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 교수】
전 세계 남성암 발생률 1위, 사망률 2위인 암이 전립선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암 증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전립선암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우리나라도 서구화된 식생활 습관으로 인해 해마다 전립선암 증가율이 높아져 이제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고 한다. 남성의 암, 전립선암에 대해서 알아본다.
재작년 초 환갑을 넘긴 J 씨. 환갑 때까지 병원 한 번 가보지 않았던 건강 체질이었다. ‘인생은 60부터’라는 생각에 더욱 더 건강하게 살리라 다짐을 했건만….
“그러니까, 아마 환갑 생일잔치를 한 뒤부터 오줌을 누고 돌아서기 무섭게 다시 화장실에 가고 싶더라고요.” 그뿐만 아니었다. 야간뇨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자니 신경도 예민해졌다. ‘나이 탓이겠거니…’ 하며 버티기를 수개월. 어느 날 갑자기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아뿔싸, 그제서야 뭔가 일이 심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느끼고 당장, 병원에 달려갔지요.”
그랬더니 이게 웬일인가? 전립선염도 아니고 전립선암이라니…. 소변이 안 나오기 전까지는 소변 볼 때 약간 불편한 것 빼고는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다고.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찾아온 전립선암은 한때 J씨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놓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워낙 기초체력이 좋았던 탓에 수술이 잘 되어 지금은 예전과 다름없는 건강을 되찾았다고 한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몸인데, 나이 먹고 수술하고 싶은 사람 별로 없겠죠. 그렇게 건강 챙긴다고 수선을 떨며 지냈는데 50대 중반부터 비뇨기과 정기 검진을 받았으면 어땠을까요? 바로 그 점이 제일 아쉬워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1년에 한 번은 꼭 비뇨기과 검진을 받으라고 권유하는 건강전도사가 됐답니다.”라며 “가족력이 있는 암이니, 아들 녀석에게도 누누이 채식 위주로 식사하고 전립선 조심하라.”고 한다며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모습이 활력에 넘친다.
‘나이 탓이겠거니’가 병 키워
전립선암은 50세 전후로 생기기 시작해 65세가 넘어가면 급격히 발생률이 증가하여 ‘고령자의 암’ 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이 전립선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전립선은 방광 아래, 직장 앞에 위치하며 여러 장기와 기관 사이에 은밀하게 둘러싸여 있는 밤톨같이 생긴 녀석으로 남성의 성기능과 배뇨활동에 관여한다. 방광과 요도 사이에서 소변을 원활히 배출하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정액의 일부를 만들며, 정자에 영양을 공급하여 정자가 활발히 운동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남성호르몬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전립선이 망가지면 성생활에도 지장을 초래할 수 있어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비뇨기과 천준 교수는 “전립선은 몸 안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유방암 자가 진단하듯 만지거나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초기에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습니다. 그래서 배뇨 등 몸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방문하면 이미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가 많습니다.”라고 한다.
특히, 환자 대부분이 ‘고령으로 인해 배뇨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해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천 교수는 “전립선암은 조기에만 발견하면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고 비교적 치료 효과도 높은 ‘부드러운 암’이지만, 등뼈나 골반 뼈 등 주변으로 전이가 된 말기에 발견하면 통증으로 인한 고통도 심하고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위험한 암으로 돌변합니다.”라며 조기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또 하나! 전립선암은 전립선비대증 및 전립선염과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더 조기검진을 통해 자신의 상태가 어떠한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암과 관련이 없지만 전립선염은 곧장 암으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나이나 기타 요인으로 인해 전립선염이 암에 걸릴 만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전립선염 환자들은 더욱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좋다.
☞혹시 나도? 전립선암의 일반적인 증상
-밤에 소변이 마려워 자주 깬다.
-오줌 줄기가 가늘고 힘이 없다.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다.
-소변을 봐도 개운하지 않다.
-소변을 참기 힘들거나, 참지 못하고 지릴 때가 있다.
-요도에 불쾌감이 있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
-아랫배가 뻐근하고 불쾌한 느낌이 든다.
-허리, 엉덩이, 넓적다리 등에 통증이 느껴진다.
일 년에 한 번, 조기검진이 최선
‘폐암’하면 흡연을 떠올릴 정도로 흡연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과 달리 전립선암의 뚜렷한 원인은 아직 없다. 그러나 서구화된 식습관과 동물성 지방의 과잉섭취 및 칼슘 과잉섭취, 비타민 D의 부족과 같은 환경적인 요인을 들 수 있고, 가족력의 영향 및 인종과 나이, 남성호르몬의 영향 등이 전립선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가족력이 있는 경우 40대부터, 그렇지 않을 경우 아무런 증상이 없더라도 50대 초반부터 매년 한 번 간단한 혈액검사인 전립선 특이 항원 검사(PSA)와 직장수지검사 등 전립선암 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 후, 경우에 따라 전립선의 상태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는 경직장 초음파 검사, 전립선암을 확진하는 데 필요한 전립선 조직 검사, 암 진행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CT, MRI, 골 스캔 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한편, 암으로 진단되면 암의 진행 상태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진다. 암이 ▶다른 곳에 전이되지 않고 국소적일 경우 환자의 나이, 건강상태, 병기 등을 고려해 개복· 복강경·냉동·로봇수술이나 방사선요법을 많이 쓰고 ▶다른 곳에 전이 되었을 경우 남성호르몬을 억제하는 호르몬요법이나 항암요법 등을 이용하여 치료한다.
또한, 조기검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식생활인데 전립선암을 예방하려면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이고 비타민과 무기질이 많이 들어 있는 채소와 과일 섭취를 늘리되, 된장·청국장·두부 등 콩으로 만든 음식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콩에는 암을 억제하는 이소플라본, 콜레스테롤을 없애는 리놀산 등 여러 가지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 있고, 특히 이소플라본 중 하나인 제니스타인이라는 물질은 전립선암이 발생하는 초기 단계에서 암 생성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천 교수의 설명이다.
이밖에 토마토, 당근, 브로콜리, 양파, 곡물, 해산물, 견과류, 달걀, 녹차, 마늘 등은 항암효과가 탁월하며 전립선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준다. 이 중 토마토는 날것보다 익혀 먹고, 마늘은 가급적 생으로 먹는 것이 그 효과가 뛰어나다.
천준 교수는 “우리나라는 서구에 비해 전립선암 발생률이 낮지만,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최근 그 발병률이 해마다 15%씩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조기검진 등 예방법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높지 않습니다.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해서 적절히 치료하면 생존율이 높고 완치가 가능한 병인데, 조기검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병을 키우고 와서 고생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라며 꼭 50세가 넘으면 매년 한 번 가까운 동네병원을 방문하여 전립선암 검진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전립선암 예방하는 생활수칙 7가지
-? 50대 이상 남성은 증상이 없더라도 매년 한 번 전립선암 검진을 한다.
–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40대부터 매년 한 번 검진을 받는다.
– 콩으로 만든 음식을 즐긴다.
– 동물성 고지방을 피하되, 신선한 채소와 과일섭취를 늘린다.
– 황산화물질인 리코펜이 풍부한 토마토를 익혀서 섭취한다.
– 주 3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 운동을 한다.
– 전립선에 문제가 있다면 금연보다 과도하게 음주를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