동약업사 이승구 대표】
한약재의 품질을 좌우하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일반인들의 경우 자주 접하지 않아 생소한 한약재를 고르는 일은 무, 배추를 고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어렵다. 경동시장에 방문하는 고객들을 살펴보면 한약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여 주먹구구식의 구매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태반이다. 단순히 크고, 깨끗한 한약재가 좋은 것이라 믿는 분들이 너무 많다.
한약재의 품질은 약효가 얼마나 좋은가에 따라 등급이 매겨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표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한약재를 구하려면 우선 크고 깨끗한 것이 좋다는 선입견을 깨야 한다. 한약재는 오랜 시간 토양의 유기물을 듬뿍 섭취하고 잡초와 싸워가며 자란 것이 가장 약효가 좋다. 야생약초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야생약초는 생산되는 양이 매우 적고 채취 시 산림자원이 남획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야생약초로 한약재의 수급을 전부 충당하긴 불가능하다.
야생약초 다음으로 좋은 것은 야생환경과 비슷하게 재배된 한약재다. 제초제, 비료 등을 주지 않고 키운 한약재가 약효가 좋다. 요즘 한의사들은 동의보감 등의 옛 처방에 나오는 용량대로 한약을 짓지 않고 한약재의 양을 다소 더 쓰고 있다. 현대인의 신체는 과거보다 더 커졌고, 중금속 등에 오염되어 있으며, 의약품을 많이 복용하여 내성도 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약재는 비료, 제초제 등으로 인해 허준이 쓰던 한약재보다 약성이 약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약재가 과거만큼 생명력이 강할까?
야생약초, 그리고 비료 없이 자란 명품 한약재는 아쉽지만 현재 그 유통량의 10%도 되지 않는다. 생산되는 양이 적은 것도 한 이유겠지만, 힘들게 명품 한약재를 생산해도 소비자들이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이유다. 크고, 깨끗하고 싼 한약재를 찾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우리 땅의 정기를 듬뿍 받고 제대로 자란 한약재가 우선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