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교수】
【도움말 |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잠이 건강 유지에 얼마나 필수적이고 중요한지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하룻밤이라도 새고 나면 다음날 하루가 얼마나 힘든지 한 번쯤 경험을 해봤을 것이다. 피로하고 멍하고 집중도 잘 안 된다. 하지만 이것은 약과다. 잠을 못 자면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많은 병이 유발될 수 있다.
하루하루가 바쁘고 스트레스의 연속인 현대인들은 여러 다양한 이유로 잠 못 이루는 날이 많다. 하루 이틀이 사나흘이 되고 결국엔 거의 매일 잠을 못 이뤄 수면제를 달고 살기도 한다. 건강하게 잘 자는 방법, 약 없이도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잠 잘 자기 기술을 알아보았다.
PART 1. 불면증 ‘질환’ vs 불면증 ‘증상’
잠을 못 자는 것을 ‘불면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은 ‘질환’과 ‘증상’ 두 가지를 의미한다고 한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상암 교수는 “불면증이라는 병도 있고, 불면증이라는 병은 아닌데 잠을 못 자는 증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 둘을 다 ‘불면증’이라고 하는데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즉 병으로서의 불면증(질환)과 증상으로서의 불면증(증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둘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이상암 교수는 “잠을 못 자는 이유가 불면증이라는 병 때문인지 다른 수면 질환으로 인해 잠을 못 자는 증상이 나타나는 것인지 그 원인을 알아야 치료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불면증 질환의 경우 잘 잘 수 있는 환경에서도 잠을 잘 못 잔다. 반면 불면증 증상의 경우 코골이, 수면무호흡, 하지불안증후군 등 수면장애로 인해 잠을 못 잔다.
불면증 질환이나 증상은 심리적·사회적 스트레스, 고혈압, 심장질환, 우울증,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잠을 방해하는 약 등으로 인해 나타난다. 또한, 불면증이 지속되면 안전사고를 유발하고, 뇌의 학습과 기억력이 손상되고, 동맥경화를 촉진하며, 우울증을 유발하고, 비만의 위험도 높인다.
이상암 교수는 “불면증과 수면장애의 문제는 생각보다 흔하다. 또한, 불면증을 방치했을 때 그 폐해가 굉장히 심각하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점은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불면증은 인지행동치료나 약물치료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특히 인지행동치료는 약을 쓰지 않고 불면증을 치료할 수 있다.
PART 2. 잠 잘 자기 기술 10가지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대개 잠을 못 자는 것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고, 잠을 자려고 너무 애를 쓰며, 자려고 하는 동안에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다. 또한, 자야 한다는 생각에 근육은 긴장되고, 자려고 하면 불안해지며, 안 자려고 하면 졸리고, 자려고 하면 잠이 달아난다.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석훈 교수는 “안 자려고 하면 오히려 잠이 오는데 자려고 억지로 노력을 하면 잠이 오지 않는 상황, 이것이 일반적인 불면증”이라면서 “잠은 ‘와라. 와라.’ 하면 가고, ‘가라. 가라.’ 해야 온다. 억지로 자려고 하기보다 아예 밤새우겠다는 마음으로 TV 시청이나 독서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오히려 잠이 쏟아진다.”고 말한다.
약을 쓰지 않고 치료하는?불면증 인지행동치료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에는 수면위생교육, 인지치료, 수면제한치료, 자극제어치료, 이완요법 등이 있다. 정석훈 교수는 “이러한 비약물적인 인지행동치료를 해야 불면증을 해결하고 난 후에도 그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는 구체적인 인지행동치료 방법을 소개한다.
1. 누워 있는 시간을 줄여라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 먹었다. 밥을 먹은 걸까? 안 먹은 걸까?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웠다. 밥을 먹은 걸까? 안 먹은 걸까? 대답은 당연히 “밥을 먹었다.”이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누워 있는 것은 쉬는 걸까? 활동하는 걸까? 자는 것은 쉬는 걸까? 활동하는 걸까? 대답은 당연히 “쉬는 것”이다.
‘밥’을 직접 먹지는 않았지만, 라면이나 빵이 밥과 같은 식사가 되듯이 잠도 마찬가지다. ‘잠’ 들지 않았어도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자는 게 된다. 즉 누워 있는 것은 자는 것과 똑같다.
정석훈 교수는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누워 있는 시간이 잠을 자는 것과 똑같다고 생각해야 한다.”면서 “잠을 자지 않더라도 누워 있으면 뇌는 그 시간을 자는 시간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불면증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자는 시간 외에는 눕지 않는다.’ ‘자는 시간에만 눕는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일례로 하루 7시간을 잔다고 하면 7시간만 누워 있어야 한다. 특히 TV 시청이나 독서 등도 누워서 하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잠의 효율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수면효율(%) =(실제 잔 시간)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 × 100
예를 들어 10시간 누워있는데 그중 단 5시간만 잤다면 수면 효율은 50%다. 5시간 누워 있었는데 5시간을 모두 잤다면 효율은 100%이다. 정석훈 교수는 “잠을 자지 않은 채로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수면 효율이 떨어진다. 따라서 누워 있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2. 졸릴 때만 눕는다
졸리지 않으면 눕지 말고, 졸리면 누워야 한다. 정석훈 교수는 “잠을 자기 위해서 미리 누워 있곤 하는데, 무조건 졸릴 때만 누워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면 다음 4단계를 반복하자.
1단계 잠이 오지 않으면 약 20분 정도 이내로 일어나서 거실로 가라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오면 계속 누워 있지 말고 일어나서 거실로 나와 TV나 책 등을 본다.
2단계 잠이 온다고 느껴지면 자러 들어가라. TV나 책을 보다가 졸리다 싶으면 그때에 잠자리에 든다.
3단계 잠이 오지 않으면 다시 거실로 가라
잠이 올 것 같아서 잠자리에 들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면 계속 누워 있지 말고 다시 거실로 간다.
4단계 위 1~3단계를 반복한다
그런데 이렇게 반복하다가 못 자고 밤새게 되는 건 아닐까? 정석훈 교수는 “이것을 반복하다 잠을 못 자든 누워만 있다가 밤새든 잠을 못 자는 것은 같다. 하지만 거실에 나와 앉아 있으면 최소한 눕지는 않게 된다. ‘눕지 않는 것’ 이점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3. 자려고 애쓰지 마라
불면증에 관한 한 자려고 애쓰면 지는 거다. 오히려 자지 않으려고 애써야 한다. 정석훈 교수는 “잠이 안 오면 밤을 새겠다는 마음으로 해야 할 일들을 하라.”고 말한다. 그러다 보면 잠이 쏟아진다고 한다.
4. 침대에서는 잠만 자라
침대에 누워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는 등 잠자는 일 이외의 것을 침대에서 하지 않는다. 정석훈 교수는 “잠자리에서는 잠만 자야 한다.”고 강조한다.
5. 아침에 항상 같은 시간에 일어나라
밤에 잠을 못 잤다고 해서 기상을 늦게 하면 안 된다. 기상 시간은 똑같아야 한다. 자는 시간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일어나는 시간이며, 이때 일어나는 시간이란 눈을 뜬 시간이 아니라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시간임을 기억하자.
6. 낮에 눕지 말고, 정 필요한 경우
30분 이내로만 누워라
정석훈 교수는 “밤에 못 잤다고 해서 낮에 자지 말아야 한다. 정 졸리면 30분 정도만 자도록 하라.”고 말한다.
7. 복식호흡(이완요법)을 배워라
정석훈 교수는 “잠이 안 올 때 복식호흡에 집중하면 몸이 이완되고 잠이 안 올 때 많이 하는 잡생각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잠을 못 잘 때 복식호흡을 반복하면 자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복식호흡은 이렇게~
① 숨을 5초 동안 천천히 들이쉰다.
② 숨을 5초 동안 천천히 내쉰다.
* 낮에도 5분씩 하루 3번 이상 연습하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복식호흡을 하면서 잠을 한다.
8. 불을 끄고 자라
빛이 있으면 잠을 못 잔다. 빛이 없어야 멜라토닌이 생성돼 잠을 자게 해주기 때문이다.
9. 시계를 보지 마라
시계를 본다는 것은 잠을 제대로 못 자서 불안한 마음에 시간을 자꾸 확인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면 더 불안해진다. 따라서 방에 시계를 두지 말고 휴대폰 등으로 알람만 울리도록 하고, 휴대폰은 잠자리에서 보지 않고 멀리 두도록 한다.
10. 족욕이나 샤워로 체온을 낮춰라
자기 전에 긴장을 풀어주고, 더운물로 샤워하면 체온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정석훈 교수는 “잠을 자려면 체온이 떨어져야 한다. 조금 서늘해야 잘 자므로 너무 덥지 않게 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이상암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연수하였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건강정보를 전하고 있으며, 현재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와 뇌전증클리닉에서 간질수술, 간질, 경련성 질환, 수면장애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정석훈 교수는 울산대 의대를 졸업하였다. 다양한 매체에서 건강정보를 전하고 있으며, 현재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스트레스심리상담센터,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불면증 및 수면장애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