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황완균 교수】
【도움말 | 화장품 컨설턴트 구희연】
피부 트러블이 생기면 여성들은 병원에 가는 대신 화장품을 바꾼다. 아침밥은 굶어도 맨얼굴로 직장에 출근하는 ‘강심장’은 드물다. 고가의 화장품은 선물용으로도 인기다. 그런데 화장품은 우리가 생각하듯 안전하고 효능이 뛰어난 것일까? 화장품 회사의 마케팅처럼 스킨-로션-에센스-크림 순으로 많이 바를수록 좋은 것일까?
고가 화장품에 대한 맹신을 버려라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황완균 교수(향장미용 전공)는 “많은 종류의 화장품을 바를 경우 피부 호흡이나 과영양화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기초 4종 세트’란 말에 현혹되지 말라는 얘기다.
화장품 컨설턴트 구희연 씨는 “화장품 가짓수를 줄이는 게 피부 보호의 첫 걸음”이라며 “화장수, 크림, 자외선차단제를 최소량만 발라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구 씨 역시 대학 때 심한 아토피를 앓아 안 써본 화장품이 없을 정도였다. 저가부터 수백만 원 대 화장품까지 사용했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심리적 만족이나 자기과시를 위해 명품 가방을 산다. 화장품은 이와 다르다. ‘값비싼 화장품=효능이 뛰어난 제품’이란 고정관념이 퍼져 있다. 화장품 회사에서 근무한 구 씨는 “화장품 원가는 소비자가의 6%에 불과하다.”며 “유통?판매비용이 40%, 광고마케팅비가 30%가 넘는다. 화장품 회사 직원들이 오히려 원가를 너무 높게 잡은 것 아니냐고 말할 정도”라고 말했다. 고가 화장품에 대한 맹신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화장품에도 ‘플라시보(위약) 효과’가 있다. 미국에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1군 참가자들에겐 레티놀 화장품을 미리 성분을 알려준 뒤 피부에 바르게 했다. 2군 참가자들은 레티놀 화장품을 발랐지만 성분을 몰랐고, 3군은 레티놀이 함유돼 있지 않은 화장품을 레티놀 화장품으로 오인한 채 발랐다. 4군에는 실제 수분크림을 사실 대로 밝혔다. 구 씨는 “1군-3군-2군 순으로 효능이 나타났다.”며 “CF 모델이나 가격에 좌우되지 말고 제품 성분이 선택 기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장품에 약품 이상의 효능을 기대해선 안 된다는 조언이다.
화장품은 보약이 아닌데도 과다 사용으로 피부과에 오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 황완균 교수(향장미용 전공)는 “자신의 피부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꼭 필요한 제품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며 “알코올류와 방부제 등이 함유돼 있지 않고 품질 관리가 잘 된 저자극성 성분 제품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적당한 수분 공급과 자외선 차단이 피부 보호에 가장 효과적이다. 구 씨는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고르려면 엄마나 언니, 이모의 화장대를 살펴봐야 한다.”며 “좋은 피부를 결정짓는 70%의 요인이 유전이다. 나와 가장 비슷한 피부를 지닌 엄마의 ‘화장품 역사’를 살펴보라.”고 권했다. 엄마가 사용해 효과를 봤거나 피부 트러블을 일으킨 제품을 파악하라는 것이다.
유아기 때는 피부에 많은 분비물이 분비되고, 피부의 탄력 유연도가 좋아 가능한 한 화장품을 바르지 않는 게 좋다. 화장품을 바르더라도 깨끗이 클렌징을 해야 피부 발진을 예방할 수 있다.
황 교수는 “향이 강한 화장품을 선택하는 남성들이 있다.”며 “에센스를 녹이기 위해 다량의 알코올을 함유했을 가능성이 있다.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파라벤 함유 화장품 쓰지 말라
우리나라는 2008년 10월부터 화장품 전성분 표기제가 시행하고 있다. 파라벤류는 다른 방부제에 비해 배설이 잘 되지 않아 내분비 교란을 일으킬 수 있어 식용으로 금지돼 있다. 화장품에는 일정 농도 이하로 사용해도 된다.
구 씨는 “파라벤 성분이 든 화장품은 안전성이 우려되므로 구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은 ‘노(No) 파라벤정책’을 내건 천연화장품도 나와 있다. 구 씨는 “파라벤의 인체 유입량이 식품보다 화장품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무 파라벤 제품’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화장품 회사들은 황색 색소를 넣어 크림베이지빛 로션을 만들고, 여름에는 청량감을 주려고 청색 색소를 첨가한다. 구 씨는 “기초화장품에 단지 예쁜 색을 내기 위해 착색료를 넣고 있다.”며 “화장품에 들어가는 타르 색소는 90여 종에 달한다. 12종은 식품첨가물로 허가된 것이지만 79종은 식품첨가물로 금지된 것으로 대부분 암이나 간장 부종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구 씨는 “타르색소의 발암성과 접촉성 피부염, 안전성을 우려하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며 “타르색소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고 우려했다.
서양에서 잘 판매되는 제품군은 주름 및 노화 개선 제품과 태닝 제품인 반면 아시아는 단연 미백 제품이다. 구 씨는 “수은 함유 화장품이 중국과 한국에서 몰래 제조돼 미백에 효과가 높은 제품으로 둔갑해 일부 병원과 피부관리실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은은 마법처럼 즉각적인 피부 미백 효과를 주지만, 피부에 발랐을 경우 콩팥과 신경 계통에 손상을 가져오며 만성 중독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 화장품에는 사용이 금지된 성분이다.
아이젤, 데이용 아이크림, 나이트용 아이크림, 아이 전용 선크림…. 면세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눈 제품들이다. 눈가 피부는 두께가 0.04mm에 불과해 전신의 피부를 통틀어 가장 얇다. 유?수분량도 얼굴 다른 부위보다 훨씬 적게 공급해야 한다. 아이크림을 많이 바르면 눈가 피부를 망친다. 구 씨는 “35세 이전 여성은 아이크림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입술에 바르는 립스틱도 문제다. 음식을 섭취할 때 상당량을 먹기 때문이다. 구 씨는 식사 전 립스틱을 지우는 습관을 갖고 있다. 대다수 립스틱 제품을 비식용 색소로 만들기 때문이다. 구 씨는 “중고생들이 입술에 바르는 틴트에는 식용색소인 적색2호가 첨가돼 있다.”며 “적색2호는 미국에선 발암물질이 의심돼 사용이 금지된 지 오래 됐다.”고 말했다.
기초화장품을 바른 후 어떤 방어막도 없이 색조 제품을 피부에 바르는 것은 위험하다. 색조 화장을 하기 전 반드시 베이스류나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줘야 한다. 특히 메이크업 제품은 피부에 흡수되지 않는다. 그만큼 피부 호흡이나 생리에 영향을 주므로 메이크업 제품을 사용한 후 반드시 클렌징으로 깨끗이 씻어내야 한다.
천연 & 유기농 한방화장품 과연 효능 있나
화장품은 유통기한을 잘 지켜서 사용해야 한다. 쓰다 남은 잔여물을 다시 화장품에 담아선 안 된다. 용기에서 나온 순간 산화되기 때문이다.
생산지와 유통 경로가 일정하지 않은 제품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화장품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외제 브랜드 선호 현상도 문제다. 황 교수는 “수입 원료 제품에 대한 회사 및 국가의 품질관리 시스템이 잘 돼 있지 않아 질 낮은 원료, 즉 중금속이나 다른 물질이 오염된 원료가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천연 화장품이나 유기농 화장품이 이름만큼 효능이 있는 지도 의문이다. 황 교수는 “한방, 식물 등 무늬만 천연 화장품인 제품도 많다.”며 “유기농이란 ‘살아있는 화장품’이란 뜻이다. 화장품이 살아 있기 위해선 생산?유통에 대한 품질 관리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현재 한방화장품의 기준은 국내에 없다. 한방추출물이 들어가면 한방화장품으로 표시할 수 있다. 발효를 시키면 고분자 물질이 저분자물질로 분해되어 흡수가 촉진된다. 여기에서 착안해 발효화장품이 출시됐다. 황 교수는 “천연화장품처럼 어느 정도 성분이 함유돼야 발효화장품이라고 볼 수 있는지 명확한 근거가 없어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완균 교수는 중앙대 약대 약학전공 주임교수 겸 약품자원식물학교실 교수, 분자조절신약개발연구소장으로 있다.
구희연 씨는 중앙대 의약식품대학원에서 향장학을 전공했다. 화장품 제조사에서 근무하다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란 고발서를 공동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