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
점점 각박해지는 사회, 혹시 아무 일을 하지 않고 있어도 하릴없이 서두르게 되는 마음 누를 길 없어 불안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늘 시간이 부족한가? 급한 약속이 없어도 빨리 걷거나 길이 막히면 짜증부터 나는가? 또 불안과 긴장 때문에 피로?불면?소화 장애?두근거림 등의 신체적인 증상을 느끼는가? 상대방에게서 바로 답변을 받지 못하면 초조한가? 모두 조급할 때 나타나는 증상이다. 조급함이 내 마음과 몸을 병들게 하고 있다. 느림의 미학이 그리워질 때 자신만의 속도를 찾는 시간을 가져보자.
조급증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느림의 미학을 외쳐대는 시대에도 조급증이 주는 긍정적인 면은 외면할 수 없다. 조급한 마음이 생기면 심장이 뛰고 호흡이 빨라지는 신체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특히 반짝 집중해서 일을 처리할 때 우리 몸에서는 응급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카테콜라민을 분비하는 데 이것은 원시시대부터 생존에 필요했던 반응입니다.라고 한다.
이 호르몬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게 하고 호흡이 빨라지게 하는데 이는 도망을 간다든지, 먹잇감을 사냥할 때 유용하다. 이런 식으로 약간의 조급증은 흥분을 일으켜 긴박하게 일을 처리할 때 우리 몸을 빨리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런 자극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문제가 된다. 몸은 지치게 만들고 결국 탈진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조급해지면 맥박이 뛰고 혈압이 오르는데 혈압이 내려올 틈도 없이 계속 조급한 흥분상태에 노출되면 고혈압이 찾아온다.
박 교수는 조급한 마음은 고혈압 외에 모든 신체에 악영향을 끼치며 스트레스로 인한 질병과 동일한 과정을 밟는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소화기 장애, 위?십이지장궤양, 관상동맥질환, 호흡곤란, 당뇨, 비만 등이 줄줄이 뒤를 잇게 된다.
혹시 나, 조급증일까?
누구나 약간의 조급증을 가지고 살아간다. 조급증은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지나친 조급증은 영혼과 육체를 고갈시킨다. 그렇다면 당신은 정상적인 조급증일까, 아니면 병적인 조급증일까?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박용천 교수는 정상적인 조급증과 병적인 조급증의 차이는 자신이 그 상황을 조절할 수 있는지의 여부라고 한다.
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지금 빨리 일을 처리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지체 없이 행동으로 옮겨 자신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 정상이다. 예를 들어 주식을 사고 팔 때 정확히 판단해 신속히 행동하는 것은 정상이고 바람직한 조급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반면 자신에게 불리할 것을 알면서도 참지 못하여 손해를 보거나 또는 감정이 앞서서 참지 못하고 폭발하여 손해를 보는 경우는 병적인 조급함이라고 볼 수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흔히 잘못 알고 있는 표현 중의 하나가 감정이 풍부하다는 것과 감정이 앞선다는 것인데, 감정이 풍부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쉽게 느끼고 이해하고 표현하는 등 공감을 나눈다는 얘기지만, 감정이 앞선다는 것은 사리분별을 하기 전에 이미 쉽게 흥분하여 사태 파악을 못하거나 혹은 파악을 한다고 해도 감정조절이 안 되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쉽게 폭발하여 참혹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부연한다.
하루 30분 자신을 들여다보자
조급함이 심각해서 스스로 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적절한 처방과 약물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조급증을 털어버리는 방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하고 있다. 밥을 먹을 때 천천히 꼭꼭 씹어 먹으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지만 바쁘다는 자기 합리화로 그것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조급함을 이기는 힘, 무엇일까? 바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내내 거울을 붙잡고 자신의 얼굴이나 바라보고 있으라는 얘기가 아니다.
박 교수는 기도든, 명상이든, 사색이든 하루에 최소 30분이라도 자신에게 투자를 하여 자신의 감정 상태가 어떤지, 또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면서 돌아보면 자신이 조급한지 아닌지 스스로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박용천 교수가 소개하는 느리게 살기 실천법
♥밥은 최소 50번 이상 씹고 삼켜라!
이렇게 하면 소화액 분비도 잘되고 치아, 잇몸, 위장 건강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뇌에도 자극이 되어 신호전달이 잘 되니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밥 한 번 오래 씹고 삼키는 것만으로 1석 4조의 효과를 볼 수 있어요.
♥운전할 땐 천천히!
3분 빨리 가려다 30년 먼저 갈 수 있습니다. 요즘 운전자들을 보면 남보다 빨리 가려고 하고 남에게 추월당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는 출세의 길을 추월당했다고 흥분하지 말고 저승길을 추월당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도 편하고 정신적?육체적 건강을 위해서도 좋지요.
♥속도는 상황에 맞게 조절하라!
세상 살아가는 데 조화가 중요하듯이 무조건 빠르거나 느린 것, 둘 중의 하나가 정답은 아닙니다. 상황에 맞는 적절한 속도가 필요해요. 자신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가야 할 자신만의 속도를 저절로 알 수 있을 거예요.
♥나이가 들면 다 똑같아진다!
젊은 시절 고속 승진, 고속 출세 등 남보다 잘나야 하고 빨리 앞서가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나이가 들고 은퇴하여 70세만 돼도 잘난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비슷해진다고 해요. 실제로 젊은 시절에는 사회적으로 지위의 차이가 있어 서로 왕래가 없던 사람들도 노인이 되면 초등학교 동창 모임 등에 열심히 나가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즐기는 경우도 많아요.
♥남보다 늦었다고 조급해 마라!
남보다 늦었다고, 또래보다 늦었다고 너무 초조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출발이 늦거나 재수?삼수 또는 10년이 늦게 공부를 시작했어도 몇 년이 지나면 따라잡을 수 있어요. 조기졸업을 해도 몇 년 지나면 같은 나이 또래와 서로 비슷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마음 편히 가지세요.?