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
껌 씹기 열풍이 풀고 있다. ‘껌’ 하면 떠오르는 입 냄새 제거나 충치 예방, 졸음 방지 효과 때문이 아니다. 두뇌 활성화를 위해서다. 지속해서 씹는 저작 행위가 뇌 기능을 활성화해 기억력을 높여주고 치매도 예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껌 씹기 붐이 일고 있는 것이다.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암만큼 무서운 것이 치매이다. 기대수명 100세 시대라지만 온전한 정신을 가질 수 없다면 장수는 저주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매를 예방하는 데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온전한 정신으로 인간다운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치매를 미리 막아줄 좋은 습관은 과연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자꾸 깜박깜박! 노인성 건망증? 치매?
K 씨: “지난주 명절 때 가족이 모였는데 무슨 얘기를 나눴더라? 누가 무슨 사정으로 못 왔더라?”
P 씨: “뭐? 언제 모인 일이 있었냐? 그런 적 없다.”
나이가 들면 “아차차! 깜박했네!” 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중장년층이라면 건망증이려니 하지만 노년층에게는 이런 일이 생길 때마다 치매는 아닌가 싶어 걱정되기 시작한다. 위의 두 노인 K 씨와 P 씨도 기억에 어려움이 생겼다. 이 중에 치매가 의심되는 사람이 있을까?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재홍 교수는 “K 씨는 건망증이고, P 씨는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노인성 건망증일 경우 근래에 있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기억을 못할 뿐 전체적으로는 알고 있다. 그래서 귀띔을 해주면 대개 잊었던 사실을 기억해낸다. 반면에 치매일 경우 이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옆에서 힌트를 줘도 기억해내지 못한다.
기억력 감퇴는 노인 대부분이 느끼는 문제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80%~90%가 기억력 감퇴를 호소한다는 연구 조사도 있다. 노년의 기억력 장애를 ‘치매’의 시작으로 여겨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기억력 장애가 생겼다고 다 치매가 되지는 않는다.
이재홍 교수는 “치매는 기억력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지적 능력 전반에 걸쳐 문제가 나타나기에 기억력만 떨어지는 ‘단순 노인성 건망증’과는 구분된다.”면서도 “노인성 치매 초기에는 다른 정신 능력이 괜찮은 가운데 기억력만 먼저 떨어지는 경우가 흔해 단순 노인성 건망증과의 구별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따라서 단순한 건망증으로 보이는 기억력 장애라고 해도 그 횟수가 잦아지거나 정도가 지나치면 치매의 초기 증상일 가능성이 있으니 전문가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성인병을 잡아야 치매를 막는다
어떤 병이든 예방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치매 역시 그렇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재홍 교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이고 다음으로는 조기진단”이라고 말한다.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기억력이나 다른 인지기능의 장애만을 보이고 일상생활 수행능력이 보존된 상태) 단계에서 발견해 치료를 시작해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치매를 미리 막을 예방법은 무엇일까? 이재홍 교수는 “기억력 장애나 치매는 노인병이고, 노인병은 성인병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성인병은 젊어서부터 미리미리 관리해야 발생을 막을 수 있듯이 치매도 일찍부터 성인병을 적극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라고 말한다.
치매를 미리 막는 7가지 습관
1 뇌졸중 위험인자 미리미리 치료하기
고혈압이나 당뇨병, 비만, 고지질혈증, 흡연 등 뇌졸중의 위험인자는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자 알츠하이머 치매도 악화시킨다. 따라서 뇌졸중 위험인자를 적극 피하고 치료해야 한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혈압을 140/90mmHg 이하로 유지한다. 하지만 노인일 경우 갑작스러운 혈압 저하는 오히려 뇌 기능을 떨어뜨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2 머리를 많이 쓰고?적극적인 생활하기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이 교육을 적게 받은 사람보다, 나이 들어서도 사회생활이나 여가생활에 적극 참여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이 늦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재홍 교수는 “교육이나 사회생활로 뇌를 활발하게 사용하면 뇌 신경세포들 사이에 많은 연결 고리가 만들어져 신경세포가 활성화되고, 신경세포 일부가 병이 들어도 기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나이가 들어도 반드시 소일거리를 찾아서 일하고, 독서, 취미 생활, 친목모임 등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3 규칙적인 운동하기
가볍게 걷는 정도의 운동이라도 규칙적으로 하면 치매 발병이 반으로 줄어든다. 몸 상태에 따라 하루에 40~60분, 1주일에 4~5일 정도 운동하자. 뇌 건강에는 근력 운동보다는 수영, 자전거, 빠르게 걷기 등 힘이 덜 들고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면서 하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4 머리 보호하기
머리를 다치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5~10배 이상 높아진다. 머리를 심하게 부딪치거나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특히 오토바이나 자전거,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탈 때에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한다.
5 스트레스는 멀리, 마음은 편안히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는 기억장애를 유발하고 심한 경우에는 뇌세포를 손상시킨다. 이재홍 교수는 “스트레스 때문에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높아지면 뇌에서 기억력과 관련된 해마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기억감퇴가 나타난다.”고 말한다. 마음이 급하거나 정신적으로 피곤할 때 건망증이 잘 생기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긍정적이고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한다. 또한, 평소에 많이 웃고 밝게 살도록 노력한다.
6 약물남용 않기
노인이 되면 여러 약을 먹게 된다. 이 중에는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약도 많다. 신경안정제, 수면제, 감기약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 약물을 과도하게 복용하면 기억력이 떨어져 치매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약물을 조절하면 증세가 좋아진다.
7 뇌에 좋은 음식 찾아 먹기
● 신선한 채소와 과일
채소와 과일 속 항산화 성분은 노화와 치매를 예방한다. 브로콜리, 시금치, 쑥, 검은콩 등에 풍부한 엽산도 뇌 건강에 좋다. 엽산이 부족하면 혈액 속에 호모시스테인이라는 물질이 높아지는데 이 물질이 혈관을 손상시켜 뇌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 등푸른 생선
불포화지방산 특히 DHA가 많아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고지질혈증을 치료한다. 고등어, 꽁치 같은 등푸른 생선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치매 발병이 줄어든다는 보고가 많다.
● 식물성 기름과 견과류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은 들기름, 아마씨유 등과 호두, 아몬드 등의 견과류도 뇌 건강에 좋다.
TIP. 치매 막는 인지건강 수칙 ‘진인사대천명’
● 진땀 나게 운동하고
● 인정사정없이 담배 끊고
● 사회 활동
● 대뇌 활동
●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할 것
이재홍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석사를 취득했으며, 고려대에서 박사를 취득하였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파킨슨·알츠하이머센터 소장을 지냈으며, 현재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로 기억력장애, 알츠하이머병, 혈관성 치매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