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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혹시 나도 강박증? 벗어나는 기술

2014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98p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대영 교수】

최근 종영한 인기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남자 주인공 조인성은 강박증을 앓는 추리소설가로 등장한다. 그의 강박 증세는 몇몇 색깔에 집착하고, 침대에서 잠을 못 자고 화장실 욕조에 누워야 편히 잔다는 것이다.

조인성은 아동기에 어머니와 재혼한 의붓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린다. 어느 날 의붓아버지의 폭력을 겪던 조인성은 칼을 집어든다. 이때 형(양익준)이 의붓아버지를 밀치면서 그가 든 칼이 아버지의 복부를 찌르는 사고를 겪는다. 칼을 빼낼 때 어머니(차화연)가 들어왔고, 어머니는 신문지에 불을 붙여 집에 불을 지른다. 이 모습을 본 충격으로 조인성은 정신분열증을 앓게 되고, 어머니 역시 해리성 기억장애를 겪게 됐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노대영 교수는 “나이가 어릴수록 정신적 충격이나 심한 외상성 경험은 성인기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며 “그것이 주로 강박장애로 나타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강박장애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인성이 몇몇 색깔에 집착하고 이상한 수면 행동을 가진 것은 여러 가능성이 있어서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흔히 말하는 ‘징크스’ 같은 이유 때문이라면 강박 증상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PART 1. 강박증이 뭐길래?

강박장애란 원하지 않게 반복되는 강박 사고로 불안이 생기고 이를 줄이기 위해 강박 행동을 하는 질환을 말한다. 그 빈도가 잦고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불안이 심해 일상생활에 심한 지장이 있는 경우 강박장애로 본다.

증상의 유형은 다양하다. 손을 지나치게 씻는 세정강박부터 여러 번 반복해서 확인하는 증상, 과도한 순서나 정리정돈, 숫자 세기, 징크스까지 포함한다. 신체나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착도 강박 증상의 일종이다. 머릿속으로 반복해서 생각하는 것도 강박 행동으로 본다. 사람마다 독특한 증상을 보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행동과 병적인 증상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강박 증상은 오염, 병적인 의심이나 확인, 순서나 대칭, 성적이거나 공격적인 강박 사고, 저장 등으로 크게 구별한다. 대개 여러 증상이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주된 증상 역시 옮겨 다닌다. 오염이나 확인 강박은 눈에 잘 띄지만 순서나 대칭 관련 증상은 다른 사람들이 볼 때 눈에 잘 띄지 않아 적은 것처럼 조사되기도 한다. 증상이 가벼운 강박 증상은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또 아동·청소년기에 일시적으로 강박 증상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한다.

정신과 의사들은 심한 성형 중독도 강박장애로 본다. 케이블 채널 <렛미인>의 인기로 성형수술이 신기루처럼 포장돼 있다. 과도하게 외모에 집착하고 이를 교정하려고 수술을 반복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노대영 교수는 “성형수술을 지나치게 반복하는 사람 중 일부는 신체추형장애일 가능성이 높고, 우울이나 자살 위험성을 동반한 정신질환일 수 있다.”며 “주변의 우려에도 수술을 반복해 외모가 손상되고 마음의 병도 깊어지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저장강박 역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다. 우울증 다음으로 흔한 정신질환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8월 발생한 포천 빌라 살인사건의 피의자 이모 씨가 남편의 시신을 갖고 있었던 이유가 저장강박증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었다.

저장강박 환자는 대개 자존감이 낮고 대인관계에 대한 두려움이 높은 경우가 많다. 이때는 물건을 모을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작은 성취로 자존감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 가족이나 마음 편한 친구와 만나서 대화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효과적이다.

다른 강박증처럼 저장강박 역시 숨기고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것이 문제다. 위생 문제와 화재의 위험이 높은데도 이웃의 피해 신고로 비로소 알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은 소유에 대한 독특한 믿음과 의미를 부여한다. 기회나 안정, 위안 또는 자신의 정체성으로까지 확대한다. 낭비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이 원인일 수 있다. 한편 물건에 자신을 의인화하기도 한다. 노대영 교수는 “저장강박 환자는 물건의 쓸모와 무관하게 버리는데 대한 불안이 심하다.”며 “특히 의사결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는다. 버릴지 말지 심한 갈등감정을 경험한다.”고 설명했다.

PART 2. 강박증, 이젠 탈출할 수 있다!

심한 강박장애는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고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훈련을 반복할 필요가 있다. 강박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모았다.

1 강박 행동을 줄여라

강박 증상이 약할 경우 간단한 인지행동치료가 우선이다. 가장 중요한 치료 원리 중 하나는 강박 행동을 반복할수록 강박 사고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증상이 유발되는 원리와는 반대다. 다시 말하면 행동에 의해 불안이 일시적으로 줄어들어 행동을 포기하지 못하고 습관화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행동을 줄이면 오히려 강박 사고도 줄어든다.

예컨대 손을 자주 씻는 증상이 있을 경우 손 씻는 횟수나 시간을 줄이도록 단계적으로 시도해보라. 이때 생기는 불안을 최대한 견뎌내야 한다. 평소 손을 강박적으로 10분간 씻던 사람이 7분으로 줄이면 찜찜한 느낌이 들면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불안은 잠시 동안은 심해지나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든다. 이를 직접 경험하면 조금씩 자신감을 얻고, 스스로 치료해 나갈 수 있다.

2 사고중지법 훈련을 하라

어떤 생각에 빠질 때 이에 대항하는 다른 생각을 연상하기보다 사고를 아예 멈추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해보라. 강박사고에 빠질 때 “중지!” “스톱!”을 크게 외치면서 자신의 생각을 스스로 조절해보는 것이다.

3 강박 증상을 숨기지 마라

강박장애 환자는 대부분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어디선가 혼자서 몰래 강박 행동을 하면서 찜찜한 느낌을 줄이게 된다.

가족 모르게 병을 끙끙 앓다 결국은 증상이 심해져서 병원에 가면 발병한 지 10년 이상 지나 병을 키우고 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만성화되면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강박 증상이 의심되면 이상하다고 지적하거나 숨기지 말고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4 스트레스를 줄이고 여유를 가져라

강박장애는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소인을 갖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다만 성장 과정이나 주변 환경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가 발병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강박 장애에 취약한 사람들은 대개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자신의 감정이나 상황을 통제하려는 성향을 갖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는 사람들에게 강박적이기를 요구한다. 더 정확하고 청결하며 순서와 정돈, 예측 가능한 상태를 강조한다. 이는 심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강박장애는 청소년기에 많이 생기는데 전통적으로는 엄격한 부모의 양육 태도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본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양육 과정에서 지나치게 청결을 강조하거나 완벽하기를 강요하는 경우 강박 증상이 쉽게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 위생이나 안전을 염려하는 이들이 많다. 지나친 걱정은 오히려 불필요한 마음의 병을 만들 수 있다. 늘 여유 있는 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노대영 교수는 현재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임상연구 조교수, 광명시정신보건센터 센터장을 지냈다. 대한불안의학회 평생회원, 대한정신약물학회 평생회원으로 활발한 학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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