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요새 사람들은 몸에 좋다 하면 뭐든 다 먹는다. 몸보신이다, 정력제다, 건강식품이다, 보약이다 하면서…. 가리는 것이 별로 없다.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할 겨를도 없다. 이런 것들에는 아플라톡신이나 HCA 등 간 독성물질이 있어서 소위 독성 간장애 또는 중독성 지방간의 원인이고, 또 오래되면 간암이 될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두주불사(斗酒不辭)’라 하여 술 잘 먹는 걸 무슨 자랑으로 안다. 수도 없이 여러 종류의 유명한 술을 정신 나가도록 먹어 보았다고 훈장처럼 자랑한다. 이런 사람은 알코올성 지방간(Alcohoic fatty liver)을 예약해 놓은 것이다. 이렇게 되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간경변(Liver cirrhosis)과 간암(Hepatoma)으로 진행된다. 이것이 결국 우리나라 중년 남성 사망률을 세계 최고로 만든 바로 그 원인임을 그 자신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우리나라 B형 간염(Hepatitis B) 이환율은 선진국에 비해서 10배 정도 높고 우리와 비슷한 GNP를 유지하는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그룹에 속한다. 그것은 또 무엇 때문인가? 십 수 년 전에는 B형 간염을 혈청성간염(Serotic hepatitis)이라고 표기한 바 있었다. 수혈에 의해서만 감염된다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그것의 실제 전염 경로는 수없이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간염의 우세는 술잔을 돌리는 예절(?)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또 가족 중 한 사람만 걸리면 다른 식구들까지 전염되고, 간염이 오래가면 간경화가 되고 또 곧 간암이 된다.
또 어찌된 일인지 “간염에는 약이 없다.”고 말하고 듣고 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약을 먹지 않고 이상한 단방약을 쓰거나, 비싸고 구역질나는 것들을 먹거나, 무슨 식이요법 등에 열중하다가 간염이 더 심해져서 결국 수명을 단축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이제는 간염에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와 있다. 예방주사라는 확실한 약이 있고, 또 간염에 걸렸다 해도 정밀하게 검진하여 적절한 치료약으로 꾸준히 치료하면 완치되고 있다. 간염을 치료하면 간암을 방지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이 생선회를 많이 먹어서 걸리는 간디스토마(Chlonorchiasis)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기생충으로 되어 있다. 한 통계에 의하면 40대 이후 남성의 1/8에서 양성 반응을 보이며, 술 잘 먹는 50대 이후 남성의 1/5 이상에서 양성반응을 보였고, 심한 경우엔 지역에 따라서 절반 이상의 중년 남성이 양성으로 판정된 보고도 있었다. 이것은 체내에서 약 30년을 생존하면서 간장을 자극하고 영양물질을 빨아먹는 손해를 끼치기도 하지만, 담관 내에 쌓이게 되는 그것의 배설물은 심한 독성물질로 작용하여 전신피로, 체중저하, 복부팽만감, 옆구리
통증, 묽은 변, 위장출혈, 시력감퇴, 야맹증, 황달 등을 유발한다. 심하면 간경화나 담석증(Gallstone)과 복수증(Ascites)을 일으키고 오래되면 간암이나 담도암(Cholangioca.), 췌장암(Pancreatic ca.)을 유발한다. 이런 것들은 이제 모두 쉽게 진단되고 곧 치료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