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금연클리닉 김영상 교수】
2015년 1월 1일부터 담뱃값이 갑당 2000원 인상됐다. 지난해 11월 28일, 여야가 담뱃값 2000원 인상에 합의하자 담배 사재기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고, 비교적 경제적 부담이 덜한 전자담배 판매량이 급증했으며, 이참에 아예 담배를 끊고 담뱃값을 저축하겠다는 금연 재테크까지 등장했다.
그 다음 날인 11월 29일, 서울시 종로구 광화문 나인트리컨벤션센터에서는 국립암센터가 개최한 ‘2014 굿바이 스모킹(Good Bye Smoking) 금연성공자모임’이 있었다. 이 모임은 국가금연지원서비스인 금연상담전화(1544-9030)와 금연길라잡이(www.nosmokeguide.or.kr) 이용자들이 모여 금연 성공을 축하하며 금연 성공사례를 나누고 금연지지자로서 역할을 격려하며, 금연 유지에 도움이 될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금연은 새해 결심의 단골 메뉴다. 흡연자들은 새해마다 금연 결심을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매년 다시 결심하곤 한다. 금연이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금연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20~30년간 피우던 담배를 끊고 당당히 금연에 성공한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그 어려운 금연에 성공한 것일까?
‘2014 굿바이 스모킹(Good Bye Smoking) 금연성공자모임’에 참가했던 금연 성공자 조상우(53세) 씨와 고남호(37세) 씨를 만나 생생한 금연 성공 노하우를 들어봤다. 또한,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금연클리닉 김영상 교수의 금연 성공 진료 사례와 금연 노하우를 들어봤다.
올해 담뱃값 인상을 발판 삼아 더 단단한 각오로 금연을 시작해보자. 그리고 금연 성공자의 대열에 당당히 합류해보자.
국립암센터 ‘2014 굿바이 스모킹’ 금연 성공자
조상우 씨의 금연 성공 필살기 “딱 한 대만 안 피우면 됩니다”
‘2014 굿바이 스모킹(Good Bye Smoking) 금연성공자모임’에 참가했던 조상우(53세) 씨는 2012년 7월부터 금연을 시작해 현재까지 금연을 유지하고 있다.
담배 피우는 아빠 흉내 내는 큰아들에 충격… 첫 번째 금연 시작!
대학 1학년 때부터 하루에 한 갑씩 15년을 피웠다. 그리고 35세 되던 해에 조상우 씨는 금연을 결심한다. 바로 첫째 아들 때문이었다.
“큰애가 4살쯤 되던 때였어요. 일요일이라 집에서 쉬고 있는데 큰애가 나무젓가락을 손가락에 딱 꽂고는 담배 피우는 흉내를 내면서 놀고 있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아이에겐 제 모습이 저렇게 비쳤겠구나 하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죠.”
아들과 딸이 어릴 때라 집에선 담배를 안 피웠던 그다. 다만 애들과 야외로 놀러 갔을 때는 먼발치에서 한 대씩 피우곤 했을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을 피할 순 없었던 것. 그날 바로 조상우 씨는 금연을 시작했다. “부모들은 자신의 행동이 자식들에게 뭔가 안 좋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면 바로 개선을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할 수 없을 것만 같았던 금연이었는데 아이가 그렇게 노는 걸 보고는 당장 끊었어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깨진?10년의 금연
자식 사랑에서 시작한 첫 번째 금연은 10년 만에 깨졌다. 바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대기업의 식품연구원이었던 그는 팀장으로서 신제품 개발팀을 이끌고 있었다.
“그 당시 여러 어려움이 많아서 큰 스트레스를 받았고, 술도 마시게 되고, 그러다 보니 자연히 담배도 다시 피우게 됐어요.”
가장으로서 직장인으로서 느끼는 매일매일의 압박과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 다시 시작한 담배. 그리고 찾아온 명예퇴직. 젊음을 불사른 직장에서 밀려났다는 생각에 마음은 암담했고 자신감도 떨어졌고, 흡연은 깊어졌다.
곧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되면서 자신감은 회복됐으나 그에겐 새로운 일이었고,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여전히 담배를 끊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대기업의 식품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2의 금연 인생 시작,?금연지지자를 꿈꾸며~
“지금 제가 근무하는 곳은 건강한 식품을 만든다는 이념이 있어서인지 사원들도 건강한 생활을 비교적 많이 해요. 음주하는 사람도, 흡연하는 사람도 거의 없어요.”
자신감은 물론 여유를 되찾고 직장 분위기에도 힘입어 다시 금연을 생각했다.
“게다가 40대 이후부터는 담배 냄새가 배면 잘 빠지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직업상 여러 사람을 만나곤 하는데,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도 있고, 또 이젠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울 수도 없잖아요? (웃음) 이런저런 기회가 잘 맞았던 거 같아요.”
금연을 다시 시작했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금연상담전화를 알게 돼 전화했다.
“누군가가 신경을 써주면 금연하기가 쉽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에는 아들내미가 행동으로 금연을 도와줬지만, 두 번째 금연은 금연상담사의 관심과 격려가 도움이 됐어요.”
금연상담전화를 신청하면 금연상담사가 금연 여부를 확인하는 전화를 해준다. 초기에는 굉장히 자주 상담전화가 오지만, 금연이 잘 유지되면 횟수가 조금씩 줄어든다.
조상우 씨는 현재 반 년에 한 번씩 전화를 받고 있다. 금연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는 자신도 금연 지지자로서 금연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조상우 씨의 금연 성공 노하우~
1. 자신감은 키우고, 흡연유발자 술자리와 스트레스는 잘 관리하자
조상우 씨는 “금연할 때 술자리가 가장 큰 방해꾼이었다.”고 말한다. 담배가 생각나게 하는 술자리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2. ‘딱 한 대만’ 끊자!
“금연 시작했을 때 어느 분이 말씀하시길 담배 끊는 건 쉬운 일이다. 담배 피우고 싶은 그 순간에 그 한 대만 끊으면 된다고 했어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그 얘길 듣고 나선 금연이 어렵지 않았어요.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금연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3. 금연상담전화를 이용하자
금연상담전화를 시작한 후 연거푸 세 번, 상담사에게 흡연했다는 말을 했다는 조상우 씨는 그때 마치 자신이 늑대 소년이 된 것 같았다고 한다.
“금연 패치 등을 이용할 땐 미안한 감정이 안 들지만, 금연상담전화는 흡연 사실을 말해야 하고, 그러면서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세 번 실수는 이해해도 네 번은 실수라고 생각하기 어렵잖아요. 세 번째 통화 후 마음을 좀 더 독하게 먹자, 다음 통화 땐 떳떳하자는 생각을 했고 그걸 유지하고 있어요. 상담전화가 많은 도움이 됐죠. 많은 분께 권하고 싶어요.”
국립암센터 ‘2014 굿바이 스모킹’ 금연 성공자?고남호 씨의 금연 성공 필살기
“담배 피우고 싶을 때 상담사와의?대화가 큰 힘이 됐어요”
‘2014 굿바이 스모킹(Good Bye Smoking) 금연성공자모임’에 참가했던 고남호(37세) 씨는 2013년 5월부터 금연을 시작해 현재까지 금연을 유지하고 있다.
건강에 적신호, 다섯 번 만의 금연 성공
군 제대 후 26세 때부터 흡연을 시작한 고남호 씨. 2013년 4월까지 매일 한 갑씩 피웠다. 그런 그가 금연을 시작한 것은 건강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전에도 금연하려고 시도는 몇 번 해봤죠. 하지만 안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심혈관확장수술을 받고 난 후부터 계속 금연을 유지하고 있어요.”
2013년 4월, 평소에도 가끔 심장 통증을 느끼긴 했지만 그날은 유난히 통증이 심했다. 심상치 않다고 느껴 병원을 찾았다. 담당의사는 심혈관이 좋지 않다며 심혈관확장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담당의사는 식습관 때문에 생긴 거라고 했어요. 술은 이미 끊은 상태였지만, 음식을 짜게 먹는 편이거든요. 고기도 좋아하고요. 스트레스 받으면 과식이나 폭식도 많이 했죠. 담배도 위험하다고 해서 그날 바로 끊었어요.”
또다시 시도하고 또 하고… 네 번의 실패
고남호 씨가 2013년 이전에 시도했던 금연 횟수는 4번이다. 담배를 피우면 머리가 아프기도 해서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담배 생각이 나고 입이 심심하면 과자나 껌을 먹었다. 하지만 살만 찌고 별 효과는 없었다. 그래서 몸에 좋은 과일이나 채소를 먹기 시작했다. 역시 쉽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한 번 크게 받으면 다시 피우게 되더라고요. 3개월까지 금연했다가 또다시 피우고…. 네 번 모두 3개월 이상을 못 넘겼어요.”
흡연 유혹 막아준 건 금연상담전화
수술의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퇴원 후 일상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담배 생각이 거의 안 났다. 건강을 위해 생활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그 단단한 마음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위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았다. 한 대 피우고 싶다는 유혹을 견디기가 힘들었다.
“혼자서는 도저히 못 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금연 방법을 찾다가 금연상담전화를 알게 됐죠.”
고남호 씨는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전화를 했다. 그러면 상담사는 그 마음을 이해해주면서 금연 의지를 지지하고 격려해줬다.
“담배 피우고 싶을 때 의지를 북돋워 주니까 그런 말을 들으면 흡연 욕구가 가라앉더라고요.”
고남호 씨는 니코틴 패치나 껌보다 금연의 고통을 나누고 격려 받을 수 있는 금연상담전화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자신도 금연 지지자로 활동하고 싶다고 말한다.
고남호 씨의 금연 성공 노하우~
1. 금연 지지자를 곁에 두자
고남호 씨에게 금연상담전화는 큰 힘이 되었다. 담배 피우고 싶을 때마다 대화를 통해 금연의 어려움을 이해받고 격려도 받으면서 금연의 의지를 새롭게 할 수 있었다. “금연은 혼자 하기 힘들어요. 금연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누군가 또는 금연의 유혹을 느끼지 않을 환경을 만들어주는 주위 사람들이 큰 도움이 됩니다.”
2. 흡연을 떠올리는 것을 제거하자
커피를 마시면 꼭 담배를 피웠던 고남호 씨는 “커피를 보기만 해도 담배 생각이 났다.”고 말한다. 또 술을 마시면서 담배 피우는 술자리도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유혹이 느껴지면 잠시 그 자리를 벗어나 기분전환을 한다.
3. 실패해도 다시, 또다시 시작하자
고남호 씨가 ‘2014 굿바이 스모킹 금연성공자모임’에 참가했던 이유는 하나다. ‘10년 이상 금연한 사람들의 금연기간은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장기간 금연하신 분들도 실패를 여러 번 하셨더라고요. 그래도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또 다시 또 다시 시작했다는 얘기, 또 금연 5~6년 차인데도 지금도 담배 냄새를 맡으면 유혹을 받는다는 말이 위로와 격려가 됐어요. 스트레스 때문에 한 번 피웠더라도 포기 말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분들을 통해 금연자로서의 저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분들과의 만남과 조언이 참 소중했고 큰 도움이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