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N대학교 총장 K씨는 배가 살살 아프고 불편했다. 요즘엔 먹으면 토하고 배가 아파서 거의 먹지 못하고 식욕도 떨어졌다. 그러자 체중이 많이 빠져버렸다. 서둘러 대학병원으로 갔다. 진단은 췌장선암 2기라 하였다.
아, 이럴 수가! 불과 20일 전에 교직원 건강 검진 결과 ‘A: 양호’라고 나오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암에 걸릴 수 있단 말인가?
K 총장은 교직원 검진 판독의사를 찾아가서 강하게 항의하였다. 판독의사는 “정기검진 내용 속에는 췌장선암 검사항목이 없었으므로 그것은 당연히 밝혀질 수 없는 것”이라고 하며, 자신에게는 잘못이 없다는 대답이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겨야 하는가?
첫째, 검진 시 각 개인의 특성이 고려되지 못하고 있다. 누구나 똑같은 검사를 하라고 미리 검진표가 만들어져 나오고 있다. 각 개인의 불편한 정도나 상태, 특징 등은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필요한 검사를 못 받는 경우도 많고, 불필요한 검사를 요식행위로 받아야 되는 경우도 많다.
둘째, 검사항목의 선택에 오류가 있다. 대부분의 단체검진 항목들은 행정기관에 의해서 이미 결정되어져 있는데, 이것은 이전부터 수 년 또는 수십 년 동안 답습 되어온 검사 항목들이다. 검사받는 사람이나 검사하는 사람이나 그것이 다른 검사보다 더 중요하거나 더 우선적인지를 알아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셋째, 검사도 유행에 따라 하고 있다. 어떤 질병이든 암이든 그것은 민족과 환경에 따라 차이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국에서 무슨 검사나 시술이 유행한다고 하면 우리도 곧 그걸 하려고 덤빈다.
넷째, 그 기계가 있으니 그 검사를 한다. 우리나라에 CT를 비롯한 몇몇 고급 의료장비들은 인구 수에 비하여 너무 많다. 사람들은 CT도 찍어 봤고 MRI도 해봤고 내시경도 해 보았다고 훈장처럼 자랑하며 다닌다.
다섯째, 비싼 검사라야 믿을 수 있다고 여긴다. 똑같은 검사라도 의원과 거대 병원의 검사비용은 크게 다르다. 몇 배나 차이가 날 수도 있다. 큰 병원에서 그런 검사 받는 것을 영광으로 자랑으로 여긴다.
이렇게 저렇게 하여 어려운 검사를 수없이 받았는데 “아무 것도 없습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으니, “위염이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라고 같은 말을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 말로 해 놓으면, 그 사람은 그때부터 진짜 위염환자가 되어 버린다.
그와는 정반대의 경우도 있다. 이것저것 검사를 해서 그 결과에 “이상이 없다.”고 하면 그것을 곧 “신체 전체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실은 “검사된 항목 내에서만 이상이 없다.”는 뜻이며, 진실로 아무 병도 전혀 없다는 뜻은 아닌데 사람들은 그것을 착각한다.
좋은 검진이란 개인의 특성에 맞게 세심하고 친절한 문진과 대화 토론을 통하여 결정되어져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