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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의 환경과 건강] 애물단지 TV와 현명하게 공존법

2015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풍성호

【건강다이제스트 | 한국환경건강연구소 전상일 소장】


1997년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가 방영된 후 전국적으로 약 700명가량의 아이가 간질 발작을 일으킨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패러디 소재로 사용될 정도로 화제가 됐던 사건의 원인은 TV가 보여주는 심한 흑백 대비와 주기적으로 반짝이는 섬광 때문이었다. 이것들이 ‘광과민증’이 있는 아이들에게 간질 증세를 유발시켰던 것이다.

광과민증은 비정상적인 빛에 대한 뇌파 검사상의 반응이다. 광과민성 발작은 특정 세기나 특정 패턴의 빛에 노출되면 유발될 수 있다. TV, 컴퓨터 모니터, 비디오 게임기 등이 주요 원인이다.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브라운관 TV 시절만큼 광과민증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스마트폰, 태블릿 PC, 컴퓨터 모니터 등으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아 이것들이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외에 화재경보기 같은 강한 스트로보 불빛이나 블라인드 사이로 깜빡이는 햇빛 또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는 아이들이 급증하고 있다. 미국 시애틀어린이병원에서는 TV 시청 시간이 1시간 늘 때마다 ADHD 발생 위험이 10%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두뇌 발달이 활발한 생후 36개월 미만 아이들의 TV 시청은 더욱 해롭다. 아이들의 신경 기능 발달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를 많이 보는 아이들은 언어 구사력이 떨어진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TV는 때로 웃음과 유익한 정보를 주기도 하지만, 건강에 적잖은 해를 끼친다. 그러니 TV를 집 안에서 치울 수 없다면 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국 소아과학회가 제시한 ‘어린이를 위한 TV 시청 가이드라인’을 참고해볼 수 있겠다.

▶TV가 식탁 주변에 있으면 식사 중 화면에 정신이 팔려 먹는 양을 조절하기 어렵고,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TV를 보면서 습관적으로 간식을 먹게 된다.

▶TV를 아이들 방에 따로 두면 아이들이 폭력, 약물, 섹스 등 부적절한 성인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잠들기 전까지 어둠 속에서 TV를 보는 나쁜 습관이 몸에 밸 수 있다. 인터넷과 연결된 TV인 경우 아이들이 유해 사이트에 접속할 수도 있다.

▶TV를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보면 TV 화면과 주위의 밝기 차이가 커서 시력 저하를 유발하거나 긴장감이 증가해 두통이 생길 수 있다.

▶주중에 TV를 보면 아이들이 학교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잠자는 시간이 늦어질 수 있다.

▶TV를 보면서 공부를 하면 TV 내용과 학습 정보가 뇌에서 동시에 처리되기 때문에 학습정보가 확실하게 저장되지 않는다.

이것은 아이들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성인 역시 TV와 ‘단짝’이 되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야 하고 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TIP.?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올바른 TV 시청법

1. TV를 시청하는 공간은 밝아야 한다.

2 화면의 밝기는 가능한 한 낮춰라.

3. 화면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져라.

4. 화면을 바라볼 때 눈을 자주 깜빡여라.

5. 화면과 가까워지지 않도록 가능한 한 리모컨을 사용하라.

전상일 소장은 서울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하버드대 Harvard Center for Risk Analysis(위해평가연구소)에서 3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위해소통(Risk Communication)과 보건학의 접목에 힘썼다. 귀국 후 환경보건학 지식을 다양한 방법으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한국환경건강연구소>를 설립하였고, 서울대 등 여러 대학과 다수 방송·언론 매체에서 강의와 칼럼 기고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또한, <둘다북스>를 설립하여 지난 10여 년간 운영해온 <한국환경건강연구소>의 콘텐츠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세계일보> ‘전상일의 건강해’에 칼럼을 연재 중이며, MBC 라디오 <건강한 아침, 황선숙입니다>에 고정 출연해 환경보건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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