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한국인의 심리코드> 저자)】
서울의 압구정동과 신사동 인근은 일명 대한민국 성형의 메카다. 이 지역에서 식당만큼 흔한 것이 성형외과와 피부과 병원이다. 밤낮을 불문하고 수많은 사람이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그곳을 드나든다. 예전에는 여성이 압도적이었지만 요즘은 남성 전용 성형외과도 생길 만큼 남성의 출입도 늘어나고 있다. 외모도 능력이라고 외치는 사회 분위기는 이렇게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문턱을 닳게 만드는 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또 능력이 있어야 사람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너도나도 자기계발에 열을 올린다. 인생의 동반자 배우자를 고르는 조건에서도 외모와 능력은 좋은 자리를 차지한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우리는 그것을 당연한 조건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이대로 이 물결에 휩쓸려도 괜찮은 걸까?
여자는 외모, 남자는 능력?
많은 결혼정보회사는 말한다. 남성 회원들은 여성의 외모를 많이 따지고, 여성 회원들은 남성의 능력을 따진다고. 연애도 아니고 진짜 결혼을 할 때 외모와 능력만으로 배우자를 결정할까?
실제로는 외모면 외모, 능력이면 능력 한 가지로 배우자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외모와 능력도 고려한다고 하는 편이 맞다. 그럼 우리는 어떤 외모와 어떤 능력이 있는 사람을 원할까?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많은 사람이 자신의 눈이 아닌 다른 사람의 눈으로 외모와 능력을 평가한다.”고 말한다. 배우자를 고를 때도 남의 눈에 예쁜 사람이 나한테 예쁜 사람이고, 남이 능력 있다고 인정하는 사람이 내가 보기에도 능력 있는 사람이다. 외모를 따지고, 능력을 따지는 것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나와 한평생 살 사람을 다른 사람의 눈과 기준에 맞추어 고르는 것은 곤란하다. 나날이 치솟는 이혼율, 낮아지는 출산율을 보면 그 끝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배우자감이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는 금방 알 수 없다. 그래서 돈이 곧 능력이라고 착각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좋은 집과 좋은 차가 있는 사람이 ‘능력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그것은 그 사람의 능력으로 구입한 것이 아니라 부모가 돈이 많을 가능성이 크다. 황상민 교수는 “능력 있는 사람을 만나는 좋은 방법은 능력 있는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내 안목을 기르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내가 만드는 외모 콤플렉스
‘난 왜 이렇게 못생겼을까?’ ‘내 얼굴은 진짜 비호감이야!’라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많은 사람이 진짜 못생기고 비호감인 걸까? 황상민 교수는 “외모에 대해 불만인 사람들은 대부분 이상적이고 멋진 사람을 자신과 비교하고 평가한다.”고 설명한다.
평생 비교를 하면 죽을 때까지 외모 콤플렉스와 함께 살아야 한다. 이렇게 자신의 외모에 만족하지 못한 채로 김태희, 송혜교만 바라보면 인생이 고달프게 마련이다. 황상민 교수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같은 옷을 봐도 어떤 사람은 예쁘다고 하지만 다른 사람은 촌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 얼굴도 마찬가지다. 눈이 어떻게 생겨야 매력적이고, 코가 얼마나 높아야 아름다운 건지는 답이 없다. 물론 이상적인 사람이 마음속에 있고 눈에 보이는 한 어려울 수 있다. 이럴 때는 이상적인 사람을 바꿔보자. 그 이상적인 사람이 바로 ‘나’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내가 된다면 더 나은 외모에 대한 갈망은 사라질 것이다.
나를 사랑하면 능력은 저절로 UP!
스펙! 학력, 외국어 실력, 학점, 경력 등을 총칭하는 신조어다. 우리는 스펙이 곧 능력으로 인정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좋은 스펙을 갖추는 것이 곧 성공하는 길로 생각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땅의 학생, 직장인 등은 스펙 쌓기에 몰입하고 있다. 위로,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이런 스펙주의가 익숙해질수록 상대적으로 스펙이 낮은 사람의 열등감은 심해진다.
그 열등감은 자신이 아닌 남이 만든 잣대 때문에 생긴다. 남의 눈으로 자신을 평가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남의 평가와 시선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바뀔 때마다 그것에 맞춰 살기는 어렵다. 능력도 외모와 마찬가지다. 누가 능력이 있고 누가 무능력한지 정해진 바가 없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자신을 ‘엄친아’와 비교하면 계속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황상민 교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위만 쳐다보며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면 의미 없게 살 수는 없다. 더 가치 있는 일을 찾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은 당연하다.
황상민 교수는 “남 보기에 멋진 자신의 모습이 아닌, 내가 만족하는 나의 모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고 덧붙인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이 시대 젊은이의 ‘불편한 진실’>
1. 부모의 돈을 배우자의 능력으로 착각한다.
능력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지 못하면 돈이 능력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다. 배우자 부모의 돈은 배우자의 능력이 아니다.
2. 외모와 능력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잰다.
남의 눈에 멋진 사람이 아닌 나의 눈에 멋진 사람을 찾아야 한다.
3. 조건이 맞는 사람을 최고의 배우자감으로 여긴다.
결혼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조건만 맞는다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한다는 법은 없다. 단 빠지지 말아야 하는 조건도 있다. 배우자를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다.
황상민 교수는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디지털 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 <대한민국 사람이 진짜 원하는 대통령>, <한국인의 심리코드>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