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서두르는 습관이 스트레스의 큰 원인입니다!”
태초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세상은 쉬지 않고 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변화는 요즘 뜨는 통신사 광고 문구처럼 ‘LTE’급이다. 정보는 갈수록 넘쳐나고, 남보다 뒤처지지 않는 것을 삶의 목표이자, 운명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변해가는 속도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 있다. 우리 몸이다. 환경은 달라졌지만 몸은 원시시대나 별반 달라진 점이 없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몸이 빨리 변하지 않는 것에 조바심을 낸다.
‘왜 이렇게 살이 빠지지 않지?’ ‘왜 이렇게 병이 낫지 않지?’ 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송영욱 교수는 서두르고 조바심 내는 이런 삶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말한다. 송영욱 교수가 제안하는 여유 있고 건강한 삶을 알아본다.
바빠도 건강할 수 있다!
퇴행성관절염, 류마티스관절염, 통풍, 루푸스 등은 통증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류마티스질환들이다. 관절과 관절 주변의 연골, 뼈, 근육, 인대 등에 병이 생기는 것을 류마티스질환이라고 부르며, 이 질환에 나타나는 공통적인 증상이 바로 관절염이다. 그래서 류마티스보다는 관절염이 익숙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송영욱 교수가 전공을 고민하던 1980년대 초에는 류마티스내과 의사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원래 모습은 흔적도 없이 관절이 변형되고 통증이 심해도 그냥 참는 수밖에 없었다. 송영욱 교수의 이웃집 할머니도 그랬다. 손가락이 심하게 변형됐어도 제대로 된 진단 한 번 못 받고 그저 사는 수밖에 없었다. 송영욱 교수의 전공은 그렇게 정해졌다. 관절질환으로 인해 고통 받는 환자를 도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연구할 주제가 많은 미개척 분야라는 사실은 송영욱 교수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관절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은 상상보다 견디기 힘든 일입니다. 통증이 심하면 일을 할 수 없음은 물론 먹고, 입고, 화장실에 가는 것도 주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아픈 환자도 괴로울 뿐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 그 고통이 옮겨 가기도 합니다.”
한시라도 빨리 이들의 짐을 덜어줘야 하는 송영욱 교수의 일정은 바쁠 수밖에 없다. 진료가 있는 날은 종일 진료를 하고, 진료가 없는 날은 병원 안에 있는 의생명연구소에서 연구원들과 실험에 대해 토의를 하고 각종 학회 회의에 참석한다. 그러다 보니 보통 퇴근 시간이 밤 10시, 11시다.
누구나 몸에 무리가 될 수밖에 없는 일상이다. 더구나 타고난 건강 체질도 아니다. 그런데 송영욱 교수는 어찌 된 일인지 ‘골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활기와 생기를 몰고 다닌다. 그 비결은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병원에서 찾을 수 있었다.
명상과 소식은 나의 힘
누구나 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그런데 쉽지 않다. 건강은 잃었을 때야만 그 중요성을 깨닫기 마련이니 말이다. 송영욱 교수는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교훈을 늘 머릿속에 담고 산다.
그래서 일하는 중간에 스트레칭이나 간단한 체조를 한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척추와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푼 다음 바른 자세와 호흡을 유지하며 정신을 가다듬는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점심시간을 의미 있게 보낸다.
“점심을 먹고 나서 10분 정도는 혼자 명상을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이 시간만큼은 방해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너무 오래 명상을 할까 봐 걱정되면 알람을 맞춰놓고 하면 됩니다. 잠깐이지만 몸도 마음도 쉴 수 있는 귀중한 시간입니다.”
또한 송영욱 교수의 식사습관은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규칙적으로 먹고 소식한다. 대신 진료실에서 말을 많이 해야 하므로 물이나 이온 음료를 수시로 마신다. 부족하기 쉬운 비타민은 영양제로 먹고 있다.
“우리 몸은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항상성이 깨지면 건강이 위협받지요. 몸의 컨디션을 비슷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항상 규칙적으로 자고, 먹고, 일하고, 활동하는 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사량이나 활동량도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는 많이 씹되, 많이 먹는 것은 해롭다. 만약 술과 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면 자신도 모르게 통증의 늪으로 빠질 수 있다.
젊어지는 통풍, 술과 고기는 적당히!
최근 류마티스질환이 많이 알려지게 되면서 예전보다 조기에 발견되는 류마티스질환도 많아졌다. 특히 통풍 환자가 늘었다. ‘바람만 불어도 통증이 생긴다.’는 병명처럼 통풍은 통증으로 악명 높다.
“서구화된 식생활로 통풍 환자가 많아졌고, 발병 나이도 20~30대까지 낮아졌습니다. 잦은 회식으로 고기와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이 특히 위험합니다. 통풍의 원인이 되는 요산의 혈중 농도를 높이는 술이나 기름진 고기는 적당한 양으로 줄이세요.”
류마티스관절염도 통풍처럼 20대부터 생길 수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므로 아침에 한 시간 이상 관절이 뻣뻣하거나 이유 없이 관절이 붓고 아프면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으로 유전적인 요인뿐 아니라 흡연, 스트레스 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스스로 몸을 소중히 여기고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과 같은 건강한 생활습관으로 예방해야 한다.
또한 치주염이 있는 사람이 관절염이 잘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평소 양치질을 잘해서 치주염을 예방하고, 치주염이 생기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
요즘같이 추운 날에 통증이 더 심해지는 퇴행성관절염이라면 관절을 사용하지 않고 쉬는 것이 제일이다. 무거운 물건을 들지 말아야 하고, 구부려서 앉는 자세도 무릎 관절에 무리를 주므로 피한다. 퇴행성관절염이 있다면 수영, 아쿠아로빅, 하늘자전거 타기 등 체중 부담이 덜 가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조바심은 털어놓고 다 함께 ‘꾸준히!’
송영욱 교수는 늘 준비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처럼 준비해 놓으면 걱정 없기 때문이다. 약속이 있다면 메모해두고 미리 나가 기다리는 게 익숙하다. 기한이 있는 일은 시간의 여유를 두고 진행한다. 그래서 시간에 쫓겨 쩔쩔매거나 급하게 아등바등하는 일이 거의 없다.
“서두르고 조바심 내는 것은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이 됩니다. 천천히 준비하고 살면 그런 스트레스는 미리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병이 금방 낫지 않는다고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약을 먹었다고, 갑자기 운동을 시작한다고 금방 건강해지기는 어렵습니다. 몸이 변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을 인정하고 꾸준히 좋은 습관을 실천해야 합니다.”
송영욱 교수는 건강에 나쁜 습관을 버리기 어려우면 ‘하나뿐인 내 몸은 가장 큰 재산이며, 삶의 원천’임을 떠올리는 것이 좋다고 전한다. 부디 다가오는 2014년은 가장 소중한 것부터 잘 챙겨서 건강 걱정 없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송영국 교수가 추천하는?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세상에서 건강하게 사는 법>
1. 소식하고 잠을 충분히 잔다. 적게 먹고, 많이 씹고, 7시간 이상 잠자기!
2. 규칙적으로 생활한다. 식사시간, 잠자는 시간, 일하는 시간, 쉬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3. 건강검진을 거르지 않는다. 초기에 병을 발견해서 완치 확률 올리기~
4. 아프기 전 평소 몸을 관리한다. 특히 절주, 금연이 중요~
5. 자신을 아끼고 소중하게 생각한다. 하나뿐인 내 몸은 내가 지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