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원장·의학박사 김형일】
S사장(52세)은 훤칠한 키에 미남이다. 매년 보약을 먹고 늘 영양제와 간장약을 상시 복용하였다. 헬스클럽과 골프모임에도 빠지지 않았다. 물론 일 년에 두 번씩 종합검진도 받았다. 그는 R병원 종합검진센터 정규회원으로 등록되어 매년 봄과 가을에 검진을 받았다. 금년 봄에도 전체 종합검진을 받았었다. 검진 결과는 지난해와 같았다. 약간의 고지혈증과 다소의 지방간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봄이 되어 세상은 화려한 꽃과 예쁜 빛으로 밝아져 갔지만 그의 몸과 마음은 왠지 무겁고 피곤하고 짜증이 자꾸 났다. 그는 다시 재검을 받았다. 한두 달 사이였지만 검사결과가 좀 더 나쁘게 나왔다. 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CT촬영을 해보라고 권하였다. 곧 서둘러 CT촬영을 받았는 데 결과는 다음 주에 보러 오라고 하였다.
일주일 간을 기다리는 동안 너무나 불안하여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체중이 빠지고 얼굴은 더 까맣게 변한 듯했다. 결과 날짜가 되어 담당 선생님을 만났는데, 대답은 간단했다. “별 특별한 이상이 없으니 신경 쓰지 말고 편히 지내라.”고 하였다. 겨우 그 말 들으려고 큰돈을 내고 힘든 검사를 죽어라 받아냈던가!
그래도 그는 안심이 안 되고 불안하였다. 며칠 후 고향동문모임에서 옆좌석에 앉게 된 의사친구로부터 혈액정밀검진을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나는 매년 두 번씩 혈액검사를 늘 하고 있어. 금년에도 두 번이나 했는데 또 혈액검사를 해?” S사장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현대의학에서는 혈액으로 수백 수천 가지 검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피를 뽑아서 검사한다고 해도 모두 똑같은 검사인 것은 아니다.
S사장은 암을 극초기에 찾아낼 수 있는 종양표지자 검진을 중점적으로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사 친구의 말을 듣고 정밀검진을 받으러 내원한 경우였다.
혈액정밀 검진 결과 그는 간디스토마에 걸려 있었다. AFP와 ALP2, TPA 등 암표식자 항원 수치도 증가되어 있었다. 그것은 간디스토마로 인하여 그럴 수도 있으니 디스토마를 먼저 치료하고, 2주 후에 다시 검사해보기로 하였다. 2주 후 검사 결과는「초기간담도암」이었다.
극초기암은 그 크기가 매우 작아서 CT 같은 거시적인 검사에서는 아직 보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였지만, 그는 화를 벌컥 내고 나가버렸다.
그 이튿날에도 매우 불쾌하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며칠 후 그는 또 MRI도 해보았지만 암이 아니라고 하였다며, 암이 아닌데 암이라고 말해서 자신이 더 죽을 지경이 되었는데, 만일 암이 없다고 밝혀지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렇게 봄은 지나가고 여름이 왔다.
한창 여름 휴가철이던 어느 날 S사장에게서 또 전화가 걸려왔다. 가슴이 덜컥하였다. 하지만 내용은 그게 아니었다. 그간의 인사와 함께, 자신은 S大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고서 몸이 매우 좋아졌고 암을 초기에 알려줘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반가운 내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