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백혈병, 이것은 그냥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시리고 애달픈 말이다. 영화뿐 아니라 TV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이 백혈병으로 죽어간다. 왜 하필 백혈병일까?
백혈병은 특별한 전조증상이 없다. 어제까지 깨끗하게만 보여지던 사람이 오늘 갑자기 백혈병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소아기에 가장 많은 암이다. 그리고 골수기능이 약화되는 장년기와 노년기에 또 한 번 많아지기도 하는 혈액암이다. 하지만 백혈병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어떤 형태는 한창 사랑을 나누어야 될 청년에게도 찾아오고 힘 좋은 젊은이에게도 찾아올 수 있다.
젊음이란 자유를 갈망하는 시절이다. 자유란 규칙적인 틀을 벗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창 사랑해야 될 나이, 도전과 자유, 모험과 불규칙을 들락거리는 시기다. 이때는 당연히 좌절과 갈등, 애증과 집착, 절망과 환희, 불규칙한 생활과 애태우는 마음이 교차한다. 이 시절도 없이, 그저 조금 감기 증상이 있거나 피곤하고 창백해져서 더 하얗고, 가련해지다가 그냥 죽어가는 불가항력, 불가사의한 병이다.
백혈병이란 말 그대로 핏속에 백혈구가 너무 많아지는 병이다. 백혈구가 많아지면 당연히 적혈구와 혈소판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적혈구가 적어지면 빈혈증貧血症이라 하여 산소운반능력이 떨어져서 사람은 창백하게 변하고 가련하게 보인다. 혈소판이 부족하면 지혈止血기능이 떨어져서 어딘가 조금만 상해도 출혈이 되고, 살짝만 부딪혀도 새파랗게 멍이 든다. 크게 웃어도 입에 피가 날 수 있고, 딱딱한 것을 씹어도 잇몸에서 출혈이 계속된다.
백혈구는 숫자만 많아졌지 그 기능을 습득할 수 있는 만큼 성숙하지 못하여 질병과 싸우는 면역방어능력이 떨어져 있다. 그래서 백혈병 환자는 출혈이나 빈혈, 염증으로 죽어간다.
백혈병은 최근 증가 추세에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다른 암과 달리 초기라고 해도 어디 한쪽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서 얼른 떼어낼 수도 없다. 처음이든 중간이든 끝이든 간에 일단 발견되었다 하면 이미 몸 전체에 퍼져 있다. 수술도 방사선치료도 불가능한 악성종양이다.
하지만 백혈병은 모든 암 중에서 가장 치료해 볼 만한 것이기도 하다. 질 좋은 항암제가 수없이 개발되어 있고 골수이식 수술도 발달되어 수많은 환자들이 생명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되었다.
평소 감기나 편도선염에 잘 걸리고 구강위생이 좋지 않고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찾아온다. 물론 방사선이나 벤젠, 바이러스 같은 것들을 경계해야 함은 다른 암과 마찬가지다. 일반 혈액검사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백혈병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몸에 별다른 감이 느껴지면 곧 혈구도말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그래야만 사랑과 아름다운 시절, 자유와 소설 같은 추억을 오래 간직할 수 있지 않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