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내 몸에 물 부족하면 감기 잘 걸립니다!”
여기도 콜록, 저기도 콜록, 너도나도 콜록콜록…. 올해는 예년보다 한파가 일찍 찾아오고,? 삼한사온이 무색할 정도로 추운 날이 계속되고 있다. 매일매일 감기 및 호흡기질환 주의보가 발령 중인 셈이다. 감기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보통은 약 없이도 금방 좋아져서 병 같지도 않지만 때로는 호흡기에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켜 목숨을 위협하기도 한다. 이것이 단순한 감기에도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염호기 교수의 당부가 길게 이어지는 이유다. 염호기 교수에게 긴긴 겨울을 건강하게 나는 법을 들어봤다.
내 몸 사랑가~
많은 이들이 말한다.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래놓고 실컷 먹고 움직이지 않으려고 한다.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에 휩쓸리느라 건강 걱정은 안드로메다로 보낸 지 오래다. 다들 그런 거 아니겠느냐고,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그러다가 아프면 후회한다. 건강할 때 신경 썼다면 좋았을 거라며 자신을 탓한다.
염호기 교수도 이런 후회의 시간을 겪었다. 다행히도 병이 난 후가 아니라 건강할 때였다. 책을 좋아하는 그답게 책을 통해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봤다.?
“예전에 연극영화과 학생을 위한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우리 몸이 악기라고 표현하고, 연극은 자신의 몸을 연주하는 것과 같다는 대목이 있었죠. 결국 소중한 악기인 몸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는데 그 책을 읽고 저도 느낀 점이 많았어요. 제 몸을 함부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진료할 때, 강의할 때도 자신의 건강 상태가 상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은 그의 삶을 조금씩 바꿨다. 술 마시는 횟수도 줄고, 하루 중 몸을 생각하는 시간도 늘었다.
염호기 교수와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은 “덩치에 비해 적게 먹는다.”고 입을 모은다. 딱히 가리는 음식은 없고 원래 채소를 좋아한다. 골고루 먹고, 적게 먹기. 이것이 건강을 위한 염호기식 식사법이다.
“건강하고 싶다면 운동이 답이다”
염호기 교수는 어떻게 하면 건강해지느냐는 사람들의 질문에 한결같은 대답을 한다. “운동하세요!”다. 호흡기질환 환자, 심장질환 환자, 골다공증 환자, 마음이 불안한 사람 등 묻는 사람의 증상은 각각 다르지만 해결법은 하나로 모인다.
“저는 운동을 하면 모든 병이 다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스트레스가 풀리고요. 기관지와 폐포도 활발하게 움직여서 호흡기가 건강한 상태로 유지돼요. 운동을 하면 호흡기로 해로운 물질이 들어와도 배출이 잘 돼요. 반대로 운동을 안 하면 폐는 자꾸 쪼그라들려는 성질이 있죠. 나이 들면 관절 아프시다는 분들 많으시죠? 운동해서 근육이 많다면 근력으로 움직여서 관절이 혹사를 덜 당하지요.”
또한 운동 시간은 내 몸을 관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운동을 하면 유난히 몸이 무겁거나 통증이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신호들 덕분에 자신의 나쁜 생활습관을 돌아볼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바빠서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사람이 많다. 염호기 교수는 그런 이들에게 욕심을 조금 내려놓으면 된다고 말한다.
“아침이든 점심때든 저녁때이든 운동할 시간을 빼고 스케줄을 짜면 됩니다. 오래 건강하게 사는 사람은 대부분 욕심이 적고 운동을 즐기는 사람이에요. 몸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도 삶의 지혜지요.”?
운동을 좋아하는 염호기 교수도 이 지혜를 발휘한다. 운동을 못하는 날이면 실내에서 팔굽혀 펴기, 앉았다 일어나기, 계단 오르내리기를 한다. 체중 관리 하나는 아이돌 걸그룹 못지않다. 하루에 두 번씩 체중계에 올라가고 체중이 늘었다면 그날은 운동을 더한다.
겨울엔 호흡기를 촉촉하게~
염호기 교수는 규칙적인 운동과 함께 충분한 수분 섭취를 강조한다. 요즘 같은 겨울철일수록 수분 섭취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겨울에 감기에 잘 걸리는 이유 중 첫 번째는 수분이 부족해서예요. 보통 더운 여름에만 탈수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겨울에는 실내가 건조해서 탈수가 더 잘 된답니다.”
따라서 겨울철일수록, 건조할수록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물을 마시면 탈수가 예방되고 호흡기를 촉촉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호흡기는 늘 촉촉한 상태로 있는 것을 좋아한다. 호흡기 점막이 건조해지면 점막 세포가 잘 손상된다. 손상된 점막을 통해 바이러스와 세균 감염이 쉽게 된다.
호흡기를 촉촉하게 만들겠다고 공기까지 촉촉하게 해서는 안 된다. 호흡기는 자신만 촉촉해야지 공기까지 촉촉한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습도가 60%가 넘으면 곰팡이나 진드기가 생기기 쉽다. 그러므로 빨래를 널어놓고, 가습을 통해 실내 습도를 올리면 호흡기도 싫어할 뿐 아니라 불쾌지수만 올라간다.
“서울의 겨울철 평균 습도는 60% 정도를 유지합니다. 생각보다 낮지 않죠? 몹시 추운 날이 아니면 바깥보다는 난방을 하는 실내의 공기가 훨씬 건조해요. 가습 대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세요. 그게 호흡기를 위한 습관입니다.”
겨울에 보일러를 세게 틀어서 집에서 반팔차림으로 지내는 사람이 많다. 옷을 얇게 입으면 추워서 환기를 잘 안 하게 된다. 바깥과 온도 차이도 심해진다. 감기 걸리기 딱 좋은 환경이다.
“두껍게 껴입진 않아도 긴팔 정도는 입고 보일러 온도를 내리는 것이 좋아요. 머리는 저녁에 감고 주무세요. 머리를 안 감으면 그날 머리에 묻은 먼지를 자면서 다 들이마시거든요.”
뭐든지 즐거운 인생?
‘모든 사람들의 건강을 꿈꿉니다!’
염호기 교수의 개인 블로그 제목이다. 이 말처럼 염호기 교수는 온 국민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열심이다. 환자가 담배를 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 그때부터 환자 맞춤 금연 강좌를 시작한다. 병이 아닌 답답한 마음 때문에 숨이 찬 환자가 찾아오면?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 법을 함께 고민한다.
최근에는 환자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환자안전연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가정문제에도 관심이 많고 학교 폭력 해결법에 관한 책도 준비하고 있다. 틈틈이 고등학생들과 의과대학 학생들의 멘토를 자처해 더 행복하게 사는 법을 조언해준다.
이렇게 살다간 바빠서 숨 쉴 시간도 없을 것 같지만 염호기 교수의 얼굴에는 늘 미소가 넘친다. 비결은 간단하다. 그에게 삶이란 달려가는 것이 아닌 천천히 만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