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강상범 교수】
요즘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질환 중 하나가 염증성 장질환이다. 북미, 유럽 가리지 않고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으며 한국, 중국, 일본 등에서도 폭발적 증가 양상을 보인다. 하지만 원래 우리나라에는 염증성 장질환이 거의 없었다. 1960~1970년대만 해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제는 달라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2012년부터 2016년 사이 28%가 늘어났다. 염증성 장질환이란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을 말한다. 왜 이렇게 염증성 장질환이 늘어나는 걸까? 효과적인 예방법은 없을까? 자세히 알아본다.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염증성 장질환
예전에는 없었다가 요즘 들어 많아지는 병이 많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 같은 염증성 장질환도 그렇다.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고 크론병은 위장관 전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강상범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만성으로 진행돼 결국은 장에 회복할 수 없는 손상을 입힌다.”며 “조기에 진단해 합병증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염증성 장질환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장이 좁아지는 장협착, 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심한 체중 감소, 혈변뿐 아니라 대장이 천공되어 대장 절제술을 받아야 할 수 있다. 염증이 조절되지 않은 상태로 8년 이상 경과하면 대장암 위험성이 증가한다. 크론병은 군데군데 장의 협착이 발생해 결국 천공으로 이어져 장 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염증성 장질환으로 장 절제술이 반복되면 소장의 길이가 짧아져 영양실조나 감염으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다.
배가 보내는 신호에 주목!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보내는 신호가 다르다. 궤양성 대장염은 혈변, 점액변, 변을 봐도 개운하지 않은 증상, 설사 등이 나타난다. 반면 크론병은 복통, 설사, 급박변, 체중 감소가 주로 나타나며 치루, 항문 근처 농양이 함께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설사나 복통이 어느 순간 좋아졌다가 나빠졌다가를 반복하는 것도 크론병의 증상이다.
문제는 염증성 장질환의 초기 증상이 과민성 장증후군과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강상범 교수는 “체중 감소, 혈변, 자는 중에 생기는 복통, 설사, 재발성 치루 등의 증상이 있으면 꼭 진료를 받아 염증성 장질환이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어린 나이에 원인 모를 복통이나 잦은 설사로 체중이 자꾸 줄어들고 성장이 더뎌도 꼭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난치병이라는 말에 좌절 금지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자신의 장 점막을 공격해 발생하는 자가면역성 질환의 일종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상범 교수는 “최근 염증성 장질환의 폭발적인 증가의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보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고 밝히고 “환경적인 요인으로는 지방 섭취가 많은 서구식 식생활, 항생제 사용, 지나친 청결로 인한 장내 세균총의 변화, 흡연, 스트레스로 인한 장 내의 면역체계의 변화가 제시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불행히도 염증성 장질환은 현대의학으로 아직 완치가 안 되는 난치병이다. 실제로 난치병이라는 말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을 느끼는 사람이 흔하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동반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치료를 위한 첫 번째 걸음이다. 강상범 교수는 “의사에게만 의존하기보다는 환자가 병의 관리를 위해 같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흔한 병인 고혈압, 당뇨병도 완치가 없는 병이다. 평생 관리해야 한다. 염증성 장질환도 마찬가지다.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염증성 장질환을 더 나쁘게 하는 생활습관을 줄이고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큰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다.
염증성 장질환일 때 꼭 피해야 할 습관 6가지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염증성 장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인은 어느 정도 밝혀져 있다. 염증성 장질환일 때 꼭 피해야 할 행동을 알아본다.
1. 술과 담배는 염증성 장질환의 천적이다
강상범 교수는 “흡연은 염증성 장질환의 심각한 악화를 초래할 수 있어서 반드시 금연해야 하며 음주도 좋지 않다.”고 강조한다.
2. 과도한 지방섭취로 장이 병든다
기름기가 많은 음식, 패스트푸드는 자제하고 채식 위주의 식단을 먹는 것이 염증성 장질환에 이롭다.
3. 무분별한 약 사용은 장에 해롭다
항생제와 소염진통제의 남용은 염증성 장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약은 부디 최소한으로 사용하자.
4. 스트레스가 장을 공격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장 건강을 위협한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계획을 짜서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자.
5. 대충 먹고 운동 안 하면 장이 힘들다
고른 영양섭취와 적당한 운동을 통해 건강한 장을 만들자.
6. 먹어서 문제가 된 음식을 또 먹는 건 장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설사나 복통을 유발하는 음식을 또 먹는 건 꼭 피하자. 이런 음식은 장도 거부하는 음식이다.
강상범 교수는 대장암, 염증성 장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대전성모병원 염증성장질환 클리닉 소장이며, 미국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UCSD)에서 연수했다. 대한장연구학회 소장영양 연구회 위원, 대한장연구학회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