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건강증진센터 강재헌 교수】
올해 마흔여덟 살 된 김현주 씨(서울 관악구)는 중2 때 이후 단 한 번도 ‘비만녀’ 타이틀을 떼지 못했다. 마흔이 넘은 후 출렁이는 뱃살이 걱정되더니 급기야 얼마 전 대사증후군 판정을 받았다. 이러다간 정말 큰일 나겠다 싶은 생각이 든 것은 복부비만이 대장암과 유방암, 자궁체부암의 발생률을 높인다는 의사의 경고를 듣고나서부터다.
비만은 단순히 S라인이 아니라서 예뻐 보이지 않는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일으켜 사망률을 높이는 심각한 질병이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건강증진센터 강재헌 교수는“복부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을 유발할 뿐 아니라 심해지면 동맥경화증이 발생해 심혈관질환이나 뇌혈관질환까지 올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뱃살 정말 뺄 수 있나?
복부비만은 내장지방형과 피하지방형으로 나눈다. 내장지방형 복부비만은 주로 남성이나 폐경 후 여성이고, 피하지방형은 주로 폐경 전 여성들이다. 내장지방형 복부비만은 비만의 동반질환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을 일으키는 주요 요인이다.
당뇨와 고혈압, 지방간이 생긴 복부비만 환자들은 의사에게 진지하게 물어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들은 “처방대로 하면 정말 뱃살이 빠질까요?”라고 의구심을 갖고 물어온다. 강재헌 교수는 이때 이렇게 답한다고 한다. “체중이 빠졌는데 복부비만은 빠지지 않을 수 있지 않느냐는 고민을 하는데 그건 절대 그렇지 않아요. 체중이 줄었는데 뱃살이 빠지지 않았다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당신이 알아야 할 복부비만 상식
비만은 체질량지수로 진단한다. 체질량지수는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다. 체질량지수 25kg/m2 이상은 비만이다. 예컨대 체중 75kg, 신장 170cm인 경우 체질량지수는 75÷1.72=25.9로 비만에 해당된다.
복부비만은 허리둘레로 본다. 허리둘레가 남성은 90cm 이상, 여성은 85cm 이상이면 복부비만이다.
남성은 어느 연령대든 비만이 심해지면 복부비만이 생긴다. 특히 술자리에서 섭취하는 기름기 많은 안주가 복병이다. 여성은 40대 초반까지는 웬만큼 살이 쪄도 전체적으로 피하지방만 늘어나서 통통해 보여도 복부비만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폐경기 후에는 복부비만이 생긴다.
폐경 전 여성은 난소에서 분비되는 에스트로겐의 혈중 농도가 높기 때문에 살이 쪄도 내장지방보다 피하지방으로 우선 축적된다. 그런데 폐경이 되면 에스트로겐 분비가 잘 되지 않아 남성처럼 내장지방으로 우선 축적된다.
강재헌 교수는 “폐경 전후 패턴이 다르다 보니 폐경기 이전 여성들은 팔뚝, 엉덩이, 허벅지살 고민이 많은데 반해 폐경기 이후 여성들은 팔다리 살보다 뱃살 고민이 더 깊다.”고 말했다.
만약 폐경 전인 젊은 나이의 여성이 복부비만이면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의미다. 젊은 여성이라도 지나치게 심한 비만이 되면 피하지방에 체지방이 더 이상 축적되기 어려워져서, 말 그대로 창고가 다 차서 남아도는 잉여 열량을 채울 곳이 내장지방밖에 없는 상태가 된다.
체중은 비만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실제로 배가 꽤 나온 사람들이 있다. 이를 마른 비만이라고 한다. 몸에 내장지방이 많은 만큼 근육량과 피하지방은 적어 몸무게가 정상일 수 있다. 몸무게는 정상일지 몰라도 실제로는 복부비만일 가능성이 높다. 평소 활동량과 운동량이 적거나 단백질 섭취량이 많이 부족한 사람은 마른 비만이 더 많다. 마른비만은 연령이 높을수록 오기 쉽다. 나이가 많아지면서 근육량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복부비만에 대한 오해와 진실
1 운동만 하면 식습관 안 바꿔도 뱃살이 빠진다?
☞ NO. 가장 중요한 뱃살 빼기 노하우를 꼽는다면 식습관 개선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운동만 하면 평소 먹던 대로 먹어도 뱃살이 빠질 것으로 착각한다. 식사조절이 훨씬 더 뱃살 빼기 비중이 높다. 특히 초기에는 더 그렇다. 강재헌 교수는 “운동을 하고 식사조절을 안 하면 뱃살이 빠지지 않지만 운동을 안 해도 식사조절을 잘 하면 뱃살이 빠진다.”고 말했다.
2 걷기보다 달리기를 해야 뱃살이 빠진다?
☞ NO. 달리기가 걷기보다 같은 단위시간당 지방을 두 배 더 태운다. 하지만 1시간 걷기는 가능하지만 30분 달리기는 버겁고, 2시간 걷기는 가능하지만 1시간 달리기는 체력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이들이 많다. 강재헌 교수는 “운동 시간이 충분하면 걷기를, 체력은 좋지만 운동 시간을 내기 어려우면 달리기나 고강도운동을 하면 된다.”며 “운동이 싫거나 짬을 낼 수 없다면 만보계를 허리에 차고 신체활동량만 늘려도 뱃살을 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복부비만 환자는 요통이 더 많다.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3 수십 년 된 복부비만은 빼기 어렵다?
☞NO. 오랫동안 복부비만을 유발해온 잘못된 습관을 바로잡기 어려울 뿐이지, 지금이라도 작심하고 나선다면 수십 년 된 뱃살이라도 누구나 뺄 수 있다.
4 딴딴한 배는 살이 더 안 빠진다?
☞ NO. 딴딴한 배는 지방 축적이 많아 그런 것일 뿐, 물렁거리는 배보다 살이 빠지지 않거나 덜 빠지는 것은 아니다.
5 배를 때려주면 살이 빠진다?
☞NO. 튀어나온 배를 주무르거나 가격하면 지방세포가 분해돼서 소변이나 대변으로 빠져나간다고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복부 부위를 주무르거나 기구를 써서 배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지방을 뺄 수 없다. 뱃살을 빼려고 나무에 배를 부딪치는 행동도 아무 효과가 없다.
6 원푸드다이어트로 살을 뺄 수 있다?
☞NO. 처음 일주일은 다른 다이어트보다 잘 빠지지만 체지방이 일부 빠질 뿐 나머지는 몸의 수분이나 근육이 빠진 것이다. 영양 결핍으로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은 물론이고 어느 정도 지나 식욕이 치고 올라오면서 폭식, 과식하게 된다. 더욱이 근육량이 줄어들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므로 나중에 더 찌기 쉬운 체질로 바뀌고 요요현상을 유발할 수 있다.
7 윗몸일으키기나 훌라후프로 뱃살을 뺄 수 있다?
☞ NO. 많은 사람들이 팔뚝 살을 빼려면 팔운동, 뱃살을 빼려면 배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윗몸일으키기도 뱃살을 빼는 유산소 운동이 아니라 근력운동이다. 같은 시간을 투자했을 때 윗몸일으키기보다 걷기를 비롯한 유산소운동이 효과가 더 좋다.
굶지 않아도 뱃살 뺄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뱃살을 뺄 것인가? 보통 많은 사람들이 먹는 양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독한 마음을 먹어봤자 일주일도 버티기 어렵고 한 달이면 대부분 포기한다. 같은 양을 먹어도 살을 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건강에 필요한 영양소는 들어 있지만 부피 대비 열량이 낮은 음식으로 식단을 짜는 것이 최선책이다.
스파게티보다 밥, 반찬이 에너지 밀도가 낮고 똑같이 고기를 먹더라도 갈비나 꽃등심보다 로스구이가 낫다. 머핀 대신 열량을 낮게 만든 샌드위치를 먹는다든지 카라멜마끼야또를 아메리카노로 바꾼다면 그전과 똑같은 양을 먹어도 뱃살을 뺄 수 있다. 볶음밥은 맨밥보다 열량이 두 배 차이 난다. 볶음밥을 먹던 사람이 맨밥을 먹는 걸로 바꾸면 그것만으로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 나트륨 섭취를 줄여도 식욕이 떨어져 덜 먹게 된다.
다이어트 식품으로 알려진 고구마, 감자, 바나나를 간식으로 자주 먹어도 곤란하다. 의외로 열량이 꽤 높다. 강재헌 교수는 “먹성 좋은 사람도 사과 두세 개를 앉아서 먹긴 쉽지 않은데 심심할 때 바나나를 먹다보면 서너 개도 쉽게 들어간다.”며 “바나나 세 개면 밥 한 공기, 300kcal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다이어트할 때 요주의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