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권현철 교수】
“울화통이 터져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이름하야, 화병! ‘한국민속증후군의 하나인 분노증후군’으로 알려진 화병이, 심장질환자에게는 의외의 복병이라는 사실을 아는가? 자칫 ‘화’를 다스리지 못하면 ‘화’를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지금부터 화병을 다스리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화병은 한국 사람에게만 생긴다?
도대체 왜? 어쩌면 유난히 설움 많은 민족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 1995년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화병을 한국인에게서만 볼 수 있는 문화특유의 증후군이라고 소개했다. 일명, 분노증후군이 그것. 화가 나도 꾹꾹 참다보니 결국 병이 된다는 것인데 사실 히스테리, 노이로제, 우울증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그러니 화병을 단지 한국민속증후군 정도로 치부해버리지는 말자.
일단 화병은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오랫동안 참아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화병은 상당히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권현철 교수는 “그동안의 연구결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심장동맥에 이상이 없는 환자들도 급성 심근경색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였습니다. 이를테면 심장기능 저하, 가슴통증 등이 그것인데 화병이 생기면 심장질환자에게는 상당히 위험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한다.
결국 심장질환자의 경우, 단순히 오랫동안 묵혀온 울분만으로도 심장질환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심장질환을 앓고 있거나 위험군에 속해 있는 사람들이라면, 미리미리 화병을 예방하는 것이 상책이다.
☞화병 자가테스트 나는 화가 날 때마다…
1. 습관적으로 옷을 풀어헤친다.
2. 더운 곳에 있지 못하고, 냉수를 들이킨다.
3. 얼굴이 뜨거워지듯 쉽게 달아오른다.
4. 가슴이 답답하고 덩어리가 있는 것 같이 느껴진다.
5. 심장박동이 불규칙하며 박동 횟수도 급격히 증가한다.
6. 식욕부진과 소화불량이 자주 나타난다.
7. 입이 바짝 마르고 숨이 찬다.
8. 뒷목이 경직되고 잦은 두통과 생리불순이 온다.
9. 설사 혹은 변비 증세가 나타난다.
10. 선잠을 자거나 불면증에 시달린다.
※화가 날 때마다 위의 증상이 습관적으로 나타난다면 ‘화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화병을 이겨내는 5가지 방법
언행은 물론 심리적으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화병. 하지만 ‘마음을 다스려라’ 따위의 조언으로는 좀처럼 화병을 다스릴 수 없다. 특히 심장질환자의 경우, 심신이 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 번 화가 나면 좀처럼 삭혀지지 않는 것이 특징. 심장질환자에게 좋은 5가지 화병 다스리는 방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마사지로 화병 다스리기
마사지라고 거창할 건 없다. 화병이 나타날 때 대부분 가슴에 통증이 오고 척추부위가 경직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올리브유나 바디크림을 바른 뒤 목뼈부터 등뼈까지 꾹꾹 눌러가며 마사지를 해주면 좋다. 화병이 심할수록 특정 등뼈 부위가 심하게 아프기 때문에 그 부위를 집중적으로 눌러주어야 더욱 효과가 있다.
▶음식으로 화병 다스리기
화병을 다스리기에 좋은 음식이 바로 ‘쌉싸래하고 새콤하면서 시원한’음식. 우선 쌉싸래한 음식으로는 씀바귀나물, 고들빼기가 있고, 미나리무침, 도라지무침, 무나물, 메밀국수, 열무김치와 같이 시원한 음식은 화를 다스리는 특효약이다. 그리고 식초를 탄 오이냉국이나 미역냉국 등도 화기를 잠재워주는 데 좋다.
▶차로 화병 다스리기
대나무 잎으로 만든 죽엽차는 열을 내려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화병 증상이 있을 때 마시면 좋은 효과가 있다. 특히 치자차는 찬 성질과 쓴맛이 강하긴 하지만 ‘화병의 명약’으로 알려져 있으니, 치자차 한 잔으로 화를 다스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요가로 화병 다스리기
웰빙라이프의 으뜸으로 꼽히는 요가. 특히 ‘코브라자세(다리를 모으고 엎드린 자세에서 팔을 굽혀 손바닥을 가슴 옆에 놓은 뒤, 손으로 바닥을 밀면서 머리를 들어 상체를 서서히 올리고 턱은 가슴으로 당김)’는 화병을 다스리는데 좋은 동작이다.
▶호흡법으로 화병 다스리기
여기서의 호흡법이란 화를 안정시키고 호흡과 발성을 통해 분노를 내뿜는 방법이다. ① 먼저 바른 자세로 앉아서 편안하게 숨을 내쉬고 ② 양손을 깍지 낀 다음 ③ 양쪽 엄지손가락으로 가슴과 명치를 가볍게 눌러준다. ④ 약 20~30회 정도 눌러준 다음 ⑤ 화를 분출하는 기분으로 조용히 아~ 소리를 내며 누르고 ⑥ 점점 더 큰 소리로 아~ 소리를 낸다. ⑦ 약 2~3분 정도 소리를 내며 가슴과 명치를 눌러준 다음 ⑧ 가슴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자고로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다. 본디, 화병이란 ‘마음의 병’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앞서 소개한 5가지 방법은 그저 화를 완화시키는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