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
식용유라고 하면 콩기름뿐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포도씨유, 올리브유, 카놀라유 등 그 효능을 앞세운 다양한 기름이 우리의 음식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바로 건강에 직결된다는 의식이 높아지면서 식용유 하나에도 건강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100세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행복한 삶의 바탕이 될 건강을 위해서라면 뭐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요즘, 식용유 하나를 선택하는 데도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마트에 즐비하게 늘어선 다양한 종류의 식용유를 보고 있노라면 어떤 기름을 어떻게 선택해야 할지 막막하기까지 한다.
그래서 정보를 총동원하여 몸에 좋은 기름과 나쁜 기름을 구별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기름 자체만으로는 좋고 나쁜 것이 없기에 좋은 기름과 나쁜 기름으로 구별하기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다양하고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일반인들은 혼란스럽고 더욱 궁금증만 커져간다. 그래서 좋은 기름과 나쁜 기름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보고, 제대로 건강하게 기름을 먹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PART 1. 드넓은 기름의 바다 탐색하기
식용유라고 하면 먹을 수 있는 기름을 총칭한다. 동물성 기름에서 식물성 기름까지 그 종류가 엄청나다. 드넓은 기름의 바다에서 헤매지 않도록 먼저 기름의 종류부터 찬찬히 살펴보자.
동물성 기름 vs 식물성 기름
일반적으로 기름은 동물성 기름과 식물성 기름으로 나눠볼 수 있다. 알다시피 소기름이나 돼지기름 등이 동물성 기름이고, 콩기름이나 옥수수기름 등이 식물성 기름이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박현아 교수는 “예전에는 동물성 기름을 많이 먹었는데 최근에 이런 것이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고 밝혀지자 식물성 기름이 대두하면서 식물성 기름을 먹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보통 ‘기름’이라고 하면 함께 떠올리는 것이 ‘지방’이다. 동물성 기름이든 식물성 기름이든 모두 ‘지방’이 들어있다. 지방을 분류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지만 대개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으로 나눈다. 동물성 기름은 포화지방, 식물성 기름은 불포화지방이다.
동물성 기름에 들어있는 포화지방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동맥경화를 일으켜서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는 건강의 적으로 알려지면서 불포화지방이 들어있는 식물성 기름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TIP. 포화지방 vs 불포화지방 구별법》
건강정보에 자주 나오는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 이들을 구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상온에서 고체 상태이면 포화지방, 액체 상태이면 불포화지방이다. 소기름이나 돼지기름 같은 동물성 기름은 상온에서 딱딱하게 굳으므로 포화지방, 카놀라유나 올리브유 등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이므로 불포화지방이다. 포화지방의 경우 상온에서 굳는 속도가 빠를수록, 딱딱하게 굳을수록 포화지방이 많다.
불포화지방, 오메가 3·6·9
기름을 크게 동물성 기름과 식물성 기름으로 나누고, 그 성분이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이라는 것까지 알아보았다. 여기서 우리의 관심사는 건강에 해롭다는 동물성 기름에 들어있는 포화지방이 아닌 식물성 기름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이다. 그런데 불포화지방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바로 오메가3, 오메가6, 오메가9이다.
오메가 3 등푸른생선/ 들기름/ 견과류/ 아마씨유
오메가 6 포도씨유/ 옥수수유/ 콩기름/ 해바라기씨유/ 면실유/ 홍화씨유
오메가 9 올리브유/ 카놀라유/ 아보카도유/ 참기름
※ 튀김용 : 콩기름/ 포도씨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씨유
이 중에서 오메가3과 오메가6은 필수지방산이다. 필수지방산이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지만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지방산을 의미한다. 즉 오메가9는 체내에서 만들어지지만, 오메가3과 오메가6은 체내에서 만들지 못하는 것이기에 반드시 음식으로 섭취해야만 한다. 따라서 필수지방산인 오메가3과 오메가6이 다른 기름에 비해 좋은 기름이라고 할 수 있다.
《TIP. 오메가 3·6·9의 또 다른 이름》
오메가 3·6·9는 각각 리놀렌산, 리놀레산, 올레산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이 완벽한 동의어는 아니지만, 오메가3(리놀렌산), 오메가6(리놀레산), 오메가9(올레산)이라고 알아두면 이에 관련된 여러 건강정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ART 2. 기름 제대로 먹는 법? 오메가3과 오메가6의 비율이 관건!
필수지방산이 들어있는 오메가3과 오메가6은 좋은 기름에 속하니 이 둘을 잘 챙겨 먹으면 기름 때문에 고민하거나 건강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들이 좋은 기름인 것은 분명하지만 제대로 먹는 법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박현아 교수는 “같은 필수지방산이고 불포화지방산이라 해도 오메가3과 오메가6을 먹는 비율이 깨진다면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며 “오메가3과 오메가6의 비율을 1 : 4 내지 10의 비율로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먹는 비율이 깨지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오메가3과 오메가6. 이들이 우리 몸 안에서 하는 작용 때문이다.
《오메가3·6·9의 역할》
오메가3 동맥경화 예방, 체내 염증 개선, 알레르기와 혈액 응고 억제, 혈관 확장, 뇌 신경세포 보호, 치매 예방 및 기억력 증진, 체지방 분해 등
오메가6 알레르기와 염증 유발, 혈관 수축, 혈전을 만들어 혈액 응고 등
오메가9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위산 과다분비 억제, 변비 해소 등
오메가3·6·9의 역할은 우리 몸에 필요한 역할들이다. 그런데 이들 비율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가 오메가6을 너무 많이 먹고 있어 상대적으로 오메가3은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대개 콩기름과 옥수수기름 등 오메가6이 들어있는 기름을 많이 먹는데, 이로 인한 오메가6 과잉은 몸 안에 불필요한 염증이나 알레르기 등을 발생시킨다. 아무리 오메가3을 많이 먹더라도 상대적으로 오메가6을 훨씬 많이 먹으면 이 비율이 깨져 염증 반응이 올라가고 혈관이 수축하며 혈소판 응집이 된다.
박현아 교수는 “오메가6은 많이 먹지만 오메가3은 부족한 상태이므로 견과류 등을 통해 오메가3을 채워주고, 집안의 기름도 바꾸어 비율을 맞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오메가3·6·9 섭취의 이상적인 비율》
오메가3 : 오메가6 = 1 : 4 내지 10
오메가3 : 오메가6 : 오메가9 = 1 : 1 : 1
PART 3. 나쁜 기름은 있다?!
좋은 기름, 나쁜 기름을 따지기보다 구성성분을 따져 비율을 맞추는 것이 기름을 건강하게 제대로 먹는 방법이다. 하지만 명백하게 나쁜 기름은 분명히 있다. 가능한 한 피해야 할, 먹지 말아야 할 기름이 있다. 바로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이 들어있는 기름이다.
포화지방 vs 트랜스지방
포화지방은 대개 동물성 기름에 들어있지만, 식물성 기름의 불포화지방을 인위적으로 포화지방으로 만든 마가린이나 쇼트닝도 여기에 속한다. 트랜스지방은 자연계에 있는 지방은 아니다.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기름을 조리할 때 생기는 지방이다.
박현아 교수는 “포화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높여 동맥경화를 유발하지만 좋은 콜레스테롤(HDL)도 높여주는 좋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트랜스지방은 나쁜 콜레스테롤(LDL)은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떨어뜨리며, 체내의 지방을 산화시키기까지 하기에 삼중으로 나쁘다.”며 “트랜스지방을 반드시 피하라.”고 조언한다.
박현아 교수는 서울백병원에서 비만, 영양, 건강증진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미국 피츠버그대학 보건대학원& Health Research Center 교환교수를 역임했으며, 대한가정의학회의 정회원, 보건의료연구원의 객원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