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지금 먹는 음식이 건강을 좌우합니다!”
흔히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을 한다. 우리 건강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몸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도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일찍이 ‘숲’을 보는 눈으로 건강하게 사는 법을 찾아온 의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통합기능의학의 토대를 마련하고 널리 알려온 청담병원 박중욱 박사(신경외과 의학박사)다. 병원에 가면 아픈 부위에 따라 분과별 진료와 검사를 받고 어떤 병인지 듣고 약을 처방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박중욱 박사는 어떤 병인지 나누어 한계 짓지 않고 현대 의학 검사법과 정보를 바탕으로 몸 전체의 불균형 상태를 파악해 주로 생활습관 개선, 식이요법, 영양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암, 자가면역질환, 치매 등 만성난치성 질환자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 일생을 건 박중욱 박사를 만나봤다.?
식이 조절과 생활습관으로 병을 고치는 통합기능의학
현대 의학은 점점 발달하고 있다. 발달 속도도 무척 빠르다. 하지만 현대 의학이 여전히 풀어내지 못한 숙제가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는 만성난치성 질환이다.
박중욱 박사 역시 그 숙제에 봉착했다. 신경외과 전문의로, 또 개원의로 지내며 다양한 환자를 만났지만 그중 일부는 미궁에 빠진 듯 해결되지 않는 질병으로 긴 시간 괴로워했다.
이런 환자를 볼수록 고민과 의문도 깊어졌다. 만성난치성 질환의 치료를 위해 보완·대체의학을 비롯하여 많은 시도를 하고 실패도 겪었다. 전국 각지로 수많은 학회를 다니고 연구회에 참여하며 온갖 자료를 모으며 공부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로 닿게 된 것이 통합기능의학이다. 해외 채널로 접한 통합기능의학의 개념과 방법에서 만성난치성 질환을 치료할 열쇠를 찾았다.
“통합기능의학은 환자의 지난한 투병과 원인 모를 고통을 맹렬히 고민해 본 의료인이라면 필연적으로 모여들게 되는 본류 같은 것입니다. 통합기능의학의 태동 자체가 그렇게 동기부여된 의사들의 성찰, 노력, 연구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박중욱 박사는 주류 의학이 원인 해결보다는 외부적·물리적 처치를 통한 증상 완화에 치우쳐 있고, 합성 약물 사용에 따른 적지 않은 부작용을 동반하며, 분과별 진료로 인해 전체가 아닌 부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 한계를 가진 점이 늘 안타까웠다. 질병 분류에 따른 진단명이 나와야 하고 이 카테고리에 맞는 약물이나 수술을 적용하는 방식이라 단이 모호한 경우, 여러 질병이 섞인 경우, 개인별 생리학적 차이가 뚜렷하면 난관에 부딪혔다.
반면 통합기능의학은 질병을 진단명으로 나누지 않는다. 다양한 증상과 현대 의학적 검사를 통해 크게 7가지 생리학적 카테고리(호르몬과 신경전달물질 불균형, 면역과 염증의 불균형 등)로 나눠 불균형을 찾아낸다. 문제를 찾았다면 합성 약물의 사용을 될 수 있으면 줄이고 생활습관 개선, 음식과 관련한 식이요법, 파이토케미컬 투여 등을 통해 생리학적 불균형을 바로잡아 회복을 돕는다.
환자도 놀라고 의사도 놀라는 새로운 치료법
통합기능의학이 주류 현대 의학과 다른 방식으로 질병을 치료하다 보니 종종 현대 의학을 비난하는 신종 의학으로 오해를 받곤 한다.
“통합기능의학은 현대 의학의 연장선상에 프레임만 달리한 뿌리가 같은 동종 학문입니다. 현대 의학적 연구 방법과 검증을 거친 자료와 통계를 기본으로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집니다. 통합기능의학을 보완·대체요법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전혀 다른 학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합기능의학은 급성·외상성 질환에 대해서는 주류 의학의 강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통합기능의학의 주된 목표는 주류 의학의 약점인 만성난치성 질환의 치료다. 박중욱 박사는 대학병원, 종합병원을 6개월 이상 전전했어도 낫지 않는 각종 암,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만성피로, 두통 등을 주로 진료한다.
박중욱 박사는 진료를 상담으로 시작한다. 30분~1시간 동안 이전 병원의 진단을 전제로 증상의 종류와 진행 정도를 살펴본다. 다음에는 치료법을 이야기하는데 95%는 지금까지 했던 치료와 다른 치료법을 제안한다. 많은 환자가 수술이나 약이 아닌 다른 방법이 있다는 것에 놀라고 새로운 치료법으로 병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하고 한 번 더 놀란다. 놀라는 것은 박중욱 박사도 마찬가지다.
“유방암, 갑상선암, 폐암일 때 통합기능의학적 원리에 따른 검사와 평가, 이에 맞춘 식이조절과 영양소 투여만으로도 유수의 대형 병원에서 희망을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검사 수치와 몸 상태가 확연히 달라지는 것을 볼 때마다 저도 놀라움을 금치 못합니다. 이런 결과는 다음 치료에 믿음과 근거, 데이터로 남게 되기에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박중욱 박사는 최근 암, 당뇨, 심혈관질환, 아토피, 우울증, 치매 등의 만성 난치성 질환을 해결하는 데 중요한 조절 요소인 메틸화 대사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메틸화 대사가 유전자 활성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증명되어 있었지만 이를 직접 몸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과메틸화와 저메틸화를 알아낼 수 있는 생체지표가 발견되어 이를 이용해 환자 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하고 있다.
먹는 음식이 바로 당신!
만성난치성 질환의 치료법을 찾아오면서 박중욱 박사 역시 수많은 치료법을 직접 해봤다. 빛과 소리 명상, 만트라 수행, 채식 등 좋다고 하는 건강법을 실천하고 조금씩 환자에게 권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 중간 과학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많았고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깨달은 건강을 잃지 않는 생활습관은 다음과 같다.
1.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다.
2. 나이가 들어갈수록 잠을 충분히 잔다.
3. 적절한 음식을 찾아 잘 먹는다(영양소가 부족하다면 건강기능식품이 때로 도움이 될 수도 있다).
4. 충분히 움직인다. 기본적인 것이 걷기다.
5. 외출했다 돌아오면 손을 잘 씻는다.
6. 통합기능의학에서 중요시 하는 것이 소화와 장 건강이다. 소화가 안 되고 장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박중욱 박사는 스트레스 해소와 건강한 식습관을 특히 강조한다. 일상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병이 생기게 하는 만성화된 스트레스를 털어낼 방법은 현실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2달 후 휴가를 간다, 3개월 후 노트북을 산다, 겨울에 자격증을 딴다 등과 같은 이정표를 가지고 동기부여를 하면 쳇바퀴 같은 일상이 꼭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다. 목표가 명확하다는 것은 방향을 잃어버리거나 쓸데없이 자신을 남용할 확률을 줄여준다.
이래도 저래도 안 되고 힘들다면 확실히 내려놓아야 한다. 얻는 게 크면 감당하고 참아야 하는 것도 많아진다.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자신의 신체 나이, 환경에 맞게 욕심을 줄이는 것이 좋다. 또 과하거나 내키지 않은 외부의 간섭과 제안은 거절할 요령을 만드는 것도 권한다. 스스로를 좀먹는 불편함에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You are what you eat.’이라는 말처럼 내가 먹는 것이 곧 나 자신을 형성하며 건강에 결정적입니다. 스트레스로부터 방어하는 능력도 식이의 생화학적 기전과 생산물로부터 비롯됩니다. 바쁘다고 가공식품, 글루텐이 들어 있는 음식을 지나치게 먹지 말고 신선식품을 충분히 섭취하세요.”
박중욱 박사도 건강한 식습관에 특별히 신경 쓴다.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글루텐이 든 음식은 입에 대지 않은 지 오래다. 외식할 때도 한식 위주의 식사를 선택하며 평소 신선하고 자연친화적인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한다. 통합기능의학적인 검사로 건강을 확인하고 필요한 기능성 영양보충제를 복용한다.
자나 깨나 공부하는 열정맨
10여 년 전, 박중욱 박사가 통합기능의학을 한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주변 의사들까지도 안타깝다는 눈초리로 바라봤다. 그런데 지금 통합기능의학을 대하는 온도는 확 바뀌었다. 통합기능의학을 배우기 시작한 의사들은 이제 박중욱 박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다. 박중욱 박사가 결성한 대한통합기능의학연구회는 규모가 커지고 있고 여기저기서 강의와 설명을 부탁한다.
국내 통합기능의학의 기반을 마련하며 보급한 장본인이지만 그 열정은 통합기능의학을 처음 대하던 시절과 다를 바가 없다. 여러 의학저널의 최신 업데이트 소식을 매일 아침 이메일로 확인하고 그 흐름을 부지런히 쫓아가고 있다. 첨단의학이라는 학문적 정체성에 부끄럽지 않은 통합기능의학적 감각을 유지한 채로 진료하기 위해서다.
“시대의 급변은 가속도를 더해가고 지식의 갱신은 그 간격이 점점 촘촘해지고 있습니다. 한 자리에 매몰되지 않고 변화에 대처하는 큰 그림을 예측하는 의사로 남기 위해 언제나 깨어있고 공부하려고 합니다.”
모두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시대다. 삶과 죽음, 삶의 질을 좌우하는 건강과 치료야말로 개성을 가장 존중해야 하는 영역이 아닐까? 생각만큼 서로 다른 것이 몸 상태이니 말이다.
지금처럼 몸의 개성을 간과한 치료가 만연한다면 만성난치성 질환이 계속 만성난치성 질환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갈 길이 멀어도 가야 할 길은 가야 한다. 다행히 이토록 멀고 험난한 길을 박중욱 박사는 기쁘게 앞장서서 더구나 빠르게 걷고 있다. 통합기능의학이 모든 질병을 고친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곳에는 만성난치성 질환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향한 공감과 희망, 그리고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