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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의 건강칼럼] 췌장암 진단되면 왜 금방 죽나요?

2006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AM은 그의 별명이다. 아침(AM) 일찍 와서 일을 다해놓고, 다른 직원들이 못하는 일까지 다 잘 알아서 처리하는 만능맨(Almighty Man)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가 언제부터인지 늘 피곤하여 매사에 짜증이 나고, 너무 힘들어 늘어지고, 아무 재미가 없어, 틈만 나면 드러눕고 싶었다.

아침에는 팔다리가 아프고 무거워 일어날 수가 없었다. 뻑뻑한 눈을 겨우 떠보면 세상이 뿌옇게 보였다. 지난번 신체검사에서는 이상소견이 없었다. 그런데도 왜 몸이 이처럼 무겁고 답답한 것일까?

동료들은 ‘과음· 과로하여 간장기능이 저하되어 그러는 것’이라고 하여, 꽤나 비싼 간장약을 지어 여러 달째 먹었지만 오히려 몸은 더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주 용하다고 소문 난 의원을 찾아갔더니, ‘황달병인데, 간에 열이 차고 몸이 허해서 생긴 혈액순환장애’라고 진단하였다. 그는 쓰디쓴 약물을 수주일 동안 정성들여 먹었다. 그러나 별로 좋아진 것은 없고, 목이 타고 입이 쓰고, 어지럽고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배변이 나쁘고, 소변이 샛노랗고 성기능은 아예 망가져버렸다. 얼굴과 눈이 노랗게 변했다.

그는 다시 정밀검진을 받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매우 힘들고 겁나고 무서운 검사를 여러 날 받았으나 진단은 얼른 떨어지지 않았다. 며칠 후 종양표지항원 POA와 CA19-9가 양성, 즉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사람들은 ‘피곤증은 간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그저 보약이나 간장약이나 먹고 지내다가는 정 이사와 같이 큰일을 당하는 수가 적지 않다.

특히 췌장암은 다른 병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다. 췌장은 우리 몸 중앙에 위치하며 가장 큰 소화제 공장이다. 또한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만들어 내어 탄수화물과 지방, 단백질 대사에 관여한다. 췌장암에는 우선 ‘황달과 복통과 체중감소’라는 뚜렷한 증상이 있다. 일반 X선 사진으로는 진단이 어렵지만 단층촬영이나, 경험 많은 초음파 전문의는 알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혈청면역학검진을 통하여 췌장암에서 발견되는 CA19-9와 POA와 AN2 같은 종양항원검사를 하면 고통 없이 조기 진단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런데 왜 췌장암은 찾기 어렵고 일단 발견되면 곧 죽는다고 하는가? 여기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췌장은 앞에는 위, 상부로는 간과 담낭, 옆으로는 비장과 십이지장, 뒤로는 대동맥 대정맥 림프총관 척추 등이 복잡하게 위치해 있어서 그 증상이 옆 장기 질환과 혼동되기 때문이다.

둘째, 해부학적인 구조 때문에 암의 전이가 빨라서 옆 장기로 전이된 암이 동시에 발견되거나 먼저 발견되어 어느 것이 먼저인지 구분이 어렵고, 수술도 매우 어렵다.

셋째, 어지간한 종합검진에서는 췌장암 검사 항목이 없다. 몇 십만 원대 검진에서도 췌장암에는 관심이 없다. 이 검사는 매우 비쌀 뿐 아니라 특별한 기술을 요하기 때문이다.

넷째, 우리 전통적 신체개념을 차지하고 있는 오장육부 체계에는 췌장이라는 장기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아서 관심이 적다.

췌장암이 치명적임은 사실이다. 배가 아프고 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되고 체중이 떨어지고, 자주 피곤하고 소화장애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췌장에 한 번쯤 관심을 가져볼 필요성이 있다. 췌장암은 진단이 쉽다. 빨리 발견하면 죽는 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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