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신승철 ( 대한구강보건협회장, 단국치대 교수)】
달고 고소한 분유의 덫
어릴 때 엄마 젖 먹던 기억이 날는지 모르겠다. 엄마 젖 맛을 기억하는가? 사람들은 엄마 젖 맛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결혼 후 아기가 생기면 호기심에서 한 모금 얻어먹어 보는 남편들도 있단다.
그런데 한 번 모유의 맛을 본 남편들은 대개는 다시는 먹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무슨 맛이라서 그럴까? 몇 사람 의견을 종합해 보면 대개는 비릿한 맛이란다. 정말 젖비린내이다. 그런데 하느님은 아기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보내면서 바로 그 비릿한 모유를 먹고 자라게끔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모유 수유율은 매우 낮다. 반 이상의 산모들이 분유로 아기를 키우거나 모유와 섞어서 먹인다. 모유가 아기의 건강에 좋다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알고 있고, 또한 모유를 먹여야 한다는 의무감도 역시 산모들이 다 갖고 있다. 특히 아기가 처음 먹는 초유는 반드시 모유를 먹여야 면역도 기르고 필요한 영양소가 잘 갖추게 된다는 것도 모든 산모들이 다 안다.
그러나 현실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모유를 기피하고 마는 것이다. 현실이란 엄마 젖이 잘 안 나오거나 산모가 큰 병에 걸려서 그런 것이 아니다. 모유를 먹일 환경이나 분위기가 안 되어있거나 분유의 편리성 때문이다. 또 산모의 몸매 관리도 한몫을 차지한단다. 엄마의 예쁜 몸매를 위해서 아기가 양보하도록 강요한 것이다.
그러면 모유와 분유의 차이는 무엇일까? 일단 분유를 타 먹어보면 맛이 달고 고소하다. 남편들도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잘 먹을 수 있다. 왜 달고 고소할까?
바로 설탕과 지방을 많이 넣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치아 건강에 치명적이다. 아기들의 앞니에 충치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유로 자란 아이들과 분유로 자란 아이들의 앞니에 충치 발생률은 확연히 다르다. 분유를 먹는 아기들의 앞니, 주로 위 앞니에 분유가루가 묻어있으면 그 속에 설탕 성분을 먹기 위해 구강 내 충치 세균들이 와 몰려든다. 그리고는 열심히 아기가 먹다 남은 설탕 성분을 세균들이 먹는다. 먹었으니 대사활동인 소화를 시키고 방귀를 뀐다. 그 결과 입에서 구린내가 나게 되고, 우리는 이것을 입 냄새라 한다. 세균들은 또 소변도 보는데 그게 바로 산 즉 식초 한 방울이다.
눈에 안 보이는 쪼그만 세균이 오줌을 누어봤자 얼마이겠나 싶지만, 수천만 마리의 충치균들이 지속적으로 식초를 뿜어내면 치아의 해당 부위는 항상 산으로 젖어 있게 된다. 이렇게 산 때문에 치아 표면이 부식되고 녹는 현상을 우리는 충치라고 말한다.
결국 분유를 먹이면 아기들의 위 앞니에, 주로 치아 사이 부위에 충치가 잘 발생된다. 분유 먹고 자란 아이들 약 30%에서 앞니 젖니에 충치가 발생되어 있음을 본다. 확률적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모유 수유 시는 주로 단백질이기에 충치균이 먹고 살 음식이 아니라서 충치 발생이 훨씬 덜하다.
그렇다면 분유회사에서 모유랑 성분과 맛이 거의 같도록 설탕도 넣지 말고 젖비린내 나게 만들면 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과거에 어느 분유회사에서 그 점에 착안하여 모유랑 거의 동일 성분에 맛도 같도록 만들어 모유 친화적인 신제품을 내놓은 적도 있었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 줄 알았으나 결과적으로 안 팔렸다. 한 번 맛을 본 엄마들이 다시는 안 산 것이다. 맛이 없어서였다. 우리 아기 맛있게 잘 먹어야 할 텐데 하는 바람으로 결국 또 설탕 잔뜩 든 분유를 선택하였던 것이다. 만약 아기들 보고 “네가 먹고 싶은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그 비린내 나고 찝질한 모유 맛의 분유를 골랐을 것이나, 불행히도 아기는 선택권도 없고 돈도 없다. 다만 엄마의 취향에 따라 설탕과 지방이 잔뜩 든 분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충치부터 부정교합까지 유발~
분유 먹는 것이 충치 발생 외에도 가끔은 아래윗니가 잘 맞지 아니한 부정교합을 유발하기도 한다. 아기들이 모유를 먹을 때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보자. 한 번 식사량을 먹을 때 대략 7~8분 정도 걸린다.
그러나 분유를 젖병에 넣어서 아기가 혼자 굴러가며 빨아 먹을 때는 3~5분밖에 안 걸린다. 아기에게도 욕구 불만이라는 정신적·원초적 본능이 있다. 본래 아기가 모유를 빨 때 한 번 식사량을 만족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걸린다. 그만큼 엄마 젖 빨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아기들의 볼살이 볼록하게 발달되어 있는 것도 젖을 힘있게 빨기 위해서이다. 그래야만 한 번의 식사량을 다 채우고 정신적인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분유병을 주면 너무나 쉽게 빨린다. 별로 힘 안 들여도 줄줄 입안으로 들어온다. 한 번 실험을 해보라. 분유병에 분유를 타서 거꾸로 들어보라. 분유가 방울방울 심지어는 줄줄 새는 것을 본다.
그러나 산모가 젖이 많다고 해서 다닐 때 젖이 줄줄 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빠는 힘과 젖 먹는 시간이 다르니까 분유 먹은 아기는 너무 일찍 다 먹고 무언가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엄마 젖 대신 엄지손가락을 빨기 시작한다.
엄지손가락 빠는 습관(Thumb sucking)이 있다 해서 다 위험한 것은 아니다. 다만 만 6세가 되면 젖니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오게 되는데 그 나이가 되도록 엄지손가락을 빠는 아이들은 위험하다. 나중에 앞니를 다물면 안 다물어지고 앞니가 뻥 뚫어져 있음을 본다. 이 경우에는 엄청 비용이 들어도 반드시 치열 교정치료를 해주어야 한다. 결국은 분유 수유로부터 시작된 비극일 수밖에 없다.
이 세계에서 젖소가 많아 분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뉴질랜드이다. 그런데 뉴질랜드 엄마들은 90% 이상의 거의 대다수가 모유 수유를 한다. 분유 수유는 특별히 산모의 젖이 잘 안 나오거나 산모가 질병으로 모유 수유가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필수적으로 모유 수유를 한다. 그러면 그 많은 분유를 생산해서 뭣 하려고 하나? 외국에 수출하려고 한단다. 모유 수유의 여건이 잘 안 된다는 핑계로 분유 수유를 선호하는 한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