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김병진 교수】
【도움말 | 황성수클리닉 황성수 박사】
고혈압 1천만 시대! 우리나라 총인구 5천만 명 중 5분의 1이 고혈압 환자라니 고혈압을 가히 ‘국민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고혈압으로 진단을 받으면 대개 고혈압약 복용으로 고혈압을 관리한다. 하지만 고혈압약을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고 알고 있기에 고혈압 진단을 받았음에도 가능한 한 고혈압약 복용을 늦추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또 한편에서는 고혈압약을 먹지 말 것을, 먹고 있다면 끊을 것을 제안하는 전문의들도 있다. 고혈압으로 건강을 위협받고 있는 환자로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고혈압약, 과연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PART 1. 고혈압, 고혈압약!
고혈압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기 전에 ‘고혈압’에 관해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혈압이면 다 고혈압약을 먹을까?
우리가 알고 있듯이 고혈압은 말 그대로 혈압이 높다는 것이다. 그럼 얼마나 높으면 고혈압약을 먹어야 할까?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김병진 교수는 “최고 혈압이 140mmHg, 최저 혈압이 90mmHg 이상이면 고혈압”이며 “고혈압 환자가 고혈압약을 복용하면 혈압이 떨어져 뇌경색증, 심근경색증, 심부전증 발생을 상당히 감소시킨다.”고 말한다.
혈압이 140/90mmHg라고 해서 무조건 고혈압약을 먹는 건 아니다. 제1기 고혈압(140~159/90~99mmHg)이면 수 주 또는 수 개월간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생활요법을 먼저 시행해 정상 혈압이 유지되는지를 관찰하는데, 이 기간에 지속해서 혈압이 높으면 그때에 고혈압약을 처방한다. 그러나 제2기 고혈압(160/100mmHg 이상)이면 생활요법과 함께 고혈압약을 바로 처방한다. 이 경우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고혈압은 왜 생길까?
정상 혈압은 120/90mmHg이다. 대개 정상 혈압을 유지하다가 고혈압이 되는데, 그렇다면 왜 혈압이 높아지는 걸까?
황성수클리닉 황성수 박사는 “사람의 몸은 늘 체내의 환경을 일정한 상태로 유지(항상성)하려고 하는데, 어떤 원인에 의해 정상 혈압으로는 더 이상 늘 공급되던 피의 양을 얻지 못하게 되면 몸은 원래의 양을 공급받아 항상성을 유지하려고 일부러 혈압을 올리는데 이것이 바로 고혈압”이라고 설명한다.
혈압을 조절하는 중심기관은 신장(콩팥)이다. 혈압을 올리는 호르몬(레닌 호르몬)이 신장에서 분비되기 때문이다. 신장으로 들어올 피의 양이 원래보다 적어지면, 신장은 원래의 양을 공급받기 위해 이 호르몬을 분비해 혈압을 높인다.
즉 우리의 몸은 우리보다 현명하여서(!) 혈액 공급에 문제가 있음을 알아채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데, 이것이 바로 고혈압이다.
그러므로 고혈압은 병이라기보다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우리 몸의 피나는 노력이고, 오히려 정상적인 신체반응이며, 체내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려주는 신호이다.
고혈압을 지긋지긋한 원수가 아닌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우리 몸의 피나는 몸부림으로 이해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체내에 생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혈압을 높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일까?
▶노화로 혈관의 탄력성이 떨어져서 ▶콜레스테롤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져서 ▶짜게 먹어서 ▶체중이 증가해서 ▶유전적 요인 등등 그 원인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이들이 서로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고혈압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중에서 근본 원인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있다. 황성수 박사는 “혈압이 올라가는 근본 원인은 혈관이 좁아진 상태, 즉 ‘동맥경화증’”이라며 “혈관이 좁아지지 않으면 우리 몸이 일부러 혈압을 올리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PART 2. 고혈압약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혈압일 때 고혈압약을 먹어야 하는 이유,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자.
‘조용한 살인자’ 심혈관질환을 막으려면!
고혈압약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병진 교수는 “고혈압약 복용 후 혈압이 잘 유지되더라도 임의로 고혈압약을 끊으면 갑자기 혈압이 상승해 뇌경색증, 심근경색증, 심부전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고 말한다.
55세까지 정상 혈압인 사람도 이후 고혈압이 발생할 확률은 90%라고 한다. 즉 나이가 들수록 혈압은 상승하며, 고혈압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심혈관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꾸준한 고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고혈압약의 양을 줄이거나 중단할 때는 평소 자신의 혈압상태를 면밀하게 확인한 후에 주치의 진료 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증상만 치료하는 한계를 넘어 원인을 치료해라!
고혈압약을 먹지 말라는 이유는 무엇일까? 황성수 박사는 “고혈압약은 고혈압의 원인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혈압의 수치만 보고 그 수치를 낮추어 고혈압의 증상만을 치료할 뿐이며, 몸이 스스로 올린 혈압을 약으로 낮추면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 피가 공급되지 않아 오히려 피 가뭄이 드는 부작용이 생긴다.”며 “근본원인인 동맥경화증을 치료해 고혈압이 생기지 않는 몸을 만들면 혈압이 내려가서 고혈압약을 먹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즉 좁아진 혈관을 원래대로 넓히면 혈압은 자연히 내려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혈관을 원래대로 넓힐 수 있을까? 황성수 박사는 “혈관을 좁아지게 하는 콜레스테롤을 제거해주는 현미밥, 채소, 과일을 먹고, 콜레스테롤을 쌓이게 하는 고기, 생선, 우유, 달걀을 피하면 혈관이 넓어져 혈압이 내려간다.”고 말한다.
황성수 박사는 고기, 생선, 우유, 달걀은 완전히 끊고, 현미, 채소, 과일 위주로 음식을 바꾸면, 혈압이 조금씩 내려가고 고혈압약의 용량도 줄게 되는데, 지속해서 이 과정을 밟아 혈압이 정상 혈압인 120/90mmHg 이하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고혈압약을 끊어도 된다고 덧붙인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고혈압약을 끊고 음식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바꿔 혈압이 내려간 다음 고혈압약을 끊는다는 것이다. 고혈압약 복용 중인데 식습관은 전혀 바꾸지 않은 채 약부터 끊으면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약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이유도, 또한 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목표는 한 가지다. 바로 건강이다! 고혈압약을 먹는 사람들에게는 고혈압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가 적잖은 고민거리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흐트러진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다.
약을 선택하든 아니든 그것은 몸의 주인인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우리가 건강을 회복하고자 적극 노력하고 정성을 들일 때 고혈압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기억하자.
PART 3. 고혈압 환자라면 알아두자!
1 안정된 혈압을 지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시간에 맞춰 규칙적으로 고혈압약을 복용해야 한다.
2 다른 질환으로 여러 가지 약제를 함께 복용할 경우, 약물 상호작용으로 약물의 흡수와 대사에게 영향을 주어 혈압강하 효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3 약물 흡수에 장애를 줄 수 있는 음료(우유나 술 등)와 함께 먹지 않도록 한다.
4 이뇨제 중 혈중 칼륨 수치를 높이는 약제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들(자몽 등)과 함께 먹지 않도록 한다.
5 고혈압약 복용 후 평소 없었던 증상이나 증후가 있으면 주치의와 상담해 약제 변경을 고려해야 한다.
고혈압약의 부작용은 너무 많아 각 약제를 참고해야 한다. 여기서는 흔히 발생하거나 문제가 되는 부작용을 소개한다.
1 칼슘통로 차단제 – 하지 부종, 잇몸 비후, 안면홍조 및 후끈거림 등
2 앤지오텐신 효소 차단제 – 마른기침, 혈관부종 등
3 앤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 어지럼증 등
4 베타차단제 – 천식악화(천식 등이 있는 사람들은 선택적 베타차단제가 도움된다.)
5 이뇨제 – 전해질 불균형 등
6 알파차단제 – 요즘은 1기 고혈압약으로 잘 쓰지는 않고 남성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로 흔히 쓰는 약으로 기립성 저혈압 등이 올 수 있다.
고혈압약을 줄일 수 있는 경우
1 생활습관을 변화하는 데 성공한 경우 즉 체중조절, 금연, 절주와 함께 싱겁게 먹는 식생활, 규칙적인 운동 등이 이뤄지고,
2 고혈압약을 먹는 동안 135/85mmHg 이하로 안정된 경우
고혈압약을 끊을 수 있는 경우
1 생활습관을 변화하는 데 성공한 경우
2 고혈압약을 먹는 동안 혈압이 1년 이상 135/ 85mmHg 이하로 안정된 경우
3 고혈압 이외의 다른 위험인자 즉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의 인자가 없어야 한다.
4 고혈압과 관계된 심혈관질환 즉 뇌졸중, 심부전증, 관상동맥질환, 망막증, 말초혈관질환, 대동맥박리증 등이 없어야 한다.
위의 네 가지 조건이 충족된 환자의 경우는 고혈압약을 줄인 후 의사의 판단에 따라 복용을 중단할 수 있지만, 주기적인 검진을 하여 혈압이 오르면 다시 복용해야 한다.
김병진 교수는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였고, 2008 Clinical Research Award(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를 수상했고, 현재 성균관 의과대학 순환기내과와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관상동맥질환, 심혈관 중재술. 심장초음파 심장 역학, 예방심장학(전고혈압, 고지혈증), 당뇨심장병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황성수 박사는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였고, 대구의료원 제1신경외과 과장을 지냈다. 1992년부터 식습관 교육을 해오고 있으며, 현재 황성수 클리닉에서 고혈압·당뇨·비만·만성신부전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MBC 스페셜 <목숨 걸고 편식하다> 등에 출연해 건강 정보를 전하였으며, 저서로 <곰탕이 건강을 말아먹는다> <병 안 걸리는 식사법, 현미채식>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