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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의 건강칼럼] 가짜 AIDS가 더 무섭다!

2009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풍성호 70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D대학 조형미술학과에는 꽤나 유명한 Y 여교수가 있었다. CF모델로도 여러 번 나온 유명인이다. 그는 사십대지만 아직 미혼이다. 자기 분야에 열정이 있어서 연애나 결혼에 신경 쓸 틈 없이 살아왔었다.

그러던 중에 자기를 아주 잘 안다는 신사를 만나게 되었다. 초등학교 동창으로 Y교수의 조각품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Y는 곧 신사에게 빠져버렸다. 전공에 대한 열정이나 방송·CF에는 관심이 식어가고, 신사에 대한 열정은 더 뜨거워졌다. 방학동안 꿈같은 열애로 세상을 두둥실 떠다녔다.

개강이 되어 하늘은 더 높아졌고 이제 곧 꽃망울들이 터질 것 같은 교정의 나무들은 꼭 자신의 미래처럼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영원한 약속이 되어 주지는 않았다. Y가 학교에 다녀온 사이에 신사가 사라졌다. Y는 너무나 낙담하여 공황상태(panic state)로 빠져 들었다. 그와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AIDS에 관한 몇 마디가 그의 머리를 때렸다. 온몸이 휘청거렸다. 처음에는 기운만 빠지더니 입술이 부르트고 혀와 잇몸이 헐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고 조금만 먹어도 이내 설사로 쏟아내 버렸다. 온몸이 아프고 가렵고 머리카락이 빠져나갔다. 겨드랑이와 목 밑에 콩만한 것들이 만져지기도 했다. 틀림없는 암 덩어리 같았다. 생리가 끊어지고 성기 통증은 날마다 더 심해져갔다.

몇 주 후 어머니와 언니가 찾아왔다. Y의 모습은 이전의 그녀가 전혀 아니었다. 세 모녀는 하루 내내 울었다. 이튿날 남동생이 와서 Y의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무조건 들쳐 업고 병원까지 왔다. Y는 아무런 검사도 받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쳤다.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경악하며 자신이 AIDS에 걸렸다고 철저히 믿고 있었다. 그것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죽음보다 더 두려웠고, 누가 접근할까봐서 겁이 났다. 남동생은 Y를 개나 닭 다루듯 꼼짝 못하게 부둥켜안고 혈액을 빨리 뽑아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러나 검사결과는 전혀 울 일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AIDS는 없었다. 매독도 성병도 없었다. 그 신사인지 악마인지가 나쁜 놈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울어서 해결될 일 또한 전혀 없었다. 하지만 더욱 험악한 사건은 그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다. Y는 자신이 AIDS인 데도 가족들과 의사가 짜고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의사에게 한 시간이 멀다하고 전화해서 진료를 방해하며 의사를 귀찮게 하고 자신을 괴롭혔다.

의사는 AIDS가 아니라는 증거를 여러 시간 동안 설명했다. 그 후 일주일 정도는 잠잠하더니 다시 도전해왔다. AIDS는 그렇게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의사와 자신을 스스로 들볶는 고통은 수개월간 계속되었다.

AIDS는 혈액검사에서 아주 쉽고 확실하게 진단된다. AIDS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은 수도 없이 많다. AIDS와 유사한 증상이 있다고 해서 모두 AIDS인 것은 아니다. AIDS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신이 AIDS라고 생각하며 스스로 생명을 단축하려는 사건이다. 가짜 AIDS도 똑같이 두렵고 괴롭고 불행한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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