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우 교수】
TV는 재미있다. 그것도 과도하게 재미있다. 현란한 색과 음악이 시각과 청각을 사로잡고, 현실감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멋진 미남·미녀가 넘쳐나고, 상상으로나 꿈꿔봤던 세상이 실제로 펼쳐지며, 1년 치 웃음을 단 1시간 안에 모두 웃게 할 정도로 유머가 넘친다. 그야말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온갖 요소를 다 갖추었다. TV의 이러한 다재다능(?)함 혹은 전지전능(?)함은 ‘TV = 바보상자’라는 공식을 ‘TV는 내 친구’로 바꾸었고, 의인화의 왕관까지 씌움으로써 한낱 ‘상자’에서 ‘친구’로 그 신분을 수직 상승시켰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존재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반면에는 이 매혹적인 ‘친구’에게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TV야말로 삶의 기쁨이자 행복이고 위안이라며, TV 없이는 못 산다는 사람들. 하지만 이들은 TV에 엄청난 시간을 쏟은 덕분에 늘 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업무능력을 의심받으며, TV가 꺼져 있기라도 하면 불안, 초조, 짜증을 느끼고, TV를 끄는 데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 TV가 주는 위안과 불안을 넘나드는 이들의 이중생활은 과연 안전한 걸까? TV를 끄고도 잘 살고, TV와 쿨하게 굿바이 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Part? TV는 내 친구! 정말?
1
모든 TV 방송 프로그램을 꿰고 있고,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본방 사수(재방송이 아닌 ‘프로그램이 방송되는 본래 방송시간에 반드시 시청한다’는 뜻의 신조어)하고, 그밖의 방송은 밀린 빨래하듯 주말에 재방송으로 차곡차곡 시청한다.
TV가 웬만한 친구보다 낫다고 생각하며, 이렇게 몰입하고 즐기며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니 나름 괜찮은 인생을 사는 것 같다. 하지만 죽은 듯이 꺼져있는 시커먼 TV를 보면 마음도 어두워지고 불안해지며 우울해진다.
이렇게 극과 극으로 내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TV는 그야말로 내 마음을 사로잡은 “욕심쟁이 우후후”라고 해도 좋을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우 교수는 “오늘날 TV는 상업적인 이유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경우가 있으며, 시청자들은 이러한 자극에 중독되기 쉽다.”며 “이 때문에 TV를 장시간 시청하게 되고, TV를 보느라 다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고, TV를 보지 않는 동안에 불안해지며, 운동량이 줄고 칼로리 섭취가 늘어나는 등 건강상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말한다.
Part? 이건 혹시 내 얘기?!
2?
중독이냐 아니냐는 차치하더라도 TV는 우리의 생활방식에 알게 모르게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CASE 1. 내 귀에 TV 소리~
알람으로 맞춰놓은 TV 소리에 잠에서 깨고, 귀가하자마자 TV를 켜고, 자신이 잠든 후에 TV가 꺼지도록 취침예약을 하고….
잠에서 깨어 다시 잠들 때까지 TV를 보든 안 보든 쉼 없이 집안에서 울려 퍼지는 TV 소리. “TV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불안해서….”라는데,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우 교수는 “TV를 통해 만족감이나 보상을 경험한 사람은 운동이나 사회적 관계 형성 등의 방법이 아닌 TV를 통해 그 만족감과 보상을 다시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행동은 이런 심리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CASE 2.?TV는 나의 힘?
?????????????? 끝없는 악순환!
고대하던 여유시간. 그간 밀렸던 일들을 하나하나 해나갈 생각이다. 하지만 결국 오늘도 TV 보는 데 온통 다 써버리고 말았다. 스멀스멀 밀려드는 후회와 낭패감! 다신 안 그러리라 다짐했건만, 또다시 같은 상황! “정말 이 악순환을 끊어버리고 싶다.”고 하는데…. 못 끊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경우 교수는 “TV 시청하는 것을 통제하지 못하는 이런 현상은 중독의 특징”이라며 “TV 자체가 중독성이 있고, 시청자가 충동성이 높고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일상적인 삶에서 균형 잡힌 보상을 얻기 어렵고, 장시간 TV 시청이 가능한 환경이라면 중독에 빠져들기가 더욱 쉽다.”고 말한다.
CASE 1과 2의 경우, 괜찮은 걸까?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김경우 교수는 “불안감과 우울감이 동반되고, TV 시청을 멈출 수 없어 다른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후회할 정도의 지장이 생길 때는 중독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Part?? 친구여, 안녕~
3???????? TV와 쿨하게 Bye-bye~
재미있는 TV를 즐기고는 싶지만 그렇다고 TV에 휘둘려 생활에 어려움을 더하고 싶지는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경우 교수는 “자신의 상황에서 유익하고 생산적인 자극을 주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조언한다. TV 시청 시간을 점차 줄여나가고, 여유시간을 실내 대신 실외나 야외 등 TV가 없는 환경에서 보내며, TV 프로그램을 비판적으로 시청하면서 TV 비평과 같은 프로그램에 의견을 보내보는 것도 좋다. 또한, 다음의 구체적인 실천법도 참고하자.
첫째, TV 본방 사수 목록을 적자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TV 프로그램을 우선순위로 적고, 요일별로 정리하자.
둘째, 시청 시간을 줄이자
시청 시간은 시간 단위보다는 프로그램 단위로 줄이는 것이 좋다. 요일별로 적어놓은 본방 사수 목록을 참고해 하루에 몇 개의 프로그램을 볼 것인지 정한다. 급격하게 줄이기보다는 한 달 단위로 점차 개수를 줄여가도록 하자.
셋째, 미루고 못했던 것,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적어보자
배우고 싶었던 것, 가고 싶었던 곳, 읽고 싶었던 책, 만나고 싶었던 친구 등등. 여유시간에 하려 했으나 하지 못했던 것들을 우선순위로 적어보고, 1~3순위를 실행해 옮겨보자. 이것들이 절반쯤 진행될 즈음에 그 이하 순위들도 실천해나간다.
김경우 교수는 “유익한 자극을 찾으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며 “TV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자기 통제력이 떨어져 있는 것을 자각하고, 조금만 신경 쓰면 새로운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으로 전환하고 대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렇게 TV 외에 생산적인 것에 관심을 두다 보면 그것에서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느끼게 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리고 쿨하게 TV와 작별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우 교수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였고, 서울대병원 임상강사, 인하대병원 임상강사를 지냈다. 심리 가족 사회 중심의 전인적인 진료를 추구하고 만성질환 관리 및 질병예방에 힘쓰며 현재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조교수로 흔한 질환·불분명한 증상, 질병예방·건강증진, 전인적 진료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