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한국아동·청소년 심리상담센터 이향숙 소장】
많은 부모들이 자녀끼리 싸울 때가 가장 속상하다고 한다. 따라서 자녀의 싸움이 잦을 경우 아이를 양육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되고, 심지어는 아이들이 싸우는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죄책감에 시달리기까지 한다는데…. 사이좋게 우애 있는 아이로 키우는 양육법에 대해 알아본다.
견원지간도 아닌데… 애들이 싸우는 것은 내 탓?
“야, 너! 그만해!”
“싫어~ 형도 저번에 그랬잖아.”
“이씨~~~”
“우당탕탕… 쾅”
급기야 동생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이 녀석들 정말, 만날 싸우니!”라는 엄마의 고성이 울려 퍼진 후에야 집안에 평화가 찾아든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지만 형제, 자매가 많은 것도 아닌데 유난히 잘 싸우는 아이들이 있다. 나중에 부모가 없으면 제일 의지해야 할 형제지간에 싸움이 잦으니 한숨이 절로 나오는 부모들. 자라서까지 싸움만 하고 형제지간에 우애가 없을까봐 염려된다고. 혹시 당신도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가?
한국아동·청소년 심리상담센터 이향숙 소장에 따르면 “형제간에 싸우는 이유는 대개 ‘내가 이기고 싶고, 내가 더 인정받고 싶고, 사랑을 받고 싶다’는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밝히고 “이는 부모로부터 자기가 더 나은 아이로 인정받고 싶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에 의해 나타난 것으로서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기본적인 욕구”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실은 내 사랑을, 내 몫을 나누고 경쟁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어떠한 조건에 따라 조건적으로 사랑을 받는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 또 하나 아이들이 싸우는 이유는 부모의 차별적인 양육 태도에서 비롯된다. 형제간 싸움의 불씨를 제공하는 부모의 태도는 크게 3가지 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비교하는 태도이다.
가령 “넌 형처럼 잘 할 수 없니?”, “동생은 잘하는 데 넌 왜 그러니, 동생한테 창피하지도 않아?” 혹은 칭찬을 할 때도 “넌 ??보다 잘 하는구나!”라는 식으로 아이를 비교하는 것은 좋지 않다.
▶둘째, 무조건 공평하게 나누려는 태도이다.
가령 먹을 것을 나눠줄 때 아이에게 무조건 똑같이 나눠서 주는 것이 공평하고 좋을 것 같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이향숙 소장은 “이는 자칫 쓸데없는 경쟁심만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럴 때는 ‘넌 몇 개를 먹고 싶니?’라고 물어보고 먹고 싶은 만큼 먹게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좋다.”고 조언한다.
▶셋째, 부정적인 자아상을 심어주는 태도이다.
이 역시 아이들의 싸움을 조장하는 불씨다. 가령 형이 동생의 과자를 뺏어 먹었을 때 “너 또 동생 것 뺏은 거야? 넌 왜 그렇게 욕심이 많니?”라는 식의 말은 아이에게 ‘넌 원래 그런 아이야!’라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심어 줄 수 있다. 이때는 “??야, 동생 것은 돌려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아이의 행동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
싸움, 무조건 뜯어 말려야 할까? “말리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싸움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향숙 소장은 “어느 정도 형제간의 갈등은 또래와의 사회적 관계를 연습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한다. 특히 형제간의 다툼을 통해 아이들은 문제에 대처하고 해결하는 힘을 기르게 되며, 많은 대화를 나눔으로써 성장하면서 친구관계의 갈등상황에 부딪쳤을 때 타협, 배려 등 문제해결 능력의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부연한다.
이렇듯 형제간 갈등은 사회적인 기술을 발전시키고 협상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것을 배우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형제 관계는 변하지 않고 청소년기까지 이어질 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형제간의 경쟁의식 및 친밀감에 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이들의 싸움이 지나치게 잦다면 이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모색해 봐야 한다.
아이들의 잦은 싸움, 부모 입장에서는 말릴 수도 안 말릴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지기 쉽다. 무조건 잘잘못을 따지며 아이들의 싸움에 개입하면 잠시 상황은 정리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앙금을 남기기 쉽게 되는 등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전혀 개입하지 않을 경우 손위의 형제가 손아래 형제를 마음대로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싸움을 말리는 데도 기술이 필요하다.
이향숙 소장은 “아이들끼리의 싸움에서 부모가 ‘심판관’이 되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에 대해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히고 “오히려 이런 부모의 행동이 형제간의 경쟁심이나 질투심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에 이보다는 아이들에게 최소한의 규칙을 정해주고 싸운 후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자녀의 싸움을 말릴 때는 부모가 손아래 형제의 감정이나 요구에 대해 손위의 형제에게 이야기 해줘야 하는 것도 잊지 말자.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반드시 일상생활 속에서 녹여내야 한다.
생각해 보라! 만약 혼이 나는 상황에서 부모에게 동생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아이는 이를 자신에 대한 공격이자 차별로만 받아들이고 부모에 대한 반발심만 키우게 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일상에서 심각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자주 다른 형제의 감정과 부모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아이의 감정도 읽어줄 필요가 있다.
이 소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아이는 차별받는다는 선입견 없이 다른 형제의 감정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이처럼 부모가 아이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서 동생을 같이 돌봐주는 사람으로서 역할을 주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사이좋은 형제로 만드는 법!
형과 동생이 각각 다른 인격체임을 인식하라!
대부분의 부모는 형제를 같은 학원, 또는 같은 학교에 보낸다. 하지만 이것은 아이를 위해서라기보다 부모가 편하고자 선택한 경우가 많다. 아이를 같은 곳에 보내면 아이들이 서로 의지할 수 있어서 좋을 것 같지만 둘 사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누구의 언니나 형, 동생’으로 불리면서 형제간의 경쟁심을 더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향숙 소장은 “아이들은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갖고 있는 독립된 존재입니다. 따라서 가급적 두 아이가 서로 의식하고 비교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말한다.
큰 아이에게 동생을 맡기자 말아라!
아직 큰 아이는 부모를 대신해서 동생을 보살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데 동생을 맡기면 융통성 없이 규칙만을 강조하면서 굉장히 엄격하게 굴 가능성이 크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모보다 더 무섭게 동생을 학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동생 입장에서는 무척 억울한 일이다. 무엇보다 큰 아이는 동생을 다스리느라 힘들어하고 동생은 형이나 누나에게 당하느라고 힘들어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수 있다.
형제간의 서열 세우기에 공정하라!
큰 아이는 동생을 돌보고 아끼는 마음을 가져야 하고 동생은 큰 아이를 존중하고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단지 ‘큰 아이라서 존중해야 하고, 동생이기 때문에 무조건 보호하라’는 식의 주입식 교육과 같은 일방적인 부모의 ‘줄 세우기’와 서열에 따른 차별대우는 아이들에게 결핍감과 우울감을 심어주고 또 서로를 경쟁자로 인식하는 생각을 부추긴다. 따라서 맏이와 막내의 서열에 따른 책임과 의무를 분명히 인식시켜 주되, 각각의 도리와 임무를 설정하는 데 있어 항상 공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동생 앞에서는 큰 아이의 체면을 살려라!
자녀간의 서열 세우기에 공정하게 대한다고 해서 맏이와 막내를 똑같이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맏이는 형제·자매간 규율을 유지해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에 리더로서의 입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언제라도 부모가 없을 때는 맏이가 부모를 대신해야 함을 양쪽 모두에게 인식시켜서 서로의 관계를 규정해 준다. 또한 동생이 보는 앞에서는 큰 아이를 나무라는 것은 좋지 않다. 동생은 큰 아이를 무시하게 되고 큰 아이는 기가 죽어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된다. 나이가 어리더라도 큰 아이는 큰 아이로서 분명한 권한을 갖고 있음을 동생이 느끼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