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Q 사장(59세)은 미남이고 키도 크다. 매년 보약을 먹고 늘 영양제와 간장약을 상시 복용하였다. 헬스클럽과 골프모임에도 빠지지 않았다. 그는 R병원 종합검진센터 정규회원으로 등록되어 봄에 종합검진도 받았다. 검진 결과는 작년과 거의 같았다. 약간의 고지혈증과 다소의 지방간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난 여름, 세상은 꽃들과 햇빛으로 밝아져 갔지만 그의 몸과 마음은 왠지 무겁고 피곤하고 자꾸 짜증이 났다. 그는 다시 재검을 받았다. 한두 달 사이였지만 검사 결과가 좀 더 나쁘게 나왔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CT 촬영을 해보라고 하였다. 서둘러 CT 촬영을 받았는데 결과는 다음 주에 보러 오라고 하였다. 일주일간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나 불안하여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체중이 빠지고 얼굴은 더 까맣게 변했다.
결과 날짜가 되어 담당 선생님을 만났는데, 대답은 간단했다. “별 특별한 이상 없으니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지내라.”고 하였다. 겨우 그 말 들으려고 큰돈 내고 힘든 검사 받고 일주일이나 마음고생을 하였던가!
이튿날 동문회 모임에서 옆에 앉은 의사친구로부터 혈액정밀검진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나는 매년 종합검진을 하고 있어. 금년에도 두 번이나 했는데 또 혈액검사를 해?” Q 사장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에게 의사친구는 “현대의학에서는 혈액으로 수백 수천 가지 검사를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피를 뽑아서 검사한다고 해도 다 똑같은 검사인 것은 아니다.”면서 “이번에는 암을 극초기(Early stage)에 찾아낼 수 있는 종양표지자(Tumor-markers)검진을 중점적으로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하여 Q 사장은 혈액정밀검진을 받으러 갔지만 반신반의였다.
혈액검정밀검진(Hematologic assay) 결과 그는 간디스토마에 걸려 있었는데, AFP와 ALP2, TPA 등 암표식자항원(Cancer-antigen) 수치도 증가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간디스토마로 인하여 그럴 수도 있으니 디스토마를 먼저 치료하고, 며칠 후 다시 검사해보기로 하였다.
그런데 며칠 후 검사결과 수치는 약간 더 높게 나타나고, 특히 ALP2가 많이 증가되고 있었다. 진단은 초기 간담도암(Early Choledochal Ca.)일 수밖에 없었다. 극초기암(Early Ca.)은 그 크기가 매우 작아서 CT같은 거시적인 검사(Macroscopic Exam)에서는 아직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였지만, 그는 화를 벌컥 내고 나가버렸다. 그날 저녁과 이튿날에도 매우 불쾌하다는 전화가 왔다. 며칠 후 그는 또 MRI도 해보았지만 암이 아니라고 하였다며, 암이 아닌데 암이라고 말해서 자신이 더 죽을 지경이 되었으므로,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하였다.
그렇게 여름은 지나가고 가을이 가고 또 겨울이 오고 있었다. 어느 날 Q 사장에게서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가슴이 덜컥하였다. 하지만 내용은 그게 아니었다. 자신은 S대 병원에서 담도암 수술을 받고서 몸이 매우 좋아졌고, 암을 극초기(Early stage)에 알려줘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반가운 내용이었다.
그의 암표식자 수치는 이제 완전히 정상 정도까지 내려왔다. 그는 오늘도 친구들에게 혈액정밀검진을 받아보라고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