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이번엔 보기만 해도 가슴 먹먹해지는 향숙이로 살아요”
왜란 때 일본 장수를 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카리스마 넘치던 애국지사 기생에서 눈물 펑펑 글썽이는 청순 가련한 여인으로 뭇 남성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다가도 믿음직한 여성가장, 엽기 발랄한 춘향이에 이르기까지 천의 얼굴을 가진 연기자 전예서. 그녀가 맡은 역할은 웬일인지 오버랩이 되는 것이 없다.
그런 그녀가 이번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고 하더니 4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가족에 대해 돌아보게 만드는 KBS1 TV 아침드라마 <아름다운 시절>에서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지 않고 몸부림치지만 항상 자신의 이상과 어긋나는 현실 때문에, 굴곡진 인생을 사는 딸, 그래서 극중 엄마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딸, 오향숙 역으로 시청자들을 찾아왔다.
전예서 씨 하면, 특별하게 “이거다”하고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네요? 라고 건넨 기자의 질문에 “아직까지 저에 대한 이미지를 고착화시키고 싶지 않아서 다양한 역할을 해오다 보니 그런가 봐요. 다양하게 연기하다 보면 나중에 저절로 저에 대한 이미지가 생기겠지요.”라며 답변만큼은 똑 부러지게 한다.
답변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녀는 연기 욕심이 많다. 2001년 MBC 탤런트 공채 출신으로 연기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각종 방송국을 넘나들며 주말드라마, 일일아침드라마, 미니시리즈 등을 통해 다양하고 안정된 연기를 선보여 왔다. 이런 일이 연기에 대한 욕심 없이 가능했을까? “이제 일일 저녁드라마 출연만 남았어요.”라고 우스갯소리도 할 줄 안다.
앞으로 동시대를 다룬 현대물보다 사극 같은 시대극이나 또는 판타지 세계를 그린 시대를 넘나드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그렇지 않으면 정말 잔잔하게 현실을 그린작품을 해보고 싶단다. 현재 영화 계획은 없지만 <후아유>라는 영화 작업도 했었고, 지난 해 방송활동을 잠시 접어둔 채 연극 <신의 아그네스>도 열정적으로 마무리한 경험도 있다. 연극은 그녀에게 고향이다. 그래서 여건이 되는 한 고향 곁엔 항상 머무르고 싶다고.
그뿐인가, 지난해부터 EBS <책 읽어주는 여자 밑줄 긋는 남자>라는 교양 프로그램의 MC도 맡고 있다. “다양한 책을 소개하면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감성도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삶의 열정이 고스란히 연기에 묻어 나오는 그녀에게 건강 독자들을 위해 책 한 권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잠시 망설이다, 아지즈 네신의 <튤스를 사랑한다는 것을>이란 책을 권한다. “사랑 없는 삶이 가능할까요? 사랑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돼요.” 그녀가 이 책을 권한 이유다. 동시에 사랑과 삶에 대한 고민의 끈을 놓지 않는 연기자 전예서의 활동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