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박형석 교수】
내시경 검사의 고통을 아는 사람들은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시경을 목으로 넘겨야 하는 고통은 차라리 두려움에 가깝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하지만 이미 일본에서는 보편화 된 코로 삽입하는 경비내시경. 최근 국내 일부 병원에서 시행돼 환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고 있는 경비내시경에 대해 알아보자.
구역질 적어 환자 만족도 UP
위내시경의 공포 중 가장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이 바로 목 넘김과 구역질이다. 비록 수면내시경이 등장해 조금은 그 고통을 감소시켰지만 그래도 위내시경에 대한 위화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한 경비내시경은 이런 면에서 환자들에게 희소식과도 같다. 경비내시경은 기존 내시경과는 달리 코를 통해 검사하는 방법이다. 기존 내시경의 굵기가 다소 굵은 9.0㎜인데 비해 경비내시경은 절반 굵기인 4.9㎜에 불과하다. 일단 얇기 때문에 거부감도 덜한 데다 입을 통하지 않기 때문에 검사 도중에 생기는 구역질이나 통증이 거의 없다. 혀뿌리나 목젖을 건드릴 염려도 없기 때문에 검사 후 목의 통증이 없고 콧구멍, 인후두, 상인두도 더불어 관찰할 수 있다.
또 검사 시 호흡이 불편하지 않아 환자들 역시 편안한 상태에서 검사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의 통증 호소로 검사시간이 촉박했던 위내시경에 비해, 환자는 편안한 상태로 검사를 받으면서도 의료진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검사할 수 있어 질환 발견이 매우 용이하다.
건국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박형석 교수는 “기존 내시경에 비해 경비내시경은 검사 도중에도 의료진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수면마취 약물을 투여하는 수면내시경도 필요가 없습니다. 또 수면내시경이 일부 의료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어 반감을 갖는 환자들도 많았는데, 경비내시경은 그런 걱정도 덜어줍니다. “라고 말한다.
일본에서 처음 고안된 경비내시경은 최근 국내 몇몇 대학병원에서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박형석 교수에게 물어봐!
Q1. 경비내시경을 받기 전에 특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을까요?
☞ 일단 코 질환(비중격 만곡증, 부비동염, 알레르기성 비염, 비갑개 골절 등)이나 수술력이 있는지 먼저 의료진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 다음 자주 코피가 나는 편인지, 국소마취제 알레르기가 있는지, 항응고제(와파린이나 헤파린)를 투여 받고 있는지, 한쪽 콧구멍이 작지는 않은지 등도 세세하게 확인해야만 보다 안전한 상태에서 정확한 검사가 가능합니다.
Q2. 내시경을 받을 때는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었는데 경비내시경은 어떤가요?
☞ 경비내시경은 마취 후 약 7분 정도로 기존 내시경 검사보다 2분 정도 깁니다. 내시경은 비강을 거쳐 상인두→중인두→후두→하인두 순으로 들어가고, 그 다음 식도→위→십이지장으로 들어가서 관찰하게 돼죠. 하지만 구역질이나 호흡곤란 등 통증이 없기 때문에 환자의 입장에서는 더 긴 시간 검사를 받아도 오히려 짧게 느껴지죠. 무엇보다 검사시간이 더 넉넉해서 질환발견에 더 용이합니다. 실제 발견된 위암 중 조기위암 발견비율이 41%였던 기존내시경보다 높은 65%로 나왔습니다.
Q3. 경비내시경의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 현재 경비내시경의 검사비용은 7만 원 정도입니다. 일반 경구용 내시경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죠. 같은 값이면 환자만족도가 더 높고 질환발견이 용이한 경비내시경이 훨씬 더 좋겠죠?
Q4. 경비내시경은 어떤 사람들이 받으면 좋을까요?
☞ 일단 위내시경검사를 처음으로 받는 사람이라면 경비내시경을 고려할 만합니다. 특별한 위장질환 없이 위내시경 검사를 처음 받으러 오는 사람들에게 권장할 만한 검사이죠. 또 수면내시경을 하기 곤란한 고령자나 체위변경이 어려운 환자, 심폐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도 안전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비염이나 코피 잦은 사람은 피하는 것이 좋아…
경비내시경은 이와 같은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드물게 내시경 도중 코피가 나는 경우도 있다. 치료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위장병이 발생했거나 정밀검사 목적으로 위내시경을 해야 한다면 경구용 내시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 환자만족도가 높다고 하여 누구나 다 검사에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유난히 코피가 자주 나는 사람이거나 콧구멍이 선천적으로 매우 작은 사람은 경비내시경을 받기가 곤란하다. 코뼈가 휘어진 ‘비중격 만곡증(비중격이란 콧속을 둘로 나누고 있는 뼈와 연골 부분이며 코의 중간 칸막이 뼈 부분이 튀어나온 상태)’ 환자나 비염이 심한 사람도 경비내시경을 피해야 한다.
현재 경비내시경을 시행하는 병원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기존 내시경에 비해 여러 장점을 갖고 있는 경비내시경이 빠르게 정착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