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도움말 |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
당신의 간, 건강하신가요? “정말 이상 없느냐?”고 당신의 간에게 말 한 번 걸어보세요. 침묵의 장기인 간은 묵묵히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가 도저히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야 신호를 보냅니다. 간 안 좋은 분들, 미리미리 당신의 간 건강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간이 말을 할 때까지 기다리다간 그땐 이미 너무 늦은 경우가 많습니다.
간경변은 만성 B형·C형 바이러스성 간염, 알코올, 비만·고지혈증 같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심장약·피임약·항암제 같은 독성약물에 노출되어 간세포가 염증으로 죽어가고 간이 점차 굳어지면서 간에 다양한 크기의 자갈모양 덩어리들이 생기는 것이다.
현재까지 간경변의 주된 원인은 바이러스성 간염이다. 만성 B형 간염을 뿌리째 뽑을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C형 간염은 인터페론과 항바이러스제 병용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다. 이밖에 다른 만성질환은 조기에 진단하여 간장보조제 등의 약물치료로 간기능 악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 가톨릭대학교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배시현 교수의 설명이다.
혹시 이를 뿌리뽑기 위해 처음부터 간이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이식할 간을 구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그보다 간이식은 큰 수술이고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하며 담도 협착 등의 합병증으로 많은 고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간기능 악화로 합병증이 생겼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리 소문, 증상 없이도 발병
간경변 초기에는 만성간염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 즉 전신 쇠약감, 만성피로감, 식욕부진, 소화불량, 복부 불쾌감 등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간에 지속적으로 손상이 가해지면 황달, 복수가 차거나 복부 팽만감, 식도혈관이 부풀어 생기는 식도 정맥류로 인해 피를 토하거나 자장처럼 까맣고 끈적끈적한 대변을 보거나 의식이 흐려지며 헛소리를 하는 간성혼수 등의 합병증 발생으로 생명이 위독할 수 있다. 이외에 앞가슴에 거미모양의 모세혈관 확장, 남자의 경우 여성처럼 유방이 커지거나 고환이 작아질 수 있으며 여자는 월경이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인체의 가장 큰 장기인 간이 망가지면 몸에 무리가 오는 것은 당연지사, 무서운 일이다. 간경변의 합병증 등으로 몸이 망가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몸에 신호가 올 때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간 건강을 자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익히 들어왔던 대로 간은 ‘침묵의 장기’이기 때문이다.
배시현 교수는 “간경변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대부분은 본인이 심한 간기능 저하로 복수나 황달 등의 합병증이 생긴 간경변 상태로 생각하지만, 간경변의 증세는 정상부터 합병증이 발생하는 상태까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한다.
간경변 어떻게 예방할까?
간경변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므로 각 원인에 맞는 대응책이 필요하다. 우선 ▲만성 B형·C형 등의 바이러스성 간염에 의한 간경변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만성 B형 간염환자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될 확률은 100배에서 200배 정도 높다.
따라서 B형 간염의 경우 예방백신 접종이 중요하다. 간혹 백신을 맞아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데 배 교수는 “보통 성인이 되어서는 B형 간염에 걸릴 확률이 아주 낮기 때문에 너무 불안해 할 필요가 없지만 술이나 장기간 복용하고 있는 양약, 한약 또는 민간요법 등의 약물에 노출되어 간을 해칠 경우 급성 B형 간염이 치명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이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당부한다.
B형 간염과 달리 C형 간염은 아직까지 백신이 없기 때문에 정기 검진을 받되, 수혈·피 묻은 도구와의 접촉·성접촉 등 감염경로에 주의해야 한다.
▲약물에 의한 간경변은 약을 복용하면서 정기적으로 간기능 검사를 하여 간독성이 있는지 확인한다.
▲비만이나 고지혈 증 등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 의한 간경변은 식이요법으로 체중조절과 혈중 지방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듯 죽음의 전주곡 간경변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영양가 고른 식생활과 적당한 운동, 충분한 수면과 안정을 취하고 긍정적인 생활을 하되 가족력이 있거나 간질환이 의심될 경우 정기적인 검진으로 간 건강을 살펴 간이 우리에게 먼저 SOS 신호를 보내기 전 우리가 도움의 손길을 주는 것이 최선이다.
배시현 교수는 “정기적인 검사와 예방법의 실천으로 간경변의 합병증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고 또 정상 간기능 상태의 간경변증인 경우 악화 원인을 예방하고 치료하면 평생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며 간 건강을 돌보는 데는 예방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간 질환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 3가지 이상 해당되면 의심해 볼 것 (자료출처 : 대한간학회)
1. 부모 형제 중 간질환 환자가 있거나 간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있다.
2. 1990년 이전 수혈을 받은 적이 있다.
3. 쉬었는 데도 몸이 많이 피곤하다.
4. 배에 가스가 자주 차고 소화가 안 된다.
5. 입에서 역한 냄새가 계속 난다.
6. 피부가 거칠어지고 나이에 맞지 않게 여드름이 난다.
7. 생리가 불규칙하고 양이 준다.
8. 오른쪽 어깨가 불편하여 돌아누워 잔다.
9. 담배맛과 입맛이 떨어진다.
10. 쉽게 감기에 걸리고 배탈이 자주 난다.
11. 갑자기 피로가 와서 신문을 읽기도 힘들다.
12. 이유 없이 잇몸에서 피가 자주 난다.
4년의 투병생활 끝에 간경변 이겨낸 황창학 씨
“간경변 때문에 인생 공부 제대로 했어요”
결코 쉽지 않았던 지난 4년의 투병생활이 소중하다는 올해 52살의 황창학 씨. 아픈 몸을 이끌고 노모와 아들, 그리고 몸이 불편한 동생의 뒷수발까지 하며 “최선을 다해 살았으니 후회할 일도, 두려워할 일도 없다.”고 말하는 그의 간경변 호전기!
간경변, 안 올 줄 알았다…그러나 그것은 꿈이 되고…
모태감염에 의한 B형 간염 보유자였던 황창학 씨. 젊고 건강한 그의 몸은 술·담배와 거리가 멀었고 육류를 좋아하거나 식생활 습관이 나쁜 편도 아니었다. 당연히 건강에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40대 초, 소화가 되지 않은 듯 위가 아파서 찾은 병원에서 간염 진단을 받았고, 적절한 치료와 함께 향후 몇 년 동안은 간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큰 무리 없이 간염을 잘 넘긴 듯싶었지만 4년 전부터 본격적인 시련이 찾아왔다. 수도관 설비 시공을 하는 그의 몸은 천근만근, 피곤함의 연속이었다. 위와 옆구리가 아파서 잠을 제대로 청할 수 없었다. 피곤에 지친 몸은 퇴근 후 늘어질 때로 늘어졌고 곧 이대로 죽을 것만 같았다. ‘일단 몸부터 추스르고 보자.’란 생각에 퇴사를 하고 휴식을 취해도 이상하게 그의 몸은 계속 아프기만 했다. 결국 그가 아팠던 원인은 간경변 초기.
침묵의 장기인 간은 좀처럼 자신이 아프다고 표현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 나빠진 간은 어린 아이 다루듯 ‘이상이 없는지’ 자주 들여다봐야 했지만 그는 간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다. 몸 생활은 건강했지만 사고로 그를 앞서간 동생들과 결코 순탄치 않았던 부부생활로 인해 그의 정신은 황폐해졌다. 내성적이고 섬세한 성격 탓에 스트레스를 어디에다 풀어야 할지 몰랐고, 남몰래 꽁꽁 삭혀온 스트레스는 곧 간에 가서 치명타를 날렸다. ‘설마 했는데 올 것이 왔구나.’란 생각도 잠시… 병원에서는 약 복용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고 했다.
철저한 저염식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절박감
그는 병원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병을 다스려 보고자 했다.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던 한 민간연구소의 도움을 얻어 곧 처절하고 외로운, 그러나 노모와 동생, 그리고 아들이 있어 견딜만했던 그만의 투병생활을 시작했다. 우선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던 그가 음식을 가려먹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줄곧 거르지 않고 마시고 있는 녹즙은 신선초·케일·돌미나리·돈나물·질경이와 제철과일을 섞어 음용했다. 붉은 팥·콩(작두콩)·율무·수수·조 등을 넣어 잡곡밥을 지어먹고 더덕, 도라지, 버섯 같은 반찬을 즐겨 먹되 모든 반찬은 철저히 저염식으로 만들어 먹었다. 때문에 건강이 많이 좋아진 지금도 식당에 가면 설렁탕처럼 직접 간이 되어 나오지 않는 메뉴를 즐긴다. 그리고 건강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질기고 딱딱한 것은 금하고 소화가 잘 되도록 모든 음식은 꼭꼭 씹어 삼켰다.
이렇게 열심히 실천하여 몸이 호전되는 것 같다가도 복수가 찰 때는 마음이 조급해지고 괜한 일에 짜증이 났던 황창학 씨. 그럴 때마다 의식적으로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모든 것에 의연해지려고 무던히 애쓰던 세월의 탓일까?
“50이 넘으니 이제야 남한테 베풀면서 사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웃어 보인다. 그런 지금 그의 간은 모든 검사결과 정상범위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건강한 셈이다.
그는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극심한 스트레스가 간을 더욱 병들게 했지만 간이 아팠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애틋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자신에겐 가족이 삶의 의지를 불태운 원동력이 됐다.”며 가족에 대한 진한 사랑을 표현한다.
황창학 씨가 밝히는 TIP
복수 찼을 때는 이렇게 했어요!
1. 절대적인 안정이 필요해요. 조급하게 생각하면 복수가 잘 안 빠져요.
2. 무염식을 했어요. 일절 소금기가 없는 음식을 먹었어요. 두부도 간수 때문에 먹지 않았고, 맨 김도 먹지 않았을 정도였죠.
3. 오이, 양파, 당근을 채 썰어 새콤달콤하게 오이냉국처럼 만들어 먹었어요. 여기에 기호에 따라 풋고추나 마늘을 넣어 밥과 먹으면 좋아요. 복수가 많이 차지 않았을 때 소금기를 뺀 미역을 넣어 먹으면 먹기가 한결 수월하답니다.
4. 수박이나 호박, 옥수수수염을 달인 물을 마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