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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도박 중독… 치료법 없나?

2007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파릇호

【건강다이제스트 | 양미경 기자】

【도움말 | 한국도박중독 예방·치유 센터 김영훈 임상심리학 박사】

지난 해 ‘바다이야기’라는 사행성 게임으로 나라 전체가 들썩인 사건이 있었다. 지금도 카지노, 경마장, 일반 가정집을 가장한 도박장에서 끊임없이 속출되고 있는 피해자들은 이루 셀 수 없이 많다. 전 재산과 가족을 잃고도 쉽게 끊어낼 수 없는 도박의 수렁, 그 치유 방법을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도박인구는 인구의 적게는 4%에서 많게는 9%로 추산된다. 세계 각국의 평균 도박인구(1~2%)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도박에 빠져 인생을 망친 사람들을 보면 명문대를 나와 엘리트 코스를 걷던 사람이 하루아침 집안을 거덜내는 사례부터 순박한 농촌 청년이 ‘바다이야기’에 재미 삼아 들렀다가 빚더미에 앉게 되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도박중독자는 보통 불법하우스 도박→경마ㆍ경륜ㆍ경정→카지노ㆍ성인오락실 순으로 이동한다. 보통 사람들은 도박에 중독된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한국도박중독 예방·치유 센터의 김영훈 박사는 “도박중독은 나이, 성별 관계없이 누구든지 빠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도박에 빠지게 되는 단계는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해 한 번쯤은 돈을 따는 재미를 알게 되고, 내성이 생기면 재미를 느끼기 위해 더 큰돈을 걸게 된다. 결국 돈을 잃게 되고 딸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똑같은 기분을 맛보기 위해 거는 돈을 더 늘려야 하기 때문에 도박의 내성은 한계가 없다.

도박중독은 행동·심리적인 ‘질병’

그렇다면 왜 도박에 중독될까? 도박을 하면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하는 물질이 발생한다. 도파민이다. 언젠가 돈을 딸 수 있다는 기대감과 더 많은 돈을 따기 위해 많은 돈을 거는 모험심이 도파민 회로를 자극해 도파민 수치를 급증시킨다. 도파민은 도박을 할 때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중독성이 강한 모든 행위는 도파민과 관련이 있다. 술을 마셔도 도파민이 나온다. 마약중독, 쇼핑중독, 섹스중독 역시 도파민 분비 수치를 증가시켜 쾌락중추를 자극한다. 일단 이 상태에 빠지면 사람은 최고조의 쾌감을 느낀다. 한 번, 두 번 이런 쾌감 사이클에 빠지면 여기서 헤어나기 어렵다.

도박중독자의 대부분은 자신이 도박중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도박중독자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끊을 수 있기 때문에 중독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도박을 않겠다고 손가락을 끊고도 다시 도박에 뛰어드는 게 도박중독이다. 도박중독처럼 본인의 의지로는 조절이 불가능한 현상을 ‘충동조절장애’라고 부른다. 알코올, 마약중독과 마찬가지로 인생을 파괴하는 심각한 정신질환이다. 최근 마약, 알코올처럼 도박중독, 쇼핑중독, 사이버중독 등이 모두 한 뿌리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도박 중독에 빠지면 자신의 통제 불가능한 모습과 자책감에 눌려 큰 고통을 받게 되고 그의 경제적·사회적 책임과 비난을 떠맡게 된 주위의 가족들도 노여움과 실망감으로 당사자만큼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불만은 장본인에게 다시 전해지게 되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우선 도박 중독 증세를 단순히 의지가 약한 성품 때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당사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큰 어려움을 안겨 줄 심리적인 ‘질병’으로 판단하여 빨리 도움을 구해야 한다.

김영훈 박사는 “아픈 환자를 위해 보호자의 간호가 필요하듯 도박 중독자의 치료를 위해서도 가족들의 노력이 큰 역할을 차지한다.”면서 “가족의 상담 의뢰도 본인이 한 것만큼 큰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집단치료가 가장 효과적

그렇다면 도박중독은 치료가 가능한가?

전문가들은 누구도 ‘치료가 되었다’고 장담하지 못한다고 강조한다. 그만큼 치유가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치유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도박중독 치료에 진전을 보인 것은 약물치료다. 원인에 따라 항우울제 또는 항갈망제가 처방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치료는 중독자들의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교정해주는 인지행동치료다. 특히 집단으로 시행할 때 효과적이다. 따라서 도박중독 전문 상담센터나 ‘단도박모임’ 같은 곳을 찾는 것이 도박중독을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김영훈 박사는 “도박의 유혹이 다가왔을 때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생활해오면서 가장 즐거웠거나 행복했던 순간을 머리에 떠올리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10번 중 9번의 유혹을 참았다고 하더라도 한 번 유혹에 넘어가면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으므로 실질적인 지침들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우선, 자신이 도박중독자라는 것을 주변 식구, 친구, 친척 및 동료에게 용기 내어 알려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통제되지 않을 때 주변에서 제지할 수 있으며 또한 거짓말로 도박자금을 빌리려는 것도 차단될 수 있다.

스스로 도박이 통제되지 않는 사람의 경우 도박을 할 수 있는 자금을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직장인이 경우 지갑에 점심식사비 및 교통비를 제외한 현금과 카드를 가지고 다니지 못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도박치료의 관건은 “내 인생에서 지켜야 할 것이 남아 있느냐”는 것이다. 즉 도박 없는 생활이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결국 가족들이 심각성을 인식하고, 초기에 환자를 병원이나 상담소로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도박 빚은 갚아주지 말고 중독자 자신이 계획을 세워 갚도록 해야 한다.

혹시 나도? 도박중독 자가 진단법

1. 원래 의도했던 것보다 더 많이 습관성 도박을 하게 되었다.

2. 도박에 빠져 사람들에게 비난받거나 평판이 나빠진 적이 있다.

3. 자신이 도박을 하는 방식 때문에 죄책감에 빠진 적이 있다.

4. 도박을 끊고 싶지만 끊지 못할 것이라고 느낀 적이 있다.

5. 가족, 친구 등에게 도박에 연관된 물건을 숨긴 적이 있다.

6. 돈을 관리하는 방식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과 다툰 적이 있다.

7. 돈 문제로 다툰 원인이 주로 습관성 도박에 있다.

8. 습관성 도박 때문에 돈을 빌리고 갚지 못한 적이 있다.

9. 도박으로 인해 직장에서 일할 시간을 빼앗기거나 흥미를 잃었다.

10. 도박 빚을 갚거나 구하기 위해 집안 물건 부동산 등을 판 적이 있다.

※ 위 항목 중 2~4개면 습관성 도박, 5개 이상이면 도박 중독에 해당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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