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영국 철혈수상 윈스턴 처칠(Churchill, Winston Leonard 1874-1965)이라 하면 얼른 담배 파이프를 물고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그는 훌륭한 정치가로서만 아니라 선이 굵은 화가이자 뛰어난 문필가로서도 이름을 날려 그의 <세계대전회고록>에는 노벨문학상이 수여되기도 하였다. 그가 90세를 넘기며 그토록 장수한 사실과 그 담배파이프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애연가들은 처칠이 담배 중독자인데도 장수하고 총명하였다고 주장하는데 그것이 사실일까?
사실 윈스턴 처칠 일대기를 제대로 읽어보면 담배 파이프를 지니고 다니며 입에 물기도 했다는 기록은 여러 번 나오지만, 그곳에 불을 붙여서 멋있게 연기를 내며 담배를 피웠다는 기록은 없다. 그는 담배 파이프를 자신의 표정과 모멘트를 관리하는 하나의 연출도구로 사용하였던 것이다. 결코 ‘연달아 담배피우기’(chain smoking)를 위해 그것을 물고 다닌 것은 아니라 한다. 처칠 경뿐 아니라 종종 무병장수한 사람들 중에는 담배를 계속 피웠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담배를 피워도 수명에 지장이 없다고 오해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잘못된 해석이다. “담배도 가끔 피워 볼 수 있었다.”는 대답을 “담배를 피웠다.”라고 하거나 “담배도 항상 많이 피웠다.”라는 기사로 바꿔 써진 예가 대부분이다.
아주 드문 일이긴 하지만 담배를 피워도 무병장수하며 일평생을 보내는 사람도 가끔 있다고 한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실상은 그런 사람조차도 담배를 안 피운 것만 같지는 못할 것임이 너무도 지당한 이치다.
한 대 두 대가 모여 10년, 20년간 담배를 피우게 되면 비흡연자에 비하여 후두암이나 폐암에 걸릴 확률은 10배, 20배 높아진다.
물론 담배 이외에도 폐암의 원인은 많다. 문명사회의 공해와 오염, 공장 배기가스, 자동차분진, 방사선노출, 석면가루 등도 폐암의 원인이며 반복되는 폐기관지염과 결핵, 폐렴, 폐디스토마 등도 폐기관지암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담배는 그런 것을 모두 합친 원인보다 훨씬 힘센 폐암인자(carcinogen)이며 구강암, 후두암, 전립선암, 방광암, 신장암, 식도암, 췌장암, 난소암은 물론, 혈관질환인 버거씨병, 성기능장애, 발기부전, 불임 등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중년돌연사증후군(sudden death syndrome)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폐암의 조기진단은 과거에는 방사선검사나 가래검사, 면역혈청학적검사 등이 있었으나, 현재는 타액이나 호흡공기(호기呼氣)를 이용한 확진법이 실용화 단계에 있으며, 혈액을 이용하여 각종 암의 소질과 그 가능성 정도를 진단하는 방법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