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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체험기] 직장암 등 다섯군데 암 이겨낸 김숙례 씨의 희망 보고서

2003년 07월 건강다이제스트 청초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수희 기자】

“하루 세 끼 철저한 생식 고집이 절 살렸어요”

직장암으로 발병된 암이 임파선암으로 전이되면서 자궁은 물론 방광과 간까지, 가슴 아래부분은 틈이 없을 정도로 암 덩어리로 점령당해 버렸던 김숙례 씨(49).

이때 끝없는 절망의 나락에서 그녀를 구해준 것은 철저한 식이요법이었다.

덤으로 얻은 인생을 앞으로는 봉사하는 일에 쓰고 싶다는 김숙례 씨를 만나봤다.

항상 어느 정도는 숙연한 마음이 들곤 했다. 지난 시절 죽음의 문턱에서 사경을 헤매다 희망을 부여잡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은.

가끔은 괜히 아팠던 기억들을 헤집어 내서 그들의 눈시울이 붉게 젖어질 때도, 한참을 숨을 고르며 말을 이어나갈 때도 그랬다.

91년 직장암을 선고받은 후 임파선, 자궁, 간, 방광까지 다섯 장기에 암이 퍼져 투병생활을 했던 김숙례 씨. 유난히 하얀 피부에 다소 마른 듯한 모습을 제외하면 기자가 우려했던 그늘진 표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투병 후에 오히려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고들 해요. 그 전에는 바닥에 먼지 하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깐깐한 성격이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에 여유와 웃음이 넉넉한 유쾌한 성격으로 바뀌었다고.

“그동안 마음 고생이야 말해 무엇하겠어요. 그저 이기심, 욕심을 다 버리고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서 생활했어요. 그러니까 암을 이길 수 있는 힘도 생겼던 것 같아요.”

피로와 함께 찾아온 직장암 선고

91년도에 약간의 피로증세와 함께 변에서 피가 비쳤다.

곧바로 병원을 찾은 그녀에게 의사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직장암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내가 암이라구?”

건강에 어떤 이상도 느끼지 못했던 그녀는 자신에게 갑작스럽게 내려진 암이라는 진단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왠지 싱거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바로 항문 쪽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꼭 한 달이 지나서 임파선으로 전이가 됐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냥 담담했어요. 두 번의 수술을 했지만 건강도 괜찮았었고 고기나 기름진 것만을 자제했을 뿐 일상 생활에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고 그녀는 고백한다.

그렇게 암 환자이면서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살던 그녀에게 다시 시련이 찾아왔다.

“96년도 정도 됐을 때였어요. 굉장히 몸이 피곤하고 맥을 못 추길래 병원에 갔더니 자궁쪽으로 전이가 됐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거의 잊고 살아왔는데 세 번째 전이가 왔다고 하니까 참 할말이 없더라구요. 두 번의 수술에도 씩씩했던 제가 처음으로 자포자기하던 순간이었어요.”

병원에서는 처음 암이 발병된 원인인 장을 밖으로 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것만은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던 김숙례 씨는 결국 수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너무 두려웠어요. 장을 밖으로 낸다는 것이. 그래서 더 이상 병원가기를 거부했었죠. 그때는 한계에 다다른 것 같아 더 이상 겁도 나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절망의 나락에 빠져 아무 의욕도, 희망도 없이 그저 눈만 뜬 채 살아가던 그녀의 몸은 눈에 띄게 수척해져 갔고, 뽀얗고 잡티 하나 없던 피부도 점점 누레지면서 새까맣게 변해갔다.

자궁, 방광, 간까지 암 덩어리로 가득 차

그렇게 99년까지 그야말로 무대뽀(?)로 하루 하루를 버텼나갔다.

그러던 99년 7월 하혈을 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병원을 찾았지만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말만 확인한 꼴이 되어버렸다. 7㎝ 크기의 암 덩어리가 간을 비롯해 방광까지 전이돼 가슴 아래 모든 부분은 틈이 없을 정도로 암 덩어리가 차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른 병원을 찾았지만 그곳에서도 너무 시기가 늦었다고 어떻게 손을 써볼 수가 없다고 했다. 그때 문득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겨우 초등학생인 어린 아이들을 두고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가정을 지켜야 했다. 다시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생겼다.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과는 달리 상황은 더욱 악화돼갔다.

9월에 들어서자 소변이 완전히 막힌 것이었다. 몸에 독이 차오르면서 얼굴색은 거의 흙빛에 가까웠다.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두려웠지만 장을 밖으로 내는 방법 밖에는.

하루 세끼 철저한 생식 고집

수술 후 시골에 사는 사촌언니의 집에서 투병생활이 시작됐다. 물 한 모금만 먹어도 토할 정도로 기력이 쇠약해진 그녀에게 사촌언니는 정말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모질게 대했다.

“너의 인내로 인해서 죽고 살고 할 것”이라고 못박은 언니는 시골 근처에 식구들을 얼씬도 못하게 했고 전화도 끊어버렸다. 그러면서 집 앞의 산을 뚫어 30분 정도의 산책길을 만들어 주면서 운동을 하라고 했다.

물만 먹어도 토하는 그녀에게 언니는 밥 대신 녹즙과 생식만을 강요했다. 반은 토하고 반은 먹으면서 3개월을 버텼다.

“제가 직장에서 자궁을 뚫었기 때문에 거울로 비춰보면은 질 쪽으로 혹이 나와있는 것이 보였었어요. 그런데 3개월이 지나면서부터는 더 이상 혹이 커지지 않더라구요.”

3개월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던 병원측의 사형선고 기간을 넘기면서부터 그녀는 자신감을 갖고 본격적인 식이요법에 들어갔다.

생식이라는 생식은 안 해본 게 없었다. 시중에서는 싹을 틔워 파는 제품을 구할 수가 없어 무공해 채소를 구입해 직접 키워먹었다. 홍화씨, 대추씨 등도 집에서 하나하나 갈아서 직접 정성을 다해 만들어 먹었다.

먹는 것 절제하면 모든 병 이길 수 있다

하루 세끼 철저한 생식을 고집한 김숙례 씨는 아침에는 뿌리채소, 점심에는 잎채소를 생것으로 먹었고, 저녁에는 과일과 견과류를 곁들였다.

“암 환자들을 보면 눈물날 만큼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먹는 것에서 많이들 무너지더라구요. 먹는 것을 절제하면 다른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는 김숙례 씨는 ?이것저것 약으로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식생활에서 방법을 찾아볼 것”을 권유한다.
그래서 암 환자들을 만나면 자신의 경험은 물론 최대한 모든 것에서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녀는 암 시민연대(www.ilovecancer.org)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암 투병 중인 사람들에게 희망과 함께 제대로 된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노력한다.

현재 복지관에서 노인들 목욕시키는 일을 봉사하는 그녀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은 누군가를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한다. 덤으로 받은 인생을 다시 누군가에게 돌려주어야 하기에.

김숙례 식 건강 식이요법

아침 : 뿌리채소 ? 도라지, 더덕, 고구마, 마, 비트, 감자, 무.

점심 : 잎채소 ? 상추, 깻잎, 케일, 파래, 김, 마늘.

저녁 : 과일 ? 오렌지, 딸기, 파인애플, 키위, 견과류, 대추.

야채 스프

무 400g, 무잎 50g, 당근 150g, 우엉 50g, 표고버섯 중간 크기. 물과 재료를 3:1의 분량으로 끓여 하루 3회 먹는다. 야채 스프를 먹고 20분 후에는 현미 볶은 것과 물을 16:1로 달여서 차로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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