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기울었다. 많이 기울었다. 이제 곧 넘어갈 위기에 처해있다. 물질문명의 급속한 팽창은 원인불명의 수많은 질병과 질환을 낳고 있다. 이는 인간이 편함을 추구하는 이기에서 비롯됐다 할 수 있다. “먹을 것이 넘쳐나는데 정작 건강한 먹을거리는 없다.”가 이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진 우리의 삶은 질병의 위협으로부터 도피할 수 없을 만큼 절박해졌다. 아토피도 우리 생활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발생하는 하나의 증상일 뿐이다.
국민병으로 떠오른 아토피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병 두 가지를 꼽으라면 성인에겐 암, 아이들에겐 아토피를 들 수 있겠다.
대형병원은 그 규모가 커져만 가는데 이 두 가지 병에 대한 뚜렷한 해결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환자를 둔 가족들은 안타까움만 더한다. 당연하다. 세균이 원인인 세균성질병인 콜레라, 결핵, 말라리아, 식중독, 파상풍 등의 경우는 세균만 잡아주면 해결될 문제다. 하지만 이 이외의 질환, 특히 암, 고혈압, 간경화, 당뇨병, 뇌졸중 등은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가 거미줄처럼 엉겨 발생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도 이러다할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토피 또한 복합적인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유전적인 것, 환경적인 것, 생화학적인 것, 정신적인 것 등이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그런 까닭에 병원에서 주로 처방하는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제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더군다나 이 두 가지 물질의 지속적인 처방은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니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항히스타민제의 경우는 발작, 부종, 가려움증, 재채기 등을 일시적으로 완화시켜 줄 수 있으니 적절하게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더 신중하게 처방받아야 할 물질은 스테로이드제제다. 스테로이드제제에 대한 부작용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피부병(여드름 등), 모세혈관 확장, 국소 감염증 등이다.
피부발진과 가려움증이 대표적 증상!
악순환의 반복이다. 아토피 환자들은 피부발진과 가려움으로 긁게 되는데 손톱으로 긁힌 피부는 염증이 생기고 2차 세균감염이 발생, 다시 긁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 가려움은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이 원인인데 이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항히스타민제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나 병원에서 처방하는 항히스타민제는 일시적인 증상 완화에 그칠 뿐이다.
먹거리와 환경, 생활습관이 주요 변수
필자는 지난 15여 년 간 암을 연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해 왔다. 그러면서 암 치유캠프, 암 강좌 등을 해 왔는데 최근에 소아암이 증가하는 현상을 농사에 비유하여 설명한 일이 있다.
“씨가 튼튼하지 못하고 밭이 건강하지 못하면 건강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없습니다. 최근 들어 신혼부부의 밥상이 썩었습니다. 쓰레기로 가득 찬 밥상으로 어찌 건강한 아이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여러분의 아이가 암이라면 여러분 밥상부터 새로 차려야 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내 아이가 아토피라면 우리집의 밥상부터 점검을 해봐야 한다. 아이는 엄마의 면역상태를 전달받는다. 엄마의 건강상태가 불량이라면 아이가 아토피 등에 쉽게 점령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인스턴트가공음식, 각종 첨가물 음식, 성장촉진제의 우유, 항생제를 남용한 육류 등 합성화학물질이 다량 포함된 음식이 밥상의 주메뉴라면 지금부터라도 이 밥상은 엎어야 할 것이다. 유전인자는 사람의 생활습관의 총체다. 그것이 엄마의 유전자든 아빠의 유전자든 상관없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따라서 영·유아기의 경우에는 먹거리가, 성인의 경우는 환경과 생활습관이 아토피 발생의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아토피, 어떻게 잡을 것인가?
병원치료만으로는 도저히 잡을 수 없는 아토피! 그렇다면 원인인자들을 밝혀내어 하나씩 제거해가는 방법으로 해보면 어떨까? 그 순서를 다음과 같이 적어본다.
1 아토피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을 찾는다
2 알레르기 유발 음식을 찾는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품을 찾기 위한 검사방법은 ▶공개형 유발검사와 ▶이중맹검 식품유발검사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공개형 유발검사는 환자에게 무엇을 먹으라고 지시하여, 공개적으로 식품을 섭취시키고 증상의 발생 여부를 관찰하는 법이다. 이중맹검 식품유발검사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지 못하도록 환자에게 섭취를 시키고 진짜를 먹었을 때 증상이 발생되는 것을 보고 진단하는 법이 있다.
외국의 유명학자들이나 세계 학계에서는 이중맹검 식품유발검사를 한 경우에만 식품 알레르기 진단을 인정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시행되는 검사 중 가장 정확한 방법이다. 국내 아토피 치료 병원의 경우 주로 공개형 유발검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3 조사된 알레르기 유발물질(음식)을 밥상에서 제외시킨다
알레르기 유발물질은 단백질이 함유된 음식이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 문제는 단백질이 포함되지 않은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식물성 식품이라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물론 주로 동물성식품에 단백질 함량이 절대적으로 많고 여기에 포화지방까지 더해져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많다는 것은 당연하다.
우유, 계란, 돼지고기, 닭고기 등 아토피성피부염의 흔한 원인으로 알려진 식품에 대해 공개형 식품알레르기 유발검사를 시행한 결과 아토피성피부염 환자 중 77.8%가 최소 한 가지 이상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이 결과는 비록 소량의 단백질이 포함돼 있긴 하지만 채식 위주의 밥상이 아토피 치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4 현재 아토피 증상이 심해서 가려움증 등의 증상 때문에 고통 받는다면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아 사용한다.
어떤 환자는 병원에서 처방하는 약물(항히스타민제 등)을 무조건 배척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고통만 가중될 뿐이다. 경우에 따라서 병원 치료약의 도움을 받아야 할 때가 있다.
5 아토피 치유밥상은 이렇게 차려보자
연구결과 가장 흔하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식품은 대체로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계란, 우유, 돼지고기, 닭고기, 가공식품, 인스턴트식품, MSG, 탄산음료, 인공색소, 방부제 함유음식, 밀가루 식품(빵, 국수, 면류), 우유함유 가공식품(치즈, 요구르트, 마요네즈 등), 대두 등이다. 대두가 포함된 것은 식물성식품 중에서 단백질 함유량이 많아서이나 대두로 만든 간장은 알레르기 반응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밥상을 차리는 데 허용식품으로 한다.
모든 농산물은 유기농산물을 기본원칙으로 하되 구하기 어려운 경우 무농약 농산물까지로 한다. 이는 농약과 제초제로부터 안전한 밥상을 차리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기도 하다.
◎ 아토피 치유밥상(예)
▶ 밥 : 현미, 율무, 조, 수수, 밤, 옥수수, 기장, 귀리, 보리 등
▶ 국 : 미역국, 뭇국, 시래깃국, 파랫국, 기타
▶ 반찬 : 생선류 -조기, 갈치 등
해초류 – 김, 파래, 톳, 미역, 다시마 등
채소류 – 브로콜리, 배추, 감자, 고구마, 호박, 풋고추, 무, 얼갈이, 파프리카, 양배추, 양상추, 가지, 오이, 당근 등
기타 – 표고버섯, 느타리버섯, 각종 버섯류
기름 – 올리브오일, 참기름(가능하면 저온 압착한 것)
▶ 특수영양식 : 영·유아라면 이유식, 분유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데, 검사를 한 후 채소생즙과 현미오곡가루 미음이나 죽을 활용해 보는 것이 좋겠다. 채소생즙은 주로 당근과 케일, 양배추에 비트를 약간 가미해서 먹이고 현미·율무·조·수수·기장을 곱게 갈아서 이유식을 대체해 보는 것이 좋겠다.
6 열악해져 가는 생활환경, 변화를 시도해 보자
갈수록 환경오염은 심각해져가고 있다. 환경오염은 먹거리 오염까지 유발해 아토피 발생에 결정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집 바깥에서는 자동차매연, 미세먼지, 수질악화(염소 소독), 각종 유해 화학물질, 잔류농약 등 온통 아토피를 유발, 혹은 악화시킬 수 있는 인자들로 가득 차 있다.
집 안에서는 내분비교란물질이 넘쳐나고 온통 석유화학물질로 도배가 돼 있다.
따라서 이러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그래서 귀농을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농촌은 건강회복을 위한 마지막 비상구가 될 수 없다. 논과 밭에는 농약과 제초제, 화학비료가 한없이 뿌려지고 있으며 이것이 하천으로 흘러들어가 하천이 병들어 가고 있다.
따라서 농촌으로 거주지를 옮길 경우 농약이나 제초제가 다량 살포되는 지역을 벗어나 유기농 텃밭을 가꾸면서 한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흙과 나무로 집을 짓고 농약냄새 안 나는 곳이면 좋겠다.
아이를 위해서 부모가 거주지를 옮기는 일은 쉽지 않은 결정일 것이다. 자연으로 거주지를 옮기는 행위는 자신의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차선책은 도시에 살면서 생활환경을 개선시켜주는 일이다. 집 바깥의 환경은 바꿀 수 없겠지만 집안의 환경은 의지에 따라서 얼마든지 바꿔줄 수 있다. 밥상도 최선의 재료들로 바꿀 수 있다. 이 두 가지만 바꿀 수 있어도 아토피, 어느 정도는 극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