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이지브레인 이재원 원장】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공식이 있다. 보통 공식을 만들기란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 공식이 우리 머릿속에 자리 잡은 건 순식간이었다. 바로 긍정적으로 살면 행복해지고 부정적으로 살면 불행해지니까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5년 <긍정의 힘>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긍정적으로 살기가 사회 전반에 유행처럼 번졌다. 너도나도 긍정을 강조하며 긍정이 아니면 불행을 달라고 외쳤다. 그런데 진짜 긍정의 힘을 알고 나면 ‘너도나도 긍정이 좋다니까 나도 긍정적으로 사는 것’은 긍정에 대한 예의가 아님을 느낄 것이다. 긍정의 힘을 최대로 발휘할 진짜 긍정적으로 사는 법을 알아본다.
긍정의 힘을 믿으세요!
원작은 소설이지만 우리에게 만화영화로 더 사랑받은 <빨간머리 앤>에서 주인공 앤은 이런 말을 한다. “엘리사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멋지네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걸요.” 그래서 주제곡 가사처럼 빨간머리 앤은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웠나 보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으로 분한 배우 최민식은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있사옵니다.”라는 긍정적인 명대사로 1700만 관객을 감동의 물결로 안내했다.
이렇듯 긍정의 힘은 주근깨 빼빼 마른 소녀를 한없이 사랑스럽게 만들고 한동안 잊고 있던 위인을 재조명한다. 그래서 다들 말한다. 긍정적으로 살라고. 그런데 진짜 긍정적으로 살면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이지브레인 이재원 원장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문제의 본질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고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히고 “이것이 바로 긍정의 힘”이라고 설명한다.
인생은 나이가 많든 적든 계속 무언가를 결정하고 해결하는 과정이다. 긍정적인 사람은 잘 되었을 때 내가 어떻게 더 잘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 그래서 문제에 더 집중하게 되고 좀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좋은 일이 많으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엔도르핀이나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며 뇌는 활력을 찾게 된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살면 자연스럽게 도피, 회피, 모면의 방법에 대해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는 많아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뇌는 예민해지고 불안해지게 되는 것이다.
‘닥치고 긍정’에 브레이크를 거세요!
긍정의 힘을 믿고 긍정적으로 살려고 마음을 먹었는가? 긍정, 그 까이꺼 대충 좋게좋게 살면 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재원 원장은 “구체적인 계획도 없으면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사는 것은 몽상가에 가까워지는 것”이라며 “정말로 긍정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최소 요건이 있다.”고 덧붙인다.
첫째, 확실한 것을 추구해야 한다. 불확실한 것만 보고 있으면 긍정적인 생각을 계속 지키기 어렵다. 80% 이상 실현 가능한 것들은 챙기고 20% 확률도 없는 것은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예를 들어 도박은 이길 확률이 1%도 안 된다. 도박에 빠지면 돈도 잃지만 실패하는 경험이 많아지므로 긍정적으로 살기도 어렵다.
자신이 추구하는 일이 성공할 확률을 따져보자. 확실한 것만 기대하고 불확실한 것은 운이 좋으면 잘 되겠지 정도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둘째, 플랜B로 실패를 대비하자. A가 실패하면 B로 대체하는 것이다. 대안 없이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상처와 스트레스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마지막 보루를 남겨야 실패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내 생활에서 실전편
긍정적으로 ‘잘’ 사는 사람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 긍정 파워를 발휘하는 마음가짐을 시점별로 나눠봤다. 과거도 긍정적, 현재도 긍정적, 미래도 긍정적으로 사는 방법을 알아본다.
불행한(실패한) 과거를 대하는 긍정적인 자세
과거의 실패를 부정적으로 보면 자꾸 숨기고 싶고 지워버리고 싶은 흠집이다. 예전에도 실패했으니까 지금도 안 된다고 생각하고 운도 지지리도 없었다고 남 탓을 하게 된다.
이재원 원장은 “불행했던 과거는 내가 중요한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그래야 실패를 남에게 떳떳하게 밝힐 수 있다. 수많은 위인전에 왜 잘한 일만 적혀있지 않을까? 위인이 실패에 대한 일화를 떳떳하게 밝히는 이유는 실패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패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식이다. 실패는 했지만 그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달라졌다고 생각하자. 실패도 해봐야 지금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느낄 수 있다.
온통 마음에 안 드는 사람뿐인?현재를 대하는 긍정적인 자세
많은 고민이 인간관계에서 시작된 고민이다. 집에도, 일터에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들이 없다면 불행하다고 느낀다.
이재원 원장은 “이럴 때는 그 사람의 행동은 미워하되 그 사람의 인간성을 미워하지는 말라.”며 “남에게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자.”고 말한다. 세상은 여유가 있는 사람이 여유가 없는 사람을 이해해야 잘 돌아간다. 바로 내가 여유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래야 내가 편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또한 남에게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지는 것이 아니다. 성숙한 사람만이 부릴 수 있는 여유다. 인간관계에서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은 얼마나 용서, 인정, 이해를 잘하느냐에 달려 있다.
막막한 미래를 대하는?긍정적인 자세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도 불행한 일이 닥칠 것 같다면 이렇게 해보자. 합리적으로 따지고 분석해 앞일을 대비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던 플랜B도 만들자. 그래서 일이 어느 정도 예상대로 이루어지게 하자. 그러면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당장 앞날이 암울하다고 남 탓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결국 인생은 자기가 만든다. 미래의 주인공은 나다. 아픔, 슬픔,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것은 모두 내가 더 큰 그릇이 되기 위한 시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막막해도 미래가 기다려지는 것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헛된 희망 말고 이루어질 수 있는 희망을 기대하며 살자.
누가 뭐래도 긍정의 고수되기
긍정의 힘은 강력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부정의 힘도 강력하다. 긍정적으로 산다고 하면 태클 거는 사람들도 많다.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당하고 나서 후회하지 마라.’ 등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는 사람도 꼭 있다.
이재원 원장은 “긍정의 힘을 이끌어 내는 것은 타인이 인정해주는 것과 상관없다.”고 말한다. 스스로 내실을 다지는 작업이다. 내가 긍정의 힘을 믿고 있고, 그것을 꼭 이루기 위한 과정을 성실히 실천한다면 결과는 좋을 것이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타인도 나중에는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평가하게 될 것이다.
이재원 원장은 이지브레인의원에서 ADHD, 인터넷 게임, 스마트폰 중독, 불면증, 분노조절장애 등을 전문으로 진료한다.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 박사이며 강남을지병원 중독브레인센터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