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도움말 |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
병원과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감이 점점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이 많이 제기되었다. 병에 걸렸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의 불친절함 때문에 불쾌했다는 환자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짧고 성의 없는 상담 시간이 황당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환자는 등을 돌리고, 의사는 그런 환자들을 외면하면서 깊은 골이 생기고… 계속되는 악순환으로 결국 남은 것은 불신뿐이다. 최근 그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의사와 환자, 이것이 문제!
갑자기 덜컥 내 몸에 이상이 생긴다면, 사람들은 이성적인 심리 상태를 갖기 힘들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현실 속으로 성큼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 상태에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사람이 의사이다. 내 몸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길을 제시해주는, 환자에게는 현실적인 의지 상대인 것이다.
의사와 환자간의 만남은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이지만 의학지식을 가진 의사의 치료 권유를 환자가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불평등한 관계이기도 하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가정의학과 김대현 교수는 이러한 불평등한 관계에서 서로간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불신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의사는 보험제도와 낮은 의료수가의 제약으로 많은 환자를 빨리 진료해야 하고, 보험 인정을 받지 못하는 최선의 진료는 제한 당하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진료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환자의 지식 정도에 따라 적절한 설명을 하지 못하기도 하며, 다양한 성격 유형에 맞추기 어려운 점도 그 원인이 된다.
그 결과 환자들은 설명 불충분, 공감(정서적) 부족, 동반자 관계 부족(환자가 치료에 대한 결정권 약함), 존중 부족 등을 느끼며 의사에게 신뢰감을 잃어가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가장 중요!
너무 많은 환자에 대한 부담감과 의료 세분?전문화로 인해 의사들은 지금까지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생의학적인 측면만을 강조하고 정신?사회적 측면은 소홀히 해왔다.
김대현 교수는 커뮤니케이션 기법에 대한 고려가 없는 의료인은 심리적, 신체적으로 약한 상태의 환자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자신의 기준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인간은 항상 커뮤니케이션을 왜곡할 가능성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는 면담을 잘하기 위해서 먼저 왜곡 가능성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의사가 환자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것이 좋은지 김대현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보자.
▶기본적인 실수를 고친다
기본적인 실수로는 환자의 대화를 이해했다는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전문 용어를 남용하거나, 비언어적인(예 : 상담하기 좋은 환경) 커뮤니케이션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있다. 이러한 기본적인 요인들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자의 생각이나 기분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환자가 말하고 전달하고 싶어하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자신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 느끼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의료인 자신의 해석을 가하지 않고 환자의 생각이나 기분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환자가 문제를 잘 표현하고 정리하도록 도와준다
환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나 전하고 싶어하는 것을 잘 말할 수 있도록 하고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가를 정리하도록 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데 매우 중요하다. 마음속의 불안이 있을 때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다른 사람이 이해해주면 실제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 데도 정신적으로 편안해지기 때문에 환자가 이야기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환자의 불안을 덜어주게 된다.
▶환자의 관점으로 설명한다
환자의 질문에 대답하거나 의사가 필요한 설명을 할 경우 의사 자신의 틀 속에서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가면서 설명해야 한다.
▶환자의 자율성을 촉진하여, 격려하고 지지한다
격려는 환자의 자율성을 촉진하는 것이다. 환자가 자율적으로 하려 할 때 그 노력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지지이다. 지지하면 자율성은 더욱 강화된다. 의존적이 되기 쉬운 의료의 특성상, 환자에게 자율성을 가지도록 도와주는 것은 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현재, 의사와 환자의 문제점을 파악한 의료계에서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인정, 각 대학에서는 의료 커뮤니케이션 과목을 신설 중이다. 이미 이 과목을 개설해,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대학도 있다.
환자는 나의 아픔을 공감해주는 의사를 원한다. 의사 역시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환자를 원한다.
김대현 교수는 의사는 환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동반자의 관계로써 존중하며, 우수한 의학지식과 능력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고 환자 역시 의사를 이해하도록 노력하고 의사를 믿고 따르려는 태도를 가지고 의사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의사와 환자, 조금만 더 신경 쓰고 관심을 가져서 더 이상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서로를 불신하는 관계는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