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임규성 교수】
열이 자꾸 나고 몸이 천근만근 무거워 병원을 찾은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이 씨(30세). 단순히 감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그는 A형 간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B형 간염은 들어봤어도 A형 간염은 생소해 의사의 설명을 듣던 중 간염 바이러스는 A형, B형뿐 아니라 C, D, E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바이러스성 간염은 A형, B형, C형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 씨처럼 B형 간염은 익숙하지만 나머지 간염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A형, B형, C형 간염의 증상, 치료법, 예방법 등을 자세히 정리해봤다.
PART 1. 감기로 오인하기 쉬운 A형 간염
최근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급속도로 많이 발병해 주목받고 있는 A형 간염. 질병관리본부 조사에 따르면 2001년 105명에 불과하던 A형 간염 환자가 작년에는 1만 5041명에 달했을 정도로 늘었다. 사실 A형 간염은 경제가 어렵던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15세 이하 아이들이 복통이나 설사 등의 증상으로 가볍게 앓고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A형 간염은 한 번 앓고 나면 항체가 생겨 다시 걸리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잊고 살았다.
최근 5년 사이 유독 젊은 층에서 A형 간염이 급증한 이유는 달라진 생활 방식에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위생 수준이 높아져서, A형 간염 바이러스가 많았던 어린 시절을 겪지 않은 젊은 층이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는 것이다.
우선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6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다. 그 후 발열,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일주일 정도 지나면 황달이 생기면서 증상이 다소 호전되며 회복기로 넘어간다. 보통 황달이 생기면 간에 이상이 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단순한 감기나 소화질환이라고 여기기 쉽다. 이럴 때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치료를 받게 되므로 황달이 생기지 않아도 위와 같은 증상이 계속된다면 A형 간염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A형 간염의 큰 문제는 나이가 어리면 가볍게 앓고 끝날 수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 앓으면 그 증상이 심해진다는 데 있다. 심하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고 급성기에 급성 신부전, 저혈당 발작, 재생 불량성 빈혈이 올 수도 있다. 드물게는 간의 세포가 대량 파괴되는 전격성 간 괴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A형 간염을 앓지 않았다면 혈액 검사를 하고 예방접종을 맞아야 한다. 또한 물, 해산물, 날음식 등 A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식물을 주의해야 한다.
분당차병원 임규성 교수는 “젊은이들은 외식이 잦고, 또 동남아 등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일이 많기 때문에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A형 간염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는 나라로 해외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면 미리 예방접종이나 면역력을 높이는 A형 간염 면역글로블린 주사를 맞고 가는 것이 좋다. 그 외에 손을 자주 씻고 위생을 철저히 해야 하며, 가능하면 음식을 익혀 먹는 것도 좋은 예방책이다.
PART 2. 간질환과 간암의 주원인 B형 간염
B형 간염은 우리나라 간염 중 가장 많다. 전체 인구의 5~8%가 현재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만성 간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40만 명으로 예상된다. 해마다 2만여 명이 간질환 및 간암으로 사망하고 있으며 이들 절반 이상은 만성 B형 간염을 앓은 바가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이나 체액 때문에 감염이 된다. 대표적인 예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신생아가 감염되는 수직감염이다. 이런 경우가 우리나라 만성 B형 간염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성관계, 비위생적인 문신 도구, 피어싱 도구, 침, 부항 등을 통해 전염된다. 환자가 쓴 면도기, 칫솔 등을 같이 썼거나 환자의 혈액을 취급하는 의료인도 관리가 소홀하면 감염될 수 있다. 속설과는 다르게 B형 간염 보유자와의 식사나 가벼운 입맞춤으로는 전염될 가능성은 적다.
증상은 급성 B형 간염인 경우에 A형 간염과 비슷하며 피로감이 동반된다. 하지만 만성으로 병이 진행됐을 때는 복수가 차고, 황달, 체중 감소, 간성 혼수, 토혈이 동반되기도 한다.
B형 간염은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시기에 따라 만성 간염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다르다. 신생아처럼 어려서 걸릴수록 만성 간염으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만성 B형 간염은 바이러스 증식 상태에 따라 크게 증식기와 비증식기로 구분되는 경과를 보인다. 증식기는 다시 면역관용기와 면역제거기로 나뉜다. 바이러스는 계속 증식하고 있으나 아무런 증상이 없고 간수치도 정상일 때가 면역관용기이며, 당장 치료할 필요는 없고 3~6개월마다 정기 검사를 실시한다. 면역관용기를 지나면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간세포를 제거하면서 간수치가 상승되는 면역제거기에 이르게 된다. 이 기간이 6개월 이상이 지속되면 만성 B형 간염이라고 하고, 이 시기를 심하게 또는 오래 앓으면 간경변이나 간암 발병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이때는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한편 증식기를 지나 바이러스 증식이 현저히 약해지거나 없어지는 비증식기에도 간염, 간경변증 또는 간암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 상의해 꾸준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
B형 간염을 예방하는 대표적인 방법도 예방주사다. 임규성 교수는 “특히 산모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인 경우에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백신과 B형 간염 면역글로블린을 맞게 하고 1개월 후에 2차, 6개월 후에 3차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어머니의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신생아기에 감염되면 90% 이상이 간염으로 진행된다고 알려지며, 예방접종을 했다면 그 확률이 10% 이하로 뚝 떨어진다. 만약 어머니의 바이러스 번식력이나 전염력이 약한 상태라면 1% 이하 수준으로 더 낮아진다.
PART 3. 초기 증상 없고 백신도 없어 더 무서운 C형 간염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정상인의 상처 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전염된다. 감염 경로는 혈액, 체액 등으로 B형 간염과 비슷하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산모를 통한 발병은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는 전 국민의 약 1%가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로 추정이 되며 만성 간질환 환자의 약 10~15%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최근에는 예방접종의 증가로 B형 간염이 줄어드는 추세인데 반해 C형 간염은 A형 간염처럼 발생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C형 간염은 대부분 감염 초기 증상이 없다. 피로감, 고열, 근육통, 소화불량, 황달 등이 나타날 수 있지만 드문 현상이다.
임규성 교수는 “대부분의 C형 간염 환자는 검사를 받지 않으면 감염된 사실도 모르고 지내다가 20~30년이 지나서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 간암 등의 소견으로 늦게 발견될 때가 흔하다.”고 설명한다.
C형 간염은 한 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고 이중에서 30~ 40% 정도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하므로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C형 간염 바이러스의 유전자형에 따라 6개월 또는 1년간의 치료를 하게 된다. 나이가 많을수록 병의 진행 속도도 빠르므로 적절한 치료와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예방백신이 개발 중에 있는 C형 간염은 치료가 어렵고, 치료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있다고 알려진다. 그러나 현재의 완치율은 90년대에 비해 높아졌고, 계속 새로운 약제가 개발되고 있다. 치료약의 부작용으로 발열, 오한, 우울증, 불면증, 갑상샘 장애, 탈모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전문의와의 상담과 치료를 통해 충분히 예방하고 줄일 수 있다. 심각한 부작용이 아니라면 부작용을 관리하며 치료 기간을 완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체중과 음주는 간염 치료에 ‘독’
임규성 교수는 “간염을 치료할 때는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이상적인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A형 간염은 만성이 없으므로 급성기를 잘 넘겨야 하며, B형 간염은 치료 중에 음주, 밤샘, 고칼로리 식단을 피해야지 간 기능이 나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C형 간염의 경우 치료 중에 음주를 하면 바이러스가 소실되지 않거나 번식력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술을 마시면 안 된다.
TIP. 간을 건강하게 만드는 10계명
1. 술을 멀리해야 한다. 가끔 하는 과음보다 매일 조금씩 마시는 술이 간에는 더 해롭다.
2.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고, 간식과 야식을 피한다.
3. 고열량 음식 섭취를 피하고, 식사의 1/3은 채소를 먹는다.
4. 주 4회 이상, 60분 이상 운동을 해야 한다.
5.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의 경우 검사를 규칙적으로 받는다.
6. 예방접종을 할 때는 고열, 알레르기 반응이 없는지 살피고, 3시간 후에도 몸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
7.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간 기능 개선 식품과 약을 먹지 않는다.
8. 항상 정상 체중을 유지한다.
9. 음식은 가능한 싱겁게 먹는다.
10. 밝고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다.
임규성 교수는 대한간학회 회장, 구미차병원 원장, CHA의과학대학교 교학처장 겸 도서관장을 역임하고 분당차병원 내과학 교실 주임교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