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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리포트] 뜨거운 공방 카드뮴 논란 중에도… 소리없이 차곡차곡~ 중금속의 숨은 얼굴

2010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결실호 136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산업의학과 김형렬 교수】

서울시에서 낙지에 중금속의 일종인 카드뮴이 다량 들어있다는 발표를 한 후 중금속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낙지ㆍ문어 등 연체류 내장의 카드뮴 검출과 관련해 국민의 불안감과 관련 업체 및 어민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단기간 내에 집중 조사해 조속히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이 소란스러운 가운데 중금속의 위험을 짚어본다.

중금속, 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검출

지난해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는 위험 중금속 중 하나인 비소 오염 식수가 이미 세계 1억 3700만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쳤고, 추가로 6000만 명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 80% 이상이 아시아에 거주하고 있다. 특히 방글라데시는 최소한 2500만 명이 비소 오염에 노출된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미국에서는 중국산 어린이 장신구에 독성물질인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해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8년부터 미국이 장난감에 납사용을 금지하자 중국 제조업체들이 납 대신 몸에 나쁘기로는 마찬가지인 카드뮴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남성과학회가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 경구용 발기부전 치료제의 성분을 검사했더니 납과 수은이 검출됐다. 심지어 허용량의 2.4배를 넘는 것도 있었다. 그뿐 아니라 2007년엔 국내 한 도금업체 대표가 하수 처리 비용을 아끼려고 공장 폐수를 무단방류해 처벌을 받은 적도 있다. 폐수에서는 기준치의 158배가 넘는 아연과 기준치의 46배를 웃도는 크롬 등 각종 중금속이 들어 있었다.

중금속 문제는 이렇듯 전 세계 각지에서 꾸준히 불거져 나오고 있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산업의학과 김형렬 교수는 “과거보다 중금속 중독에 대한 규제가 늘어나서 급성 중독은 거의 없지만, 꾸준히 축적되면 각종 이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해로운 대표 중금속 5인방

중금속은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필수금속과 그렇지 않은 금속으로 구분한다. 아연, 철, 구리 등 정상적인 몸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금속을 필수중금속이라고 한다. 수은이나 납, 카드뮴 등 환경공해물질로 몸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금속이 유해중금속이다. 김형렬 교수는 유해중금속 대표주자로 카드뮴, 수은, 납, 비소, 크롬을 꼽았다.

? 카드뮴=장기간 흡입하면 주로 코ㆍ목구멍ㆍ폐ㆍ위장ㆍ신장의 장애가 나타나며, 호흡기능이 떨어진다. 소변에 단백이나 당이 검출되는 일이 많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부터 일본에서 발생한 이타이이타이병도 광산의 폐수에 들어있던 카드뮴 중독으로 본다. 무엇보다도 카드뮴은 다른 중금속보다 반감기(독성이 반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는 시기)가 30년가량으로 상당히 긴 편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몸에 독성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 수은=1956년 일본의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는 메틸수은이 포함된 어류를 먹은 주민들이 집단적으로 수은에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증상은 사지, 혀, 입술의 떨림, 혼돈, 진행성 보행 실조, 발음장애 등을 보인다. 사지 말단부에서 곰지락 운동(chorea, 근육 운동장애)이 생길 수 있다. 감정 변화도 오는데, 초기에 무기력함과 피로 등으로 시작하지만 심한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어린이가 수은에 다량 노출될 경우 인지기능 저하와 전체적인 지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 납=대부분 만성중독이다. 드물지만, 대량으로 흡수하면 급성위장염 증세를 나타낸다. 납이 중추신경계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1892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처음 보고됐다. 미국 신시내티대 킴 디히트리 박사팀은 납에 노출된 어린이는 지능이 낮아지고 주의력이 부족해지며, 충동적이고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는 1991년 어린이에 대한 납 노출 기준을 10μg으로 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5세 이하 어린이 중 절반 이상이 이 기준 이상으로 납에 중독돼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렬 교수는 “과거엔 직업 현장에서 납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드물다.”면서 “요즘은 대기오염이 심각한 지역에서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보통 대도시, 공단지역 주민의 혈중 납 농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오는 조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 비소=냄새와 맛이 없는 비소는 극히 적은 양이라도 장기간 흡수하게 되면 암과 피부병, 부정맥을 낳으며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방글라데시 지하수 오염 사태에서 보듯 우리도 마음 놓을 수 없는 일이다.

? 크롬=자극성 피부염, 비중격 천공(코 안에 구멍)을 일으키며 폐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노출 경로는 도금이나 용접, 공사장 시멘트 작업을 할 때 흡입함으로써 축적된다. 지난해 정부 조사 결과 한 국내 시멘트 제품에서 기준치를 넘은 크롬이 검출 돼 세간을 긴장시킨 바 있다.

아프면 더 많이 축적… 해독력 길러야

김형렬 교수는 “중금속 중독은 특별한 증상 없이 서서히 쌓여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어서 중금속 중독을 예방하려면 정부 차원의 대책과 개인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인다. 정부에서는 중금속에 노출되기 쉬운 생산직이나 건설직의 유해환경을 점검하고 작업자들의 보건상태를 철저히 관찰해야 한다. 식품부문은 식약청에서 이번에 낙지를 포함한 식품의 중금속 함량을 조사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문제와 관련된 과학적 입장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어서 연체류, 갑각류, 패류의 올바른 조리 및 섭취 가이드라인, 대상물품에 대한 시험검사 방법의 개선도 함께 제시할 계획이다.

개인차원에서는 스스로 균형 잡힌 몸을 다져놓아야 한다. 김형렬 교수는 “같은 양의 중금속에 노출 되더라도 건강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특히 철 결핍성 빈혈인 상태에서는 몸에 더 많은 중금속이 축적될 수 있다. 또 어린이나 노약자, 임산부와 만성질환자 등 유해환경에 취약한 몸일수록 균형 잡힌 식사와 꾸준한 운동으로 해독력을 길러야 한다.

기본적으로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게 좋지만 바다 깊숙이 사는 고래나 참치, 상어 등 덩치 큰 어류는 조심한다. 생선엔 유기수은이 들어있는데 몸집이 클수록 함량이 높을 수 있다. 가능한 한 수은 함량이 낮고 오메가-3가 많이 들어있는 생선이 좋다. 연어가 대표적이다.

을지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윤 교수는 “중금속 해독작용에 황이 좋다.”고 말한다. 황 성분은 간에서 중금속과 결합해 수용성 물질로 바뀌는 성질이 있다. 수용성 물질로 바뀐 중금속이 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돼 중금속 해독작용을 한다. 황 함량이 높은 식물성 식품으로는 두류, 마늘, 양파, 양배추, 브로콜리, 부추, 파 등이 있다. 동물성 식품으로는 돼지고기, 쇠고기, 달걀 등이 있다. 특히 돼지고기는 황 함유 아미노산 함량이 높다. 아미노산은 몸에 들어 있는 중요한 항산화제인 글루타티온의 구성 성분으로도 쓰인다. 글루타티온 함량이 높을수록 환경오염 물질 같은 독성 화합물 해독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IP. 내 몸을 갉아먹는 중금속 대처법

● 균형 잡힌 식사가 제일이다.

●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기른다.

● 건설 현장이나 공장의 작업자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주변 주민들도 되도록 중금속 흡입에 주의한다.

● 중금속 중독이 우려되는 직업군과 거주자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본다.

● 어린이, 노인, 임산부, 만성질환자는 유기수은 축적이 우려되는 어류 섭취를 자제한다.

● 황 함량이 높은 식품군을 섭취해 해독을 돕는다.

 

김형렬 교수는 한국산업안전공단 직업병연구센터 직업병 역학조사 전문위원이며 대한산업의학회 학술차장, 사회보장학회 편집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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