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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 의학박사 건강칼럼] 죽도록 고생하면 암이 생긴다고?

2018년 07월 건강다이제스트 솔바람호 68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건축업으로 크게 성공한 P 사장은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다. 그는 친척들과 함께 월남하여, 지금까지 원주에 살면서 안 해본 일 없이 갖은 고생을 다 하였다. 그리하여 지금은 매우 큰 건재상을 여러 개 갖게 되었다.

P 사장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수도 없이 많은 공사장을 돌아다니며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갖은 고생을 해 오다가 최근에 더 크게 성공하고 보니 이제는 유명인이 되고 싶었다. 우선 시의원이 되어 보려고, 처음 사업할 때처럼 죽어라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만나 이름을 알려서 겨우 시의원에 당선되었다.

시의원 당선 이후 그 다음 날부터 배가 살살 아프고 체중이 주는 것 같고 눈이 침침하였다. 하지만 여러 일정에 쫓기다 보니 병원에 가볼 틈이 없었다. 그러던 중 친구 아들의 결혼식장에 가서 축하주를 마시다가 그곳에서 졸도하여 인근 병원으로 실려갔다. 응급조치 후 통증이 가시고 정신이 돌아왔을 때 불현듯 며칠 전 암 선고를 받은 친구 생각이 나서 얼른 종합검진을 받으러 왔노라고 말하였다.

정밀혈액검진 결과 그의 병명은 줄잡아 십여 가지도 넘었다. 그렇게 될 때까지 어찌 살아왔는지 의심될 지경이었다. 그중에서도 곧바로 손을 써야 할 것은 췌장암(膵臟癌 Pancreatic ca.)이었다. 당장은 췌장과 담도 일부에만 암이 있는 것 같았지만 이내 곧 퍼져 나갈 수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통풍성관절염, 퇴행성관절염, 척추만곡증, 탈수증, 복부비만증, 허혈성심장질환, 고혈당증, 뇌빈혈증, 전해질 불균형, 청각장애, 평형감각 이상, 녹내장, 백내장, 견갑골 이상, 안구건조증 등 수많은 장애가 이미 오랫동안 동반되어 있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재수 나쁜 증상이 아니다.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조금씩 틀어져 나빠진 질병들이다.

그는 비로소 뒤늦은 후회를 했다. 그렇게 부자 될 생각만 했던 자신을 후회했고, 시의원이 되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던 것도 후회했다.

그렇다면 정말 암은 죽도록 고생해서 생기는 것일까? 고생이 쌓이면 암이 되는 것일까?

순탄한 일생을 살아온 사람보다는 역경의 삶을 살아 온 사람이 훨씬 더 많이 암에 걸린다는 보도도 있다. 순탄한 삶이란 평소 큰 욕심을 내지 않고 쉽게 체념하며 규칙적이고 원리적인 삶을 꾸려온 사람의 것이다. 역경의 삶이란 자신의 욕망을 성취하기 위하여 과감히 도전하고, 건강보다는 일과 사업에 온몸을 부딪혀온 사람의 것이다.

둘의 차이는 순탄과 역경의 차이라기보다는 규칙과 불규칙의 차이이며, 원리와 도전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건강에 우선을 두는가? 사업에 우선을 두는가의 차이 때문에 발생된 결과인 것이다.

아무리 가정과 부모를 잘 타고난 사람이라도 자신을 스스로 돌보지 않고 불규칙하고 무절제하며 항상 도전적으로 살아가거나, 또는 사업 때문에 건강에 무관심 해버린다면 그는 암에 더 잘 걸리게 될 것이다.

아무리 유전적으로 양호한 사람일지라도 항상 자극적인 음식을 많이 먹고 과음·흡연하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속 쓰리고 배 아파하거나 잠 못 자고 밤샘 한다면 그는 유전적인 형질이 나쁜 사람보다도 오히려 더 쉽게 암에 걸릴 수밖에 없다.

암이란 고생하는 사람을 따라 다니는 것이 아니다. 암은 무절제한 사람을 더 잘 따라다닌다. 암은 즐겁게 일하고 규칙적으로 돌아가는 시계 같은 인생에게는 따라붙을 틈을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김형일 의학박사는 <백전백승 자기진단법>과 <살만하면 암에 걸린다> <장수촌 DNA 암은 없다>의 저자로 혈액정밀검진 분야의 전문가이며 가장 설명을 잘해주는 의사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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