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이현웅 교수】
어느 날 고등학교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5년이 넘게 연락이 없었던 친구였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디가 아픈가 보다.’였다. 어쩔 수 없는 직업정신의 발동이었다.
“친구야 미안하다. 갑자기 전화해서… 그런데 아무래도 나 오래 못 살 것 같다.”
이어진 친구의 말은 “건강검진을 했는데 간 기능 검사 수치가 5배나 높고 혈액에 콜레스테롤이 높아 끈적끈적하대. 그리고 간에 지방이 끼어 하얗게 변했다는데…” 친구는 몇 가지 질문을 했다. 그 질문에 대한 의학적인 해법을 알려줬다.
Q “난 요즈음 바빠서 술도 먹지 않는데 왜 간수치가 올라가지?”
A 습관적인 음주자의 약 90% 이상은 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한다. 따라서 자주 술을 드시는 분은 거의 대부분 지방간이라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그러나 술을 많이 먹지 않는다고 안심할 수 없다. 우리의 생활습관이 서구화되고 경제수준이 향상됨에 따라 고열량, 고지방 음식을 많이 섭취하는 반면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고 몸을 움직이는 일이 적어 남아도는 에너지가 많아진 탓이다.
이렇게 남은 에너지는 내장지방이나 간에 축적되어 결국 다양한 만성병을 불러오게 된다. 건강검진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결과를 보면 비만자의 약 60%가량이 지방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들어 이런 고민을 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져 청소년들도 치료를 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Q “나는 키 170cm, 몸무게 70kg 정도로 그다지 뚱뚱하지도 않아. 물론 일이 많아서 운동은 거의 못하지만. 비만도 없는데 왜 간수치가 올라가지?”
A 비만하지 않은 성인도 드물지 않게 지방간을 동반한다. 이 분들은 주로 전체 체중은 비만이 아니지만 대부분 복부비만을 동반한다. 체중은 정상이지만 운동량이 적고 근육이 적어 마른 체형의 비만으로 지방간염이 생길 위험이 크다.
Q “초음파에서 간에 지방이 끼어 하얗게 보이는 것은 어떻게 없애야 하지?”
A 혈액검사와 병행해서 지방간을 진단하는 방법이 바로 초음파 검사이다. 초음파에서 지방은 하얗게 보이는 특징이 있는데 간에 지방이 축적되면 초음파에서 하얗게 보이게 된다. 그러나 초음파의 단점은 단순 지방간과 지방간염을 구별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단순 지방간은 비만, 당뇨, 고지혈증 같은 원인질환을 제거하면 호전되지만, 지방간염으로 진행되었을 경우에는 잘 낫지 않고 만성화되기 쉽다.
Q “나는 간수치도 높으니까 이미 지방간염인가?”
A 단순 지방간과 지방간염을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은 간 조직검사를 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러나 모든 환자에게 간 조직검사를 하기에는 비용도 많이 들고 합병증의 위험성도 있다. 단순 지방간은 예후가 매우 좋아서 식이요법, 운동만으로도 호전되기 때문에 생활습관 개선을 권고한다.
간수치가 상승하는 지방간염의 경우에는 소량의 간장약과 식이요법, 운동을 통해 치료를 시작한다. 그러나 6개월 이상 충분한 시간이 지나도록 간 기능 검사 수치가 호전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높은 경향을 보이는 환자는 간 조직검사로 지방간염의 심한 정도를 평가한다.
실제로 친구의 처음 탄식을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무래도 나 오래 못 살 것 같다.” 단순 지방간과는 달리 일단 지방간염으로 진행되면 4명 중 1명의 환자에서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다음은 친구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다.
지방간, 이렇게 예방하자! 예방지침 6가지
1. ‘밥’ 힘을 의지하지 말자
종종 어르신들이 나는 ”밥심으로 산다.“고 하는데, 탄수화물을 많이 먹게 되면 당분이 중성지방으로 변해 내장지방을 늘리고 결국 지방간을 유발한다. 따라서 가능한 한 글자 탄수화물, 즉 밥· 빵· 떡을 적게 먹는 것이 좋다.
2. 지중해식 식단을 경험하자
지중해식 식단은 주로 채소, 과일, 콩류, 견과류, 올리브유, 닭고기, 생선 등으로 구성된 식단이다. 이러한 식단에 대한 관심은 지중해 지역 사람들이 심혈관계 질환의 유병률이 아주 낮다는 보고에 근거한다. 지중해식 식단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음식으로 간 내 지방의 감소와 인슐린 저항성 감소를 유도하여 대사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춘다.
3. 주중에 바쁘다면 주말에는 운동하자
연구자마다 추천하는 운동의 강도와 시간이 다르지만, 가벼운 조깅을 하는 정도의 운동 강도로 주3회, 매회 1시간 수행할 것을 권고한다. 물론 교과서처럼 운동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일상이 바쁜 삶에서 주중에 운동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주말만이라도 움직이자. 피곤하다고 누워 있다면 진정한 회복이 없다. 따라서 주말에는 등산이면 더욱 좋고, 어렵다면 동네 주위를 뛰어보자.
4. 중년이라 피곤하다면 근력을 키우자
유산소 운동뿐만 아니라 근력운동 모두 간 내 지방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킨다. 근육량이 늘면 기초대사량이 늘어 지방의 축적을 억제하고 체중 증가를 막는다. 특히 중년이 되면 근육량이 줄고 기초대사량이 낮아지기 때문에 근력운동의 중요성이 증가한다. 그러나 명심할 것은 대부분 작심 3일이 되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가장 좋다.
5. No Pain No Gain
몸에 좋다고 하는 무엇인가를 먹고 체중 조절을 하려고 애쓰는 이들이 있다. 체중이 증가하는 이유는 입으로 많은 음식물이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에너지 소모를 위한 노력이 고통스러워 운동보다는 먹는 것으로 체중을 조절하려고 하는 것은 위험하다. 종종 응급실로 체중을 감량하는 약제나 민간요법을 하고 간 기능이 나빠져서 내원하는 환자들을 경험한다. 고통 없이 얻을 수 있는 체중 감량이 과연 있을까?
6. 먹방과 야식의 유혹을 피하자
일 때문에 밤늦게 귀가하거나, 집안일을 마친 주부들은 저녁 늦은 시간 먹방이나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면 야식의 유혹에 쉽게 빠지게 된다. 참기 어려운 유혹이다. 그러나 야식의 유혹을 피해야 하는 이유는 체중 증가와 지방간의 문제뿐만 아니라 수면장애를 유발하고, 속쓰림을 유발하는 역류성식도염을 일으켜 2~3가지 질환이 더 생기게 만든다.
지방간 예방법은 건강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므로 일상생활에서 건강습관으로 삼아 꾸준히 실천하기를 당부 드리고 싶다.
이현웅 교수는 만성 B·C형간염, 급성 A형간염, 간경변증, 간세포암을 주로 진료하며 간 명의로 알려져 있다. 대한간암학회 기획이사, 대한간학회 간행위원 및 연구기획위원, 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 부편집인, BMC Gastroentelogy 부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2010년 대한간학회-GSK 학술논문상, 2011년 중앙대학교병원 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로 진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