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 이향운 교수】
주변을 살펴보면 의외로 수면제를 복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잠을 못 이루는 중년 여성’의 비율이 높다. 이 말인 즉 우리 어머니 혹은 아내가 수면제를 복용 중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수면제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되는 전문의약품이다. 하지만 ‘수면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부정적이다 보니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잠을 못 이룬다고 수면제에만 의존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수면제의 이면을 살펴보고, 수면제가 아니더라도 건강하게 잠을 잘 잘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불면증에는 수면제가 답?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잘 자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수면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그중에서도 불면증은 일반인 3명 중 1명이 겪고 있을 만큼 흔하다. 일반적으로 불면증은 밤에 잠들기 어렵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증상인데, 이는 다음날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간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경우 몹시 괴로운 상태에 처하게 된다.
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 이향운 교수는 “특히 만성 불면증은 두통이나 기억력 장애, 소화 장애나 심혈관계 증상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을 동반할 수 있어 불안이나 우울 증상, 초조감, 성격변화 등을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보니 많은 이들이 불면증 해소를 위한 손쉬운 방법으로 ‘수면제’를 선택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면제가 정말 잠을 잘 오게 하는 걸까? 수면제가 일시적인 불면증 해소에는 도움을 주는 것이 맞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불면증 치료제는 아니다.
가까이하기엔?두려운 당신, 수면제
수면제는 크게 벤조다이아제핀과 바비튜레이트 계열 및 기타 약으로 나뉜다. 실제 수면제 용도로는 비교적 중추신경이나 호흡억제 부작용이 적은 벤조다이아제핀 계열 약물을 주로 사용하는데(바비튜레이트 계열 약물은 주로 마취 용도로 사용된다) 대부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그리고 일부 약국에서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수면제가 있다. 주요 성분이 항히스타민제로 감기약의 콧물약과 동일한 성분으로, 콧물 감기약을 먹으면 졸리는 것과 같은 원리를 내는 약이다.
이러한 수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오남용과 부작용이다. 이향운 교수는 “장기간 지속적으로 수면제를 먹을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더 이상 같은 용량으로 이전과 동일한 수면 효과를 얻기가 힘들어진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그 양이 점점 증가하거나 우울증, 불안장애에 대한 여러 가지 약들을 추가로 같이 먹게 된다. 그렇게 되면 점점 더 약에 의존하거나 약을 끊으면 불면증이 오히려 악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집중력, 기억력 등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우울감이나 불안감이 더 증가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또 불면증의 원인을 고려하지 않고 수면제를 남용할 경우 되레 불면증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가령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깊이 잠을 못 자고 자꾸 깨게 되는 경우 수면제는 수면무호흡을 더 악화시켜 고혈압이나 심장병, 뇌졸중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특히 술을 마신 후에는 절대로 수면제를 복용하면 안 된다.
이향운 교수는 “불면증이 한 달 이상 계속되고 낮 시간대 활동에 지장이 있다면 근본 원인을 찾아야 된다.”며 “수면제는 극히 일부의 불면증에만 적용이 가능한 약”이라고 지적한다.
즉 수면제는 그 효과가 일시적이며,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불면증의 원인인 수면장애나 우울증, 내과적인 질환이나 통증에 대한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벼운 불면증은 수면제 말고?잠자리 변화로~
심각하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맞지만, 가벼운 불면증의 경우 수면제보다는 잠자리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먼저다. 이향운 교수는 “하루 이틀에서 일주일 정도 잠을 못 자는 급성 불면증은 대개 흥분이나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중요한 시험이나 운동시합을 앞둔 학생, 사업상 중요한 만남을 앞둔 사람, 부부간 혹은 친구 간 싸운 후 또는 열병을 앓는 경우에도 흔히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럴 때는 잠자리 소음을 없애고, 온도와 조명을 안락하게 한 후 따뜻한 우유를 한 잔 마시거나 따뜻한 물에 반신욕을 하는 것이 좋다. 또 잠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억지로 눈을 감고 자려고 애쓰기보다는 독서나 음악 감상과 같은 정적인 활동을 하다가 피곤한 느낌이 들 때 다시 잠자리에 드는 것이 좋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잠을 잘 자는 것은 비싼 보약이나 영양제를 먹는 것 이상이다. 한동안 잠을 못자거나 충분한 시간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졸린다면 배우자나 동료에게 자기가 잠을 잘 때 코를 고는지, 잘 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살펴봐 달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또 수면제는 전문의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복용 여부를 결정하고, 복용기간 역시 전문의의 지침을 따라야 한다. 다음은 이향운 교수가 추천하는 건강한 수면을 위한 생활 속 실천법이다.
1.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한다.
2. 낮잠은 피하고, 자더라도 15분 이내로 제한한다.
3. 낮에(특히 햇빛이 밝은 시간) 30-40분 동안 땀이 날 정도의 운동은 수면에 도움이 된다. 운동은 최소한 취침 6시간 이전에 하도록 하고, 늦은 밤 잠자리에 들기 전 2시간 이내에 격렬한 운동은 도리어 수면에 방해가 된다.
4.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 알코올, 그리고 니코틴은 피한다. 술은 일시적으로 졸음을 증가시키지만, 수면 도중 자꾸 깨게 만들고 새벽에 일찍 깨어나게 한다.
5. 수면제의 일상적 사용을 피한다.
6. 잠자리는 수면과 부부 생활을 위해서만 사용한다. 즉, 잠자리에 누워서 책을 보거나 TV나 컴퓨터 보는 것을 피한다. 잠자리에서 업무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절대 금기!
이항운 교수는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전임의, 예일대의대 교환교수를 거쳐?이대목동병원 수면센터장을 맡고 있다. 또 대한뇌전증학회 홍보이사,?대한수면연구학회 이사, 대한수면학회와 대한신경과학회, 미국 신경과학회/뇌전증학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