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
기생충이 국가를 좀(?) 먹던 7~80년대에는 구충제 복용이 생활화됐었다. 그렇다면 지금은? 일명 ‘먹느냐 마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요즘 시대에 구충제를 먹어야 되는 건지, 또 언제 먹어야 하는지 등등. 구충제에 대한 모든 것을 파헤쳐보도록 하자.
구충제 먹어, 말아?
‘봄가을엔 온 가족이 다함께 구충제를!’
해마다 봄, 가을철이 되면 약국마다 붙어 있는 문구. 하지만 그때마다 이걸 먹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망설이게 된다. 감기처럼 증상이 나타나서 먹게 되는 감기약도 아니고, 멀쩡한 상태에서 그저 때가 되면 온 가족이 다 함께 먹으라니 어찌 보면 망설이는 것도 당연지사. 그렇다면 구충제는 도대체 왜 먹을까?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이정권 교수는 “기생충 감염은 딱히 눈에 띄는 증세가 없습니다. 그래서 과거 우리나라에 기생충 질환이 기승을 부릴 때, 매년 대변검사나 혹은 정기적으로 구충제 복용을 한 것입니다”라며 그 이유를 대신한다.
사실 지금은, 과거 ‘기생충 왕국’이란 오명을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기생충질환은 드물게 나타난다. 기생충의 대명사였던 회충은 이제 도시지역에선 멸종되다시피 사라졌고, 간간이 민물고기 회를 먹는 이에게서 간디스토마가 나타나거나 어린이들에게 종종 나타나는 요충 정도만이 남아 있다. 어찌됐건 이러한 기생충질환은 진단과 치료가 비교적 간단한 편. 대변검사를 통해 기생충 알이 발견될 경우, 구충제를 한번에서 3일간 복용함으로써 90% 이상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이정권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기생충질환이 드물게 나타난다고 방심하면 금물. 유아들은 위생관념이 부족한 데다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국내 유치원생 중 약 10% 정도가 항문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요충에 감염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구충제를 반드시 먹어야 할 의무는 없지만 그렇다고 구충제를 전혀 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아니니, 본인의 생활환경을 고려하여 적절히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혹시 내 아이도? 요충 테스트
1. 밥을 많이 먹는 데도 살이 붙지 않는다.
2. 혈색이 좋지 않으며 잠을 잘 못 잔다.
3. 항상 기운이 없어 한다.
4. 수시로 배가 아프다고 한다.
5. 구토와 설사를 자주 한다.
6. 항문이 가렵다고 한다.
7. 신경이 예민해지고 짜증을 자주 낸다.
만일 위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먼저 아이의 항문주위를 스카치테이프로 닦아내며 요충이나 알이 있는지 검사한 뒤, 요충이 묻어난다면 전문의와 상담 후 구충제를 1주일 간격으로 3회 복용하면 된다. 단, 요충에 감염된 유아의 가족 모두가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계절에 상관없이 일 년에 1~2회!
지금까지 구충제는 봄가을에 먹어야 하는 것처럼 알려져 왔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계절에 상관없이 일 년에 1~2회가 적당하다. 1회 복용 시 성인기준으로 하루 1알씩 2일간 먹되,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에 복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때 가족이 동시에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며, 애완동물을 키우고 있다면 잊지 말고 애완동물용 구충제를 먹이도록. 구충제는 알약과 물약(현탁액)이 있는데 유아의 경우 물약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한 가지 더! 구충제 복용 시 주의해야 할 점은 24개월 미만의 영아나 임산부의 경우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 후 복용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
구충제에 대한 Q&A
Q. 가족이 다 같이 복용해야 하는 이유는 뭔가요?
기생충은 같은 공간에서 같은 변기를 사용하고, 이불을 함께 쓰면서 가족에게 옮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가족이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사람의 구충제를 애완동물에게 먹이면 안 되나요?
네. 애완동물을 키울 경우 함께 구충제를 먹여야 하지만, 인체용 구충제를 먹이는 것은 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반드시 애완동물용 구충제를 먹여야 합니다.
Q. 생식은 기생충에 해롭나요?
기생충은 오염된 흙에서 자란 채소에 묻은 알이 입을 통해 감염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생식을 할 경우, 반드시 깨끗이 씻어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구충제 복용을 통해 기생충 감염을 미리 예방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무엇보다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이 관건.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생활수칙으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라.
둘째,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손발을 씻고 양치질을 하라.
셋째, 속옷은 삶아서 입어라.
넷째, 애완동물의 배설물은 즉시 치워라.
다섯째, 애완동물에게도 애완동물용 구충제를 먹여라.
여섯째, 채소나 과일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먹어라.
일곱째, 익히지 않은 음식(육회, 회 등)은 조심해서 먹어라.
뭐니뭐니 해도 기생충을 예방하는 데는 청결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기생충을 이기기 위한 또 하나의 비결은, 바로 ‘구충제 역할’을 해주는 좋은 식품들! 물론 이 식품들이 구충제만큼의 효과가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온 가족이 즐겨먹는다면 건강을 지키는 길이 되지 않을까?
TIP. 구충제 역할을 하는 식품들
석류, 팥, 산초(산초장아찌, 산초추어탕 등), 당근, 고추, 마늘, 메밀, 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