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윤말희 기자 】
【도움말 |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 원장】
몸이 안 좋으면 목소리가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알고 보면 목소리는 몸의 이상 질환을 조기에 알려주는 건강의 척도가 된다. 목소리가 변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감기나 급성 후두염처럼 가벼운 질환 때문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식도암이나 갑상선암 등 질병의 신호탄일 수 있다. 그럼 목소리 증상으로 건강상태를 체크해 보자.
작년 10월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40대 주부 전순화 씨. 수술도 간단하고 완치도 쉽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안심하고 치료를 받았다.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암도 완치됐지만 갑자기 전화도 받지 못할 정도로 목이 심하게 쉬고 음식을 먹을 때 사레가 잘 걸리기 시작하면서 일상생활이 크게 불편해졌다.
전 씨는 단순히 수술 후 잠시 나타나는 가벼운 증상으로 생각하고 자연히 낫기를 기다렸으나 4개월이 지나도 증상은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전문의 진단 결과 전 씨의 증상은 한쪽 성대가 움직이지 않는 질환인 성대마비였다.
갑상선암 수술 시 갑상선 근처의 후두신경이 손상되어 나타난 수술 합병증으로 적절한 치료 전에는 절대 낫지 않는 질환이었다.
이처럼 어느 날 갑자기, 혹은 서서히 목소리가 변했다면 가장 먼저 의심할 수 있는 것이 성대질환이다. 성대질환에는 감기나 급성후두염처럼 적절한 휴식을 통해 낫는 경우도 있지만 성대마비처럼 치료 전에는 호전되지 않거나 오히려 악화되는 질환들도 적지 않다.
예송이비인후과 음성센터 김형태 원장은“목소리는 몸의 이상 질환을 조기에 알려주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감기나 급성후두염 등 간단한 치료가 되는 질환도 있지만 난치성 성대질환으로 인해서 장기간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후두암, 폐암 등 각종 심각한 신체질환의 신호탄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특히 나빠진 목소리를 오랫동안 방치해선 절대 안 된다고 덧붙인다.
“목소리가 끊기거나, 떨리거나 또는 쉬어서 탁한 소리를 낼 때는 사회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심각한 목소리 콤플렉스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하고 “따라서 목소리가 나빠졌을 때는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신속하게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김형태 원장이 말하는 목소리 상태로 질병 예측하기
▶급성후두염일 때 – 쉰 목소리와 함께 침을 삼킬 때 통증이 나타난다
목소리가 변하는 질환 중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것이 급성후두염이다. 급성후두염은 바이러스나 세균에 의해 성대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쉰 목소리와 함께 침을 삼킬 때 목이 심하게 아프면 의심할 수 있으며 열, 두통, 권태감, 비염, 결막염 등의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치료는 충분한 휴식과 간단한 약물치료가 가능하지만 만성적으로 진행된 경우에는 지속적인 관리와 약물치료가 병행된다.
▶성대결절·성대폴립일 때 – 목소리 변화만 나타난다
성대결절이나 폴립은 지속적으로 음성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해서 생긴다. 종종 스포츠 경기장에서의 응원, 노래방에서의 고함 등 한 번의 큰 소리로도 생길 수 있다.
목소리의 변화 외에 다른 심각한 증상은 없지만 대화를 방해하는 주원인이 되므로 면접을 앞둔 사람이나 상담원, 교사, 영업직 등 목소리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직종의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성대결절, 성대폴립의 경우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할 경우 발성을 부드럽게 해주는 약물과 음성재활훈련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역류성 인후두염일 때 – 가래와 헛기침이 나온다
목에 이물감이 있고 가래가 생기면서 헛기침을 과도하게 하면 역류성 인후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역류성 인후두염일 때 성인은 쉰 목소리의 흔한 질환으로 위의 소화액이 식도로 역류, 성대에 자극을 줘 발생한다. 방치할 경우 코골이, 천식, 기관지염 등 호흡과 관련된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드문 경우지만 장기간 방치할 경우 식도암이나 후두암도 유발할 수 있다.
주로 성인에게 흔한 질환이지만 어린이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호흡기 질환이나 폐, 목에 문제가 있는 어린이일 경우 역류성 인후두염이 질환을 더욱 악화시킨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역류성 인후두염을 부추기는 위험 인자는 점차 서구화되고 있는 식생활 패턴이 문제이다.
그러므로 역류를 유발하는 피자, 튀김, 치즈, 버터 등 기름기가 많은 음식과 커피, 홍차 등 카페인 음료, 탄산음료 등은 피한다. 일반적으로 역류를 감소시키기 위한 식이습관 개선, 위산을 억제하기 위한 약물 투여로 치료하며, 약물로 치료할 수 없는 심한 환자의 경우 역류방지를 위한 수술을 한다.
▶후두암일 때 –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호전되지 않는다
성인 남성에게 가장 큰 공포의 대상이 되는 후두암도 쉰 목소리의 원인이 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여성보다 남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며 가장 큰 원인은 흡연이다. 후두암의 경우 전조증상으로 쉰 목소리가 가장 먼저 나타난다.
따라서 특별한 원인 없이 갑자기 쉰 목소리가 2주 이상 호전되지 않는다면 후두암 직전 단계인 0기까지 도달한 경우일 수도 있으므로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후두암은 외과적 수술과 방사선요법으로 치료한다.
▶성대마비일 때 – 바람 빠지는 듯한 목소리가 난다
성대마비는 갑자기 목이 쉬고 사레가 자주 걸리고 바람 빠지는 듯한 목소리가 난다. 성대마비는 갑상선암, 폐암, 경부암 등의 전조증상이나 수술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경우에 많이 나타난다.
성대 진동을 조절하는 후두 신경은 뇌에서 시작하여 후두, 갑상선, 식도, 폐, 심장 등 인체의 중요한 부분을 길게 주행한다. 이 주행경로에 있는 장기나 기관에 암 등의 질환이 생기면 후두신경까지 전이되기 쉬워 수술로 시신경을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후두신경의 손상 확률이 높아 성대마비가 쉽게 유발된다.
치료방법은 후두근전도를 이용한 경피적 성대성형술이 효과적이다. 후두근전도는 성대를 이루고 있는 여러 종류 근육의 다양한 전기적 신호를 특유의 전기적 파형으로 알 수 있는 장비이다. 이를 이용하여, 마비되어 움직이지 않은 성대의 일부를 찾아서 아테콜, 레비덤 등 안전한 보형물질을 주입하는 시술이다.
▶연축성 발성장애일 때 – 목소리가 떨리고 끊겨 말을 이어갈 수 없다-
20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무의식적으로 목소리가 떨리고 끊겨 말을 이어나가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과도한 정신적인 긴장으로 오해하지만 목소리를 만드는 발성기관의 근육을 조절하는 후두신경 기능 상실로 인해 나타난다.
이는 성대근육이 과도하게 긴장돼서 일어나는 근육긴장 이상 질환의 일종이다. 면접이나 많은 사람들 앞 등 긴장되는 상황에선 그 증상이 더 심해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이나 의사소통이 힘들어진다.
치료방법은 주사로 보톡스를 성대에 주입하여 근육을 마비시키는 ‘성대 보톡스 주입술’이 현재까지 유일한 해결 방법이다. 주사를 주입하여 뇌신경이 목소리를 떨리게 하는 신호를 보내도 성대가 반응하지 않게 하여 개선시키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