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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의 건강칼럼] 암이란… 자신이 만드는 것!

2007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추억호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인생 일백 년은 무엇인가를 거창하게 해보기 위해선 너무 짧고 조급한 순간이며,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지내기엔 너무 긴 것이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면 그것이 바로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재앙이 된다. 불행과 암을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듯이, 행복한 백년도 자신이 만든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그 분은 6개 국어에 능통하다.”

“아니다. 10개 국어는 잘…. ”

사람들 소문이 설왕설래한다. 권 상무가 영어, 일어, 중국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우즈벡어 …를 잘하여 국내외의 수많은 인사들과 안면이 넓은 왕발이라는 사실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사람들은 잘 생긴 그가 국제통이며 세계인이고, 아마 하버드대학 정도를 나왔으리라고 생각한다.

그가 실제로 학교에 다닌 것은 초등학교 4학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는 강인한 천재였다. 낮에는 차부간(bus terminal)에서 떠돌이 장사를 하고, 해가 지면 영어학원에서 사환을 하며 바닥청소와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밤중에는 교실에서 의자를 붙여놓고 새우잠을 잤다.

어깨너머로 배운 그의 영어실력은 영문과 대학생보다 더 유창하고 실용적인 것이었다. 그에게 사춘기 같은 것은 없었다. 십대에 이미 그는 외국인과 자유소통(free talking)이 가능할 정도였다. 영어에 자신이 붙자 다른 외국어는 식은 죽 먹기였다. 원래 총기가 밝아 한 번 듣고 본 언어나 글자는 잊지 않았다.

산전수전 다 거치며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세계 여러 나라 안 가 본 곳이 드물었다. 때론 해외통상사절단에 끼기도 했다. 비상한 머리에 기민한 창조력으로 실용신안특허도 여러 개 갖고 있다. 큰돈을 벌기도 했지만 크게 잃기도 해서, 그의 저금통장엔 잔고가 늘 없었다. 그는 사기죄로 감옥살이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래도 “사람이 한 번 죽지 두 번 죽냐!”고 큰소리치며 투지를 꺾을 줄 몰랐다. 하지만 자신도 몸이 옛날 같지 않아 내심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매우 어지럽고 두통이 심하고 피곤하여 잠깐 동네 의원에 들리게 되었다. 피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고기도 잘 먹고 빈혈약도 먹으라고 했다. 처방대로 하였으나 별 호전이 없어, 종합검진을 받았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수많은 병원을 전전하다, 혈액정밀검진에서 비로소 ‘췌장선암’이라는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왜 하필이면 재수 나쁘게 나한테 암이 생기느냐?”고 그는 매우 억울해 울부짖었다. 어찌하여 재수 나쁘게 그는 암에 걸려야 했을까?

사실 암이란 재수 나쁜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누구든지 재수가 나빠서 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의 삶이 그의 암을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암뿐이겠는가? 모든 ‘성인병’을 요즘에는 ‘생활습관병’이라는 용어로 바꾼다고 하지 않는가. 그의 생활습관이 곧 그의 병이 되었던 것이다.

모든 불행 중에서도 암에 걸리는 것이 최악의 사건인 듯하다. 권 상무가 그때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개과천선하여 새사람이 되고 분수에 맞추어 살며 다행스런 일생을 보낼 수 있었을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큼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 날의 사고가 없었더라면, 그는 중년이 아닌 노년에 더 큰 사건을 맞이하게 되어, 수술도 못하고, 처자식에게 더 큰 부담과 불행을 떠넘기는 결말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처럼 격정의 삶이 어찌 무난하고 순탄한 결말로 이어질 수 있겠는가!

인생 일백 년은 무엇인가를 거창하게 해보기 위해선 너무 짧고 조급한 순간이며, 무엇인가를 하지 않고 지내기엔 너무 긴 것이다. 그러므로 너무 크게 판을 벌리다 보면 허점이 생기고, 그것이 바로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재앙이 된다. 자신이 감당할 만한 희망을 좇아야하지 않겠는가. 불행과 암을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듯이, 행복한 백년도 자신이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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