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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생활] 내 몸에 약 되는 ‘과실 약주’ 담가볼까?

2009년 10월 건강다이제스트 풍성호 78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

【도움말 | 경희대학교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사상체질과 김달래 교수】

오곡백과 넘실대는 가을이다. 여름 뙤약볕 아래서 여물대로 여문 오곡백과가 탐스럽게 익어가고 한 입 베어 문 사과 한쪽에서는 단물이 뚝뚝 떨어진다. 이 풍성한 계절 가을에 전하는 건강 정보 하나! 꽉 여문 과실로 약주를 담그는 건 어떨까? 가을 향기 듬뿍 담은 과실 약주는 내 몸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 때문이다. 내 건강을 지키는 보약이 된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과실 약주 담그는 법을 알아본다.

태초에 술이 있었으니…

인류가 마시기 시작한 최초의 술은 무엇일까? 답은 자연이 순환하는 과정에 있다. 잘 익은 과실이 땅에 떨어져 자연 발효되면 술이 되므로, 정답은 바로 ‘과실주’가 되겠다.

구체적 증거도 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남서쪽에서는 기원전 6000년 경에 쓰던 과일 압착기를 발굴했다. 또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는 기원전 4000년 경에 쓰던 와인 항아리의 마개로 추측되는 유물을 발견했다.

그럼 우리나라는? 문헌에 따르면, 삼국시대 이전시대부터 풍성한 수확과 복을 기원하며 빚은 술을 조상께 먼저 바치고 춤과 노래와 술 마시기를 즐겼다고 한다.

이러한 풍습은 꾸준히 이어져 우리는 지금도 추석이 되면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례를 지내고 먹고 마시고 논다. 다가오는 10월 3일,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다. 한껏 물든 가을 정취를 느끼며 가을 과실 약주를 기울여보는 건 어떨까?

‘과실 약주’ 약이야, 술이야?

예로부터 정성스레 만들고 즐겨온 우리 약주. 요즘도 유리병에 직접 담근 술을 진열한 집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는 약주를 ‘약’으로도 먹고 ‘술’로도 먹는다. 한의학에서 술은 기혈을 따뜻하게 하고, 경락을 이완시켜 순환을 증진시키는 작용이 있다고 한다. 약력(藥力)을 온몸에 골고루 퍼뜨리기에 약을 달일 때 술을 같이 넣기도 한다. 이처럼 술과 약을 가깝게 인식했다.

그러나 약주 역시 ‘술’이기에 넘치면 미치지 못한 것보다 해롭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사상체질과 김달래 교수는 “체질에 따라 술을 마실 수 있는 능력은 차이가 있다.”고 한다. ▶태음인은 간 기능이 강해 잘 취하지 않고 술을 많이 마실 수 있어 주당이 높은 편이다. 그런 반면 ▶소양인은 화열(火熱)이 많아 술을 마시면 빨리 취해 술을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소음인은 몸이 찬 성질이 있는데 약주를 마시면 체온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술을 즐기는 편이나 소화기가 약하기 때문에 많이 마시면 구토나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태양인은 간 기능이 약해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나 기가 강해서 술을 먹고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할 수 있어 가급적 술을 피하는 것이 좋다.

김 교수는 “전통약주는 체질에 맞게 잘 골라 마시면 약주가 될 수도 있고, 독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조선 후기 의학자 이제마 선생은 <동의수세보원>에 각 체질에 맞는 술을 적어 놓았다. ▷태양인은 포도주나 머루주, 모과주, 오가피주가 좋고, ▷소양인은 복분자주나 구기자주, 지황주, 복령주가 좋다. ▷태음인에게는 죽엽주, 감국주나 음양곽주도 좋다. 마지막으로 ▷소음인은 인삼주, 당귀주, 계피주, 파고지주가 좋은데 소화기가 약하고 몸이 차기 때문에 순도가 높은 술을 소량만 먹는다.

《TIP. 약주를 효과적으로 먹으려면?》

1. 따뜻하게 마셔라. 그래야 약효를 더 탁월하게 발휘한다.

2. 잠을 잘 못잘 때는 피하라. ‘음허화왕(陰虛火旺)’이라고, 자주 피로하고 얼굴(특히, 뺨)이나 혀가 붉어지고 잠을 잘 못자는 증상이 있을 때는 약주를 먹으면 안 된다.

3. 만성간염과 간경화, 소화성 궤양, 폐결핵, 간질, 만성 신장병, 고혈압 환자와 임신부, 소아는 먹지 말아야 한다.

내 손으로 만드는 과실 약주 DIY

피로, 두통 해소하는 국화주

내 누이를 닮은 꽃 국화, 기품 있어 보이는 국화는 약이 되는 대표적인 꽃 중 하나다. 옛날 중국에 ‘북택’이라는 못이 있었는데 근처에 국화가 번성했다. 주민들 모두 이 물을 먹고 장수했다고 할 정도로 기운을 보하는 꽃으로 유명하다. 눈, 귀를 맑게 하며 식욕을 돋우고, 피로감과 두통을 치료한다. 주로 태음인이 먹으면 좋다.

【재료】

국화(말린 것) 100g, 설탕 100g, 35도 소주 1.8L

【만드는 법】

식용 국화는 잘게 뜯어 설탕, 소주와 함께 입이 넓은 병에 담아 밀봉하여 시원하고 어두운 곳에 둔다. 2개월쯤 지난 뒤 꽃을 건져내고 보관한다. 다른 과일주나 약용주와 섞어 마셔도 좋다. 1일 1 잔씩 물을 타서 마신다.

소화, 혈액순환을 돕는 사과주

새색시 볼처럼 발그레한 사과. 옛말에 입산수도하는 사람은 곡식을 먹지 않고 사과만으로도 체력을 유지한다고 전해져 내려왔고, 서양에서는 ‘과일의 왕’이라고 부를 정도로 영양가가 높다. 소화력을 보강해 식욕증진과 변비에 효과 있다. 또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해주어 심폐기능을 활성화한다. 소음인과 태음인에게 좋다.

【재료】

사과 3개(큰 것)?7개(작은 것), 35도 소주 1.8L

【만드는 법】

깨끗이 씻어 물기를 없앤 사과를 8쪽으로 잘라 껍질, 씨와 함께 용기에 넣고 소주를 부어 밀봉한 후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3개월 정도 지나 알맹이를 체에 걸러낸 후 헝겊으로 짠다. 1일 소주잔으로 2?3회 마신다.

천식, 소화불량에 그만인 배주

추석 보름달 같이 넉넉하게 영근 배. 가슴 속 번열을 내려준다. 기침과 담을 없애주고 소화불량에도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태음인에게 추천한다.

【재료】

배 1kg, 소주 1.8L 만드는 법

【만드는 법】

잘 익은 배를 골라 껍질째 씻어 8등분 한다. 배를 병에 넣고 소주를 부어 밀봉한 후 서늘한 곳에 두었다가 3개월 후 체를 걸러 술만 따로 보관한다. 2주 정도 지나면 먹을 수 있지만, 오래 익힐수록 훨씬 맛이 좋아진다.

피로회복과 식욕을 돋우는 머루주

열여섯 소녀처럼 알알이 새침한 머루. 가을 산기슭이나 계곡에서 덩굴져 자란다. 선조들이 열매로도 먹고, 약용으로도 달여 먹어 온 대표적인 보양강장 과일이다. 밥맛이 없고 갈증이 날 때 식욕을 살려준다. 성질이 차지도, 따뜻하지도 않아서 아무나 먹을 수 있지만 특히 태양인에게 더욱 좋다.

【재료】

머루 1kg, 설탕 200g, 소주 1.8L

【만드는 법】

머루를 잘 씻어서 물기를 뺀다. 꼭지를 따낸 후 설탕, 술을 넣어 밀봉한 뒤 서늘한 곳에 보관한다. 1개월쯤 지나면 마실 수 있다.

감기 예방과 천식, 기침에 쓰는 모과주

선명한 노랑에 진한 향기를 내뿜는 당당한 야생과일 모과. 일본 제조술의 선구자인 사가구찌 긴이치로는 “모과주는 세계의 미주가 될 만한 자격이 있다.”고 평가하며 “약간 떫은 맛은 이탈리아 미주인 ‘키안티 와인’을 능가한다.”는 극찬을 실은 바 있다. 예부터 감기 예방과 기침이나 천식의 묘약으로 귀하게 여겨 온 모과, 태양인에게 효과 만점이다.

【재료】

모과 1.5kg, 설탕 100g, 소주 1.8L

【만드는 법】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2일 정도 두면 끈끈한 액체가 나온다. 세로로 4등분하고, 칼집을 내어 씨앗과 함께 설탕, 술을 넣고 밀봉한다. 서늘한 곳에 1년쯤 두었다 과실을 건지고 여과한 후 마신다.

가을 과실 약주, 어떻게 보관할까?

시원한 바람이 산천을 쓰다듬는 가을에는 1달 정도가 적당하다. 약주 용기에 재료명, 제조일을 적어 놓으면 구별하기 쉽다. 잠깐! 술은 오래 묵힐수록 발효되고 좋은 거 아닌가?

김 교수는 “오히려 오래 보관하면 과실 속의 씨앗에 들어 있는 아미그달린(비타민 B17)이 용해돼 나오기 때문에 두통을 야기하고, 속이 울렁거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특히 숙성 과정에서 가스가 생길 수 있으므로 술병을 가득 채우기보다 약간 여유 공간을 둔다. 숙성 중에는 마개를 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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